[뉴스 따라잡기] “주부라도 가능”…‘여성 대출’ 시장의 이면

입력 2016.10.11 (08:32) 수정 2016.10.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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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쉽고 빠른 대출’ ‘30일간 무이자’ 이런 문구를 내건 대부업체 광고 많이 보셨죠.

대부업체 시장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급성장하면서 이들 업체의 대출 잔액이 무려 1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대부업체들이 여성 고객 끌어들이기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여성 전문 대출을 내세운 한 대부업체는 지난해 광고비로만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쉽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별다른 고민 없이 대부 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는데요.

오늘은 여성 대출 시장의 어두운 이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40대 주부 이 모 씨는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대출이자가 밀리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대부업체에서 걸려오는 독촉 전화 때문인데요.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전화 오잖아요. 하루에 몇십 번 와요. 문자 오고요. 아침에 집에 와서 돈 내놓으라고 이야기하고요. 지금도 35만 원 내야 하는데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이 씨가 대부업체에 처음 문을 두드린 건 2년 전.

지인의 보증을 섰던 게 잘못되면서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건데요.

이 씨는 그때 TV에서 숱하게 봤던 대부업체 광고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한 번 잘못 들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했다가 급하니까 검색하게 돼요. 그때는 (대출 이율이) 37% 정도였던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지 않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 씨.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자 업체는 신용등급 걱정도 할 필요 없고 한 달 동안은 이자를 받지도 않는다며 이 씨를 안심시켰다는데요.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거기에서는 등급이 안 떨어진대요. 한 달 미만으로 (상환)되면 이자가 안 나간대요. 거기서 일 하느냐고. 저는 일 안 한다고. 알고 보니까 신랑 직장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확인한다고. 거기 누구(신랑) 계시느냐고 그것만 하고 있다고 그러면 끊고 그랬대요."

이 씨가 남편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 등본 한 통을 보내자 대부업체는 이 씨에게 3백만 원을 입금해 줬다는데요.

하지만 고정된 수입이 없던 이 씨가 남편 모르게 빌린 3백만 원을 제때 갚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설거지하는 아르바이트도 해봤고. 하루 하는 아르바이트해서 지금까지 왔거든요."

결국,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대부업체에서 돈을 더 빌리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결국, 이 씨는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대부업체 대출과 연체 기록이 쌓이면서 제2금융권 대출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신용)등급 낮아지고……. 저축은행 이런 거 요즘 많잖아요. 그게 되지를 않으니까."

이 씨는 2년 전 너무 쉽게 대부업체에 손을 내민 건 아닌지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는데요.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힘든 사람들이 주부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달콤하게 유혹하는 거기에 (저도) 현혹이 되었고. 일부러 주부 대상 그런 게 아닐까……. 그런 거 돈 많이 쓰게 하려고."

복잡한 서류도, 담보도 필요 없다고 외치는 대부업체 광고들.

특히 주부를 포함해 여성을 겨냥한 대출광고가 부쩍 눈에 띕니다.

<녹취> 한OO(대학생) : "여성이 좋아할 만한 순정만화 이미지도 로고에 그리고 그러니까……."

<녹취> 김OO(주부) : "(여성을) 공략하기가 더 좋지 않을까. 더 솔깃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올해 상반기 상위 10대 대부업체의 여성대출 잔액은 무려 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직장이 없는 여성이나 주부들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운 점을 노리고 대부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여성전용대출’이 정작 여성을 위한 게 아니라 대출 규모를 늘리려는 대부 업체의 꼼수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준하(금융소비자네트워크 사무국장) : "여성 우대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금리는 똑같습니다. 다만, 여성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다는 것 정도? 특별히 더 여성이라고 해서 금리를 인하해주거나 조건을 좋게 해주거나 이러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대출이 쉽고 간편하다 또 30일간 무이자라는 이유 등으로 별 고민 없이 대부업체에 돈을 빌릴 경우 톡톡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 등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1등급인 고객이 대부업체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등급이 평균 3.7등급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준하(금융소비자네트워크 사무국장) : "한 달 만에 갚는 분들이 100명 중에서 6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대부업 대출을 한 번 이용했다 하면 그 이후로는 신용등급이 낮아졌기 때문에 계속 2금융권 이하의 대출들을 이용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심지어 ‘여성 우대’ ‘무직 주부 가능’을 내건 대부업체들의 마케팅 속에 여성들이 불법대출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주부 박 모 씨는 5년 전, 남편의 사업이 기울자 생활정보지에서 ‘주부 가능’ 이란 광고를 보고 대출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OO(39/주부) : "(대출) 됐다고 연락 온 게 입금 백만 원이면 20만 원 떼고 80만 원 가지고 이런 식으로 해서. 대출 그렇게 처음 해봐서 그게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죠."

심지어 대출 이율은 법정 이자보다 훨씬 많은 연 50%에 육박했습니다.

<녹취> 박OO(39/주부) : "그때는 제가 어떻게든 빌려서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솔직히 그 상황에서 50만 원을 떼더라도……."

하지만 박 씨는 자신이 불법 대부업체에 돈을 빌렸다는 사실도 몰랐다는데요.

빌린 돈은 80만 원이었지만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어느새 박 씨가 갚아야 할 돈은 원금의 6배가 넘는 5백만 원이 됐습니다.

<녹취> 박OO(39/주부/음성변조) : "1년 정도 꾸준히 내다가 그 뒤로부터는 못 넣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전화 온 데를 보니까 거기가 00업체에서 이게 넘어왔다 하더라고요. 거의 5백만 원 하더라고요."

<인터뷰> 김준하(금융소비자네트워크 사무국장) : "비밀보장, 서류 없이 간편하게 대출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대출을 방해하는 분명한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이후에 연체됐을 때는 오히려 추심을 하는 무기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금융 시장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업체의 TV 광고 제한하거나 제1금융권의 여성대출 요건을 다각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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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부라도 가능”…‘여성 대출’ 시장의 이면
    • 입력 2016-10-11 08:33:32
    • 수정2016-10-11 09: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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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른 대출’ ‘30일간 무이자’ 이런 문구를 내건 대부업체 광고 많이 보셨죠.

대부업체 시장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급성장하면서 이들 업체의 대출 잔액이 무려 1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대부업체들이 여성 고객 끌어들이기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여성 전문 대출을 내세운 한 대부업체는 지난해 광고비로만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쉽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별다른 고민 없이 대부 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는데요.

오늘은 여성 대출 시장의 어두운 이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40대 주부 이 모 씨는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대출이자가 밀리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대부업체에서 걸려오는 독촉 전화 때문인데요.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전화 오잖아요. 하루에 몇십 번 와요. 문자 오고요. 아침에 집에 와서 돈 내놓으라고 이야기하고요. 지금도 35만 원 내야 하는데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이 씨가 대부업체에 처음 문을 두드린 건 2년 전.

지인의 보증을 섰던 게 잘못되면서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건데요.

이 씨는 그때 TV에서 숱하게 봤던 대부업체 광고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한 번 잘못 들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했다가 급하니까 검색하게 돼요. 그때는 (대출 이율이) 37% 정도였던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지 않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 씨.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자 업체는 신용등급 걱정도 할 필요 없고 한 달 동안은 이자를 받지도 않는다며 이 씨를 안심시켰다는데요.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거기에서는 등급이 안 떨어진대요. 한 달 미만으로 (상환)되면 이자가 안 나간대요. 거기서 일 하느냐고. 저는 일 안 한다고. 알고 보니까 신랑 직장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확인한다고. 거기 누구(신랑) 계시느냐고 그것만 하고 있다고 그러면 끊고 그랬대요."

이 씨가 남편 이름이 적힌 주민등록 등본 한 통을 보내자 대부업체는 이 씨에게 3백만 원을 입금해 줬다는데요.

하지만 고정된 수입이 없던 이 씨가 남편 모르게 빌린 3백만 원을 제때 갚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설거지하는 아르바이트도 해봤고. 하루 하는 아르바이트해서 지금까지 왔거든요."

결국,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대부업체에서 돈을 더 빌리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결국, 이 씨는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대부업체 대출과 연체 기록이 쌓이면서 제2금융권 대출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신용)등급 낮아지고……. 저축은행 이런 거 요즘 많잖아요. 그게 되지를 않으니까."

이 씨는 2년 전 너무 쉽게 대부업체에 손을 내민 건 아닌지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는데요.

<녹취> 이OO(40/주부/음성변조) : "힘든 사람들이 주부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달콤하게 유혹하는 거기에 (저도) 현혹이 되었고. 일부러 주부 대상 그런 게 아닐까……. 그런 거 돈 많이 쓰게 하려고."

복잡한 서류도, 담보도 필요 없다고 외치는 대부업체 광고들.

특히 주부를 포함해 여성을 겨냥한 대출광고가 부쩍 눈에 띕니다.

<녹취> 한OO(대학생) : "여성이 좋아할 만한 순정만화 이미지도 로고에 그리고 그러니까……."

<녹취> 김OO(주부) : "(여성을) 공략하기가 더 좋지 않을까. 더 솔깃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올해 상반기 상위 10대 대부업체의 여성대출 잔액은 무려 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직장이 없는 여성이나 주부들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운 점을 노리고 대부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여성전용대출’이 정작 여성을 위한 게 아니라 대출 규모를 늘리려는 대부 업체의 꼼수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준하(금융소비자네트워크 사무국장) : "여성 우대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금리는 똑같습니다. 다만, 여성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다는 것 정도? 특별히 더 여성이라고 해서 금리를 인하해주거나 조건을 좋게 해주거나 이러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대출이 쉽고 간편하다 또 30일간 무이자라는 이유 등으로 별 고민 없이 대부업체에 돈을 빌릴 경우 톡톡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 등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1등급인 고객이 대부업체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등급이 평균 3.7등급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준하(금융소비자네트워크 사무국장) : "한 달 만에 갚는 분들이 100명 중에서 6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대부업 대출을 한 번 이용했다 하면 그 이후로는 신용등급이 낮아졌기 때문에 계속 2금융권 이하의 대출들을 이용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심지어 ‘여성 우대’ ‘무직 주부 가능’을 내건 대부업체들의 마케팅 속에 여성들이 불법대출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주부 박 모 씨는 5년 전, 남편의 사업이 기울자 생활정보지에서 ‘주부 가능’ 이란 광고를 보고 대출을 받았습니다.

<녹취> 박OO(39/주부) : "(대출) 됐다고 연락 온 게 입금 백만 원이면 20만 원 떼고 80만 원 가지고 이런 식으로 해서. 대출 그렇게 처음 해봐서 그게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죠."

심지어 대출 이율은 법정 이자보다 훨씬 많은 연 50%에 육박했습니다.

<녹취> 박OO(39/주부) : "그때는 제가 어떻게든 빌려서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솔직히 그 상황에서 50만 원을 떼더라도……."

하지만 박 씨는 자신이 불법 대부업체에 돈을 빌렸다는 사실도 몰랐다는데요.

빌린 돈은 80만 원이었지만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어느새 박 씨가 갚아야 할 돈은 원금의 6배가 넘는 5백만 원이 됐습니다.

<녹취> 박OO(39/주부/음성변조) : "1년 정도 꾸준히 내다가 그 뒤로부터는 못 넣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전화 온 데를 보니까 거기가 00업체에서 이게 넘어왔다 하더라고요. 거의 5백만 원 하더라고요."

<인터뷰> 김준하(금융소비자네트워크 사무국장) : "비밀보장, 서류 없이 간편하게 대출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대출을 방해하는 분명한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이후에 연체됐을 때는 오히려 추심을 하는 무기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금융 시장에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업체의 TV 광고 제한하거나 제1금융권의 여성대출 요건을 다각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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