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도 누르기도 어려운 ‘112 비상벨’

<앵커 멘트>

'112 비상벨'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직접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서울 시내 공원이나 지하차도 등에만 2만 3천여 개나 설치돼 있는데요,

막상 급할 때 제구실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비상벨 실태와 개선책을 오승목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공원 산책로.

방범용 CCTV 기둥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습니다.

벨을 누르면 112에 자동 신고돼 가장 가까운 경찰서에서 즉시 출동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안내 문구가 작은 데다 눈에 잘 띄지도 않아 가까이 다가가야 용도를 알 수 있을 정돕니다.

<인터뷰> 윤호정(서울시 송파구) : "그냥 여기 관리하시는 분들이 사용하는 그런 용도인 것 같긴 한데요. 크게 써있지가 않아서..."

다른 공원 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

이 비상벨의 설치 높이는 1m 50cm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키 1m 10cm 정도의 일곱 살 남자아이가 누르기는 어려운 높이입니다.

비상벨 위치에 대한 규정이 없이 임의대로 설치하다 보니 정작 급할 때 사용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심지어 화장실 변기 뒤에 설치된 비상벨도 있습니다.

<인터뷰> 류단비(서울시 서초구) : "같은 모양이고 같은 사이즈나 그렇게 되어 있으면 이게 비상벨이구나 알텐데,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지 않을까..."

비상벨 효과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벨 디자인과 위치를 표준화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호성(서울시 도로시설과 팀장) :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상징색인 코닥옐로우 (짙은 노란색)입니다. 그 색을 사용했고요. 도시디자인 전문가의 심의를 거쳐 최종확정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112 비상벨은 2만 3천여 개.

서울시는 다음 달까지 보행로 중심으로 신형 비상벨 260여 개를 시범 설치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