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즐기자! 100세 시대”…SNS 스타부터 시인까지

입력 2017.05.08 (08:34) 수정 2017.05.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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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어버이날을 맞아 누구보다 즐겁게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백세시대를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으로 즐기고 계신 분들인데요.

구수한 사투리에 꾸밈없는 모습으로 SNS 스타가 된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부산 남포동에선 패션모델 뺨치는 젊은 감각으로 유명한 '꽃할배'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을 모르던 할머니들이 늦깎이 시인이 된 사연까지.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백세시대를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들이 사는 법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용인의 한 식당,

하루 중 가장 바쁜 점심 시간입니다.

<녹취> “사인 없으세요?” “사인 없어. 메뉴도 비싸지만 나도 비싸.”

갑작스런 사인 요청을 사진으로 대신하는 식당 주인은 71살 박막례 할머니입니다.

요즘 SNS에서 인기 있는 이른바 '핫한' 스타입니다.

할머니를 SNS 스타로 만든 건 올 초 손녀와 함께 떠났던 호주 여행.

난생 처음 떠난 해외여행의 추억을 손녀가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 올린 게 시작이었습니다.

<녹취> “가렵단다. 좋아 죽겠대.”

할머니의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은 단숨에 네티즌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후 손녀의 제안으로 SNS에 동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요.

<녹취> 박막례 할머니(SNS 영상) : “계모임 화장은 이것만 기억해. 첫 번째는 진하게 해라. 그럼 눈에 딱 띄거든. 두 번째는 그것보다 더 진하게 해라. 아무튼 찐하게 하란 말이야. 비법은 진하게”

평소 즐겨하는 메이크업부터 스파게티 맛보기, 요가, 카약타기 등 할머니의 새로운 경험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녹취> “내 나이 70살 넘어서 카약을 탈 줄 누가 알았겠냐?”

3개월도 되지 않아 조회수가 천만 건을 넘었습니다.

할머니를 보기 위해 먼길을 찾아오는 팬까지 생겼습니다.

<인터뷰> 박막례(71세/SNS 스타) : "대구에서도 오고 저기 전라도 광주에서도 오고 전주에서도 와요. 근데 그 사람들이 자기 차를 타고 오면 괜찮을 텐데. 차도 없이 내 얼굴 보려고 버스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깐 얼마나 감동할 일이에요.”

42년간 식당일만 해왔던 할머니가 SNS에 빠진 데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인터뷰> 박막례(71세/SNS 스타) : "처음부터 이거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우리 언니들이 치매가 왔어요. 세 명이 모두. 병원에 가니까 나 보고 치매 조심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치매 걱정으로 우울해 하던 할머니를 세상 밖으로 안내한 건 손녀입니다.

할머니를 위해 호주 여행을 다녀왔고, 할머니의 SNS 영상 제작을 도왔습니다.

<인터뷰> 박막례(71세/SNS 스타) :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그걸 느꼈어요. 근데 나는 표현을 잘 못 해요. 속으로만 (손녀한테)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 그러지.”

용인에 박막례 할머니가 있다면 부산에는 남포동 꽃할배로 불리는 60대 노신사가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 입은 여용기 씨.

페션계의 SNS 스타입니다.

<인터뷰> 서영덕(부산광역시 중구) : “SNS에 부산에서 유명하신 분으로 나왔었거든요. 나도 늙으면 저렇게 하고 싶다. 이런 느낌 때문에……”

<인터뷰> 유영선(인천광역시 중구) : “존경스럽다고 해야 하나? 주위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멋을 뽐낼 수 있다는 게 멋있는 것 같아요.”

3년 전 시작한 SNS로 젊은 세대도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옷을 멋지게 선보입니다.

<인터뷰> 서민혜(부산광역시 남구) : “남자 친구가 있으면 이렇게 입혀주고 싶어요.”

17살 때부터 재단사 일을 해온 여용기 씨. 기성복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년 전 다시 가위를 잡겠다고 마음을 먹고 돌아왔지만, 그 사이 많은 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여용기(65세) : “옷의 실루엣이 (과거하고) 지금 생각하는 거하고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배운다고 상당히 힘이 들었어요.”

이탈리아 박람회까지 따라다니며 패션 흐름을 공부하고, 자신이 만든 옷을 직접 입어 SNS에 올리며 반응을 살핀 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터뷰> 여용기(65세) : “젊은 친구들이 입는 옷을 입고 다니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사진 보고 가져와서 ‘선생님 이렇게 옷 만들어주세요.’ 하니까 기분이 좋죠

그런가하면 경북 칠곡에는 70살이 넘어 시인이 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손 글씨 그대로를 모아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인터뷰> 김학술(73세) : “(친구들이) ‘야 너 책 나왔더라.’ 뭐 이러고 ‘시인 다 됐더라.’ 이러니까 기분 좋지.”

<인터뷰> 김장순(78세) : “시라는 것도 몰랐는데 책에도 실려 나오니 애들이 이래요. ‘할머니 시 쓸 줄도 알아요?’”

시인이 됐다는 자부심이 큰 어르신들.

가는 세월이 원망스럽다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시부터,

힘들지만 공부를 하면 기분이 좋다는 배움의 기쁨을 표현한 시까지 꾸밈없고 정감이갑니다.

그런데 3년 전만 해도 시집 속 주인공들은 한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한글 학교를 다니며 ㄱ,ㄴ부터 배워, 시인이 된 어르신들.

<인터뷰> 이경숙(79세) : “옛날엔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갔거든요. 이제는 공짜로 가르쳐주니 지금이라도 좀 배우면 좋지요.”

농사 일로 바쁜 시기지만 한글 교실이 있는 날이면 열일 제쳐두고 올 정도로 학구열이 뜨겁습니다.

올해 또 다른 시집을 낼 준비가 한창입니다.

뒤늦게 배운 한글의 재미에 푹 빠진 어르신들, 더 욕심을 내봅니다.

<인터뷰> 이말순(70세) : “편지도 잘 쓸 수 있고 모든 걸 다 이제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인터뷰> 김학술(73세) : “영어도 배워 보고 싶어요. 그래야 미국도 가고 미국 사람들하고얘기도 하고. 지금 아는 거는 ‘오케이, 예스’ 그것밖에 모르거든요.”

시인부터 SNS 스타가 된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인생 2막을 힘차게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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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즐기자! 100세 시대”…SNS 스타부터 시인까지
    • 입력 2017-05-08 08:35:42
    • 수정2017-05-08 09: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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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어버이날을 맞아 누구보다 즐겁게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백세시대를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으로 즐기고 계신 분들인데요.

구수한 사투리에 꾸밈없는 모습으로 SNS 스타가 된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부산 남포동에선 패션모델 뺨치는 젊은 감각으로 유명한 '꽃할배'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글을 모르던 할머니들이 늦깎이 시인이 된 사연까지.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백세시대를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들이 사는 법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용인의 한 식당,

하루 중 가장 바쁜 점심 시간입니다.

<녹취> “사인 없으세요?” “사인 없어. 메뉴도 비싸지만 나도 비싸.”

갑작스런 사인 요청을 사진으로 대신하는 식당 주인은 71살 박막례 할머니입니다.

요즘 SNS에서 인기 있는 이른바 '핫한' 스타입니다.

할머니를 SNS 스타로 만든 건 올 초 손녀와 함께 떠났던 호주 여행.

난생 처음 떠난 해외여행의 추억을 손녀가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 올린 게 시작이었습니다.

<녹취> “가렵단다. 좋아 죽겠대.”

할머니의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은 단숨에 네티즌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후 손녀의 제안으로 SNS에 동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요.

<녹취> 박막례 할머니(SNS 영상) : “계모임 화장은 이것만 기억해. 첫 번째는 진하게 해라. 그럼 눈에 딱 띄거든. 두 번째는 그것보다 더 진하게 해라. 아무튼 찐하게 하란 말이야. 비법은 진하게”

평소 즐겨하는 메이크업부터 스파게티 맛보기, 요가, 카약타기 등 할머니의 새로운 경험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녹취> “내 나이 70살 넘어서 카약을 탈 줄 누가 알았겠냐?”

3개월도 되지 않아 조회수가 천만 건을 넘었습니다.

할머니를 보기 위해 먼길을 찾아오는 팬까지 생겼습니다.

<인터뷰> 박막례(71세/SNS 스타) : "대구에서도 오고 저기 전라도 광주에서도 오고 전주에서도 와요. 근데 그 사람들이 자기 차를 타고 오면 괜찮을 텐데. 차도 없이 내 얼굴 보려고 버스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깐 얼마나 감동할 일이에요.”

42년간 식당일만 해왔던 할머니가 SNS에 빠진 데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인터뷰> 박막례(71세/SNS 스타) : "처음부터 이거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우리 언니들이 치매가 왔어요. 세 명이 모두. 병원에 가니까 나 보고 치매 조심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치매 걱정으로 우울해 하던 할머니를 세상 밖으로 안내한 건 손녀입니다.

할머니를 위해 호주 여행을 다녀왔고, 할머니의 SNS 영상 제작을 도왔습니다.

<인터뷰> 박막례(71세/SNS 스타) :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그걸 느꼈어요. 근데 나는 표현을 잘 못 해요. 속으로만 (손녀한테)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 그러지.”

용인에 박막례 할머니가 있다면 부산에는 남포동 꽃할배로 불리는 60대 노신사가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 입은 여용기 씨.

페션계의 SNS 스타입니다.

<인터뷰> 서영덕(부산광역시 중구) : “SNS에 부산에서 유명하신 분으로 나왔었거든요. 나도 늙으면 저렇게 하고 싶다. 이런 느낌 때문에……”

<인터뷰> 유영선(인천광역시 중구) : “존경스럽다고 해야 하나? 주위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멋을 뽐낼 수 있다는 게 멋있는 것 같아요.”

3년 전 시작한 SNS로 젊은 세대도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옷을 멋지게 선보입니다.

<인터뷰> 서민혜(부산광역시 남구) : “남자 친구가 있으면 이렇게 입혀주고 싶어요.”

17살 때부터 재단사 일을 해온 여용기 씨. 기성복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4년 전 다시 가위를 잡겠다고 마음을 먹고 돌아왔지만, 그 사이 많은 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여용기(65세) : “옷의 실루엣이 (과거하고) 지금 생각하는 거하고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배운다고 상당히 힘이 들었어요.”

이탈리아 박람회까지 따라다니며 패션 흐름을 공부하고, 자신이 만든 옷을 직접 입어 SNS에 올리며 반응을 살핀 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인터뷰> 여용기(65세) : “젊은 친구들이 입는 옷을 입고 다니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사진 보고 가져와서 ‘선생님 이렇게 옷 만들어주세요.’ 하니까 기분이 좋죠

그런가하면 경북 칠곡에는 70살이 넘어 시인이 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손 글씨 그대로를 모아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인터뷰> 김학술(73세) : “(친구들이) ‘야 너 책 나왔더라.’ 뭐 이러고 ‘시인 다 됐더라.’ 이러니까 기분 좋지.”

<인터뷰> 김장순(78세) : “시라는 것도 몰랐는데 책에도 실려 나오니 애들이 이래요. ‘할머니 시 쓸 줄도 알아요?’”

시인이 됐다는 자부심이 큰 어르신들.

가는 세월이 원망스럽다는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시부터,

힘들지만 공부를 하면 기분이 좋다는 배움의 기쁨을 표현한 시까지 꾸밈없고 정감이갑니다.

그런데 3년 전만 해도 시집 속 주인공들은 한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한글 학교를 다니며 ㄱ,ㄴ부터 배워, 시인이 된 어르신들.

<인터뷰> 이경숙(79세) : “옛날엔 돈이 없어서 학교에 못 갔거든요. 이제는 공짜로 가르쳐주니 지금이라도 좀 배우면 좋지요.”

농사 일로 바쁜 시기지만 한글 교실이 있는 날이면 열일 제쳐두고 올 정도로 학구열이 뜨겁습니다.

올해 또 다른 시집을 낼 준비가 한창입니다.

뒤늦게 배운 한글의 재미에 푹 빠진 어르신들, 더 욕심을 내봅니다.

<인터뷰> 이말순(70세) : “편지도 잘 쓸 수 있고 모든 걸 다 이제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인터뷰> 김학술(73세) : “영어도 배워 보고 싶어요. 그래야 미국도 가고 미국 사람들하고얘기도 하고. 지금 아는 거는 ‘오케이, 예스’ 그것밖에 모르거든요.”

시인부터 SNS 스타가 된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인생 2막을 힘차게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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