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확대경] ‘문화 융성’ 계획안 짜고 사업권도 챙겨

입력 2016.10.28 (21:19) 수정 2016.10.28 (21: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문화융성 프로젝트>를, 최순실과 그 핵심 측근들이, 직접 설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직접 사업안을 만들고, 이어서 관련 예산까지 따내는 구조로 이권을 챙기며 현 정부의 문화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빛이라 기자입니다.

▼“사업안 만들고 사업권 따내는 구조”▼

<리포트>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35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표절 시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KBS 취재 결과, 선정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묵살됐습니다.

<녹취> 김민기(숭실대 교수/국가브랜드 개발추진단 위원) : "창조라는 말을 '쓰지 말자'라고 했는데, '이걸로 결정됐으니 해야된다'는거죠. 결정 과정이 너무 비전문적이랄까, 합리적이지 않은거죠."

체육계의 의견 수렴 없이 졸속 결정된 새 국민체조, '늘품체조' 역시 최 씨와 측근들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늘품체조 수정작업 참석자(음성변조) : "이건 아니다 했죠. 이건 국민체조가 아니다. 이건 재미로 하는 웃기는 체조다, 이렇게 생각했죠."

이처럼 최순실 씨 등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문화 융성' 프로젝트의 세부사업을 짜고, 사업별 예산까지 책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업안을 만들면, 이것을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다듬어 정부 사업으로 결정한 뒤 예산을 반영하고, 최 씨 주도로 만든 '더블루K'와 '미르재단' 등이 사업권을 따내 집행하는 식의 구조라는 겁니다.

이런 문화 관련 핵심 사업에는 박 대통령도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천 796억 원 규모의 문화 융성사업 상당수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 씨의 문체부 인맥도 큰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최순실 그룹, 자기 사람 심어 문체부 장악▼

<기자 멘트>

최근 몇 년간 문화체육관광부는 인사 관련 의혹에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발단은 2013년,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참가한 승마 대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9월,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과장이 갑자기 경질되는 데요.

승마대회의 승부 조작 사건 조사에서, 이 두 사람이 "정유라 쪽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제출한 직후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는 폭로도 있었죠.

이듬해엔 유진룡 당시 장관이 후임자도 없이 해외 출장 중에 갑자기 면직 처리됩니다.

이후 청와대가 1급 공무원 6명도 인사 조치하도록 지시했다는 소문이 문체부내에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최순실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에 걸림돌이 될만한 사람들을 사전에 정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반면 '최순실의 사람'들은 문체부로 대거 들어왔습니다.

최 씨의 측근 차은택 감독 본인은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차 씨의 스승은 문체부 장관에 올랐습니다.

또 다른 차 씨의 측근 김종 2차관은 차관이 된 뒤 1차관 소관 업무까지 넘겨받는 등 '문체부의 실세'로 통하고 있습니다.

차 씨와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송성각 씨는 콘텐츠진흥원장을 꿰찼는데, 송 원장은 미르와 K스포츠 관련 이권을 챙기기 위해 관련 업체를 협박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녹취> 문체부 관계자(음성변조) : "외부적으로도 너무 면이 없고 저희 문체부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너무 자괴감을 가지고 있고..."

정부 부처가 통째로 최순실의 사조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 속에서, 청와대의 역할에 대한 각종 의혹 역시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9 확대경] ‘문화 융성’ 계획안 짜고 사업권도 챙겨
    • 입력 2016-10-28 21:21:22
    • 수정2016-10-28 21:32:26
    뉴스 9
<앵커 멘트>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문화융성 프로젝트>를, 최순실과 그 핵심 측근들이, 직접 설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직접 사업안을 만들고, 이어서 관련 예산까지 따내는 구조로 이권을 챙기며 현 정부의 문화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빛이라 기자입니다.

▼“사업안 만들고 사업권 따내는 구조”▼

<리포트>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35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표절 시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KBS 취재 결과, 선정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묵살됐습니다.

<녹취> 김민기(숭실대 교수/국가브랜드 개발추진단 위원) : "창조라는 말을 '쓰지 말자'라고 했는데, '이걸로 결정됐으니 해야된다'는거죠. 결정 과정이 너무 비전문적이랄까, 합리적이지 않은거죠."

체육계의 의견 수렴 없이 졸속 결정된 새 국민체조, '늘품체조' 역시 최 씨와 측근들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늘품체조 수정작업 참석자(음성변조) : "이건 아니다 했죠. 이건 국민체조가 아니다. 이건 재미로 하는 웃기는 체조다, 이렇게 생각했죠."

이처럼 최순실 씨 등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문화 융성' 프로젝트의 세부사업을 짜고, 사업별 예산까지 책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업안을 만들면, 이것을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다듬어 정부 사업으로 결정한 뒤 예산을 반영하고, 최 씨 주도로 만든 '더블루K'와 '미르재단' 등이 사업권을 따내 집행하는 식의 구조라는 겁니다.

이런 문화 관련 핵심 사업에는 박 대통령도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천 796억 원 규모의 문화 융성사업 상당수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 씨의 문체부 인맥도 큰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최순실 그룹, 자기 사람 심어 문체부 장악▼

<기자 멘트>

최근 몇 년간 문화체육관광부는 인사 관련 의혹에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발단은 2013년,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참가한 승마 대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9월,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과장이 갑자기 경질되는 데요.

승마대회의 승부 조작 사건 조사에서, 이 두 사람이 "정유라 쪽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제출한 직후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는 폭로도 있었죠.

이듬해엔 유진룡 당시 장관이 후임자도 없이 해외 출장 중에 갑자기 면직 처리됩니다.

이후 청와대가 1급 공무원 6명도 인사 조치하도록 지시했다는 소문이 문체부내에 무성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최순실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에 걸림돌이 될만한 사람들을 사전에 정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반면 '최순실의 사람'들은 문체부로 대거 들어왔습니다.

최 씨의 측근 차은택 감독 본인은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차 씨의 스승은 문체부 장관에 올랐습니다.

또 다른 차 씨의 측근 김종 2차관은 차관이 된 뒤 1차관 소관 업무까지 넘겨받는 등 '문체부의 실세'로 통하고 있습니다.

차 씨와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송성각 씨는 콘텐츠진흥원장을 꿰찼는데, 송 원장은 미르와 K스포츠 관련 이권을 챙기기 위해 관련 업체를 협박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녹취> 문체부 관계자(음성변조) : "외부적으로도 너무 면이 없고 저희 문체부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너무 자괴감을 가지고 있고..."

정부 부처가 통째로 최순실의 사조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 속에서, 청와대의 역할에 대한 각종 의혹 역시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