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참상 '한림면은 수중도시'

입력 2002.08.2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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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려 13일 동안이나 물에 잠겼던 경남 김해 한림면에서 이제 물이 빠지면서 믿기지 않는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살았던 곳인가 하고 또 한 번 넋을 잃었습니다.
정재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물이 완전히 빠진 한림면은 전쟁터 난민촌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시가지 도로에는 엄청난 쓰레기더미와 각종 중장비, 그리고 복구인력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지붕까지 물이 찼던 한 할인매장은 흙탕물에 뒤덮인 각종 상품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널려 있습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그저 앞일이 막막할 뿐입니다.
⊙노희경(한림할인마트 대표): 참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다 보니까 앞으로 살아갈 길이 좀 캄캄합니다.
⊙기자: 또 다른 상점 앞 마당은 못 쓰게 된 물건들이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복구작업을 돕고 있지만 주인은 하늘만 바라본 채 넋을 잃었습니다.
⊙이성태(서원탑마트 대표): 물이 좀 빨리만 빠졌어도, 하루, 이틀 정도 빠졌어도 복원이 가능한데...
⊙기자: 농약 대리점은 사정이 더 심각합니다.
매장 안은 폐품으로 변한 농약들이 사람이 걷지도 못할 정도로 가득차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농약이 물에 씻겨 내려갔는지 주인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2차 오염이 우려됩니다.
⊙최천열(대형 농약방 대표): 그냥 막 사람이 빠져나가고 그냥 물건이 나갔으니까 유실이 많이 되었다고 보아야지요.
⊙기자: 나무 수천개가 쌓여 있던 목재소도 지붕이 폭삭 내려앉았습니다.
담배를 피우며 타는 속을 달랠 뿐입니다.
⊙기자: 재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황국진(목재소 직원): 못 합니다.
기계의 모터가 돌아가야 그걸 하든지, 모터 전부 다 고쳐야 되는데...
⊙기자: 13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송서연 할머니는 무너진 집을 보고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비록 누추했지만 할아버지와 손녀 3명 등 단란했던 다섯 식구의 생활터전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송서연(김해시 한림면): 갈 데가 없어요.
어떻게 살까 싶네요.
울기도 많이 울고...
⊙기자: 물이 빠진 농경지에는 시커먼 기름이 덮쳤습니다.
까맣게 변한 벼와 죽은 붕어 등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노태근(김해시 한림면): 지금 현재로써는 가을농사는 딸기, 그것밖에 올해 농사를 지을 게 없습니다.
⊙기자: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던 대형 비닐하우스 단지도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오이를 키우던 1000평 규모의 하우스 단지입니다.
10여 일이 넘게 물에 잠기면서 오이들은 이렇게 노랗게 말라 죽었습니다.
참혹한 수해 현장에는 수재민들이 자원봉사자들과 재활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큰 피해 앞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재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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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러난 참상 '한림면은 수중도시'
    • 입력 2002-08-2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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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려 13일 동안이나 물에 잠겼던 경남 김해 한림면에서 이제 물이 빠지면서 믿기지 않는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살았던 곳인가 하고 또 한 번 넋을 잃었습니다. 정재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물이 완전히 빠진 한림면은 전쟁터 난민촌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시가지 도로에는 엄청난 쓰레기더미와 각종 중장비, 그리고 복구인력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지붕까지 물이 찼던 한 할인매장은 흙탕물에 뒤덮인 각종 상품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널려 있습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그저 앞일이 막막할 뿐입니다. ⊙노희경(한림할인마트 대표): 참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다 보니까 앞으로 살아갈 길이 좀 캄캄합니다. ⊙기자: 또 다른 상점 앞 마당은 못 쓰게 된 물건들이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복구작업을 돕고 있지만 주인은 하늘만 바라본 채 넋을 잃었습니다. ⊙이성태(서원탑마트 대표): 물이 좀 빨리만 빠졌어도, 하루, 이틀 정도 빠졌어도 복원이 가능한데... ⊙기자: 농약 대리점은 사정이 더 심각합니다. 매장 안은 폐품으로 변한 농약들이 사람이 걷지도 못할 정도로 가득차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농약이 물에 씻겨 내려갔는지 주인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2차 오염이 우려됩니다. ⊙최천열(대형 농약방 대표): 그냥 막 사람이 빠져나가고 그냥 물건이 나갔으니까 유실이 많이 되었다고 보아야지요. ⊙기자: 나무 수천개가 쌓여 있던 목재소도 지붕이 폭삭 내려앉았습니다. 담배를 피우며 타는 속을 달랠 뿐입니다. ⊙기자: 재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황국진(목재소 직원): 못 합니다. 기계의 모터가 돌아가야 그걸 하든지, 모터 전부 다 고쳐야 되는데... ⊙기자: 13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송서연 할머니는 무너진 집을 보고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비록 누추했지만 할아버지와 손녀 3명 등 단란했던 다섯 식구의 생활터전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송서연(김해시 한림면): 갈 데가 없어요. 어떻게 살까 싶네요. 울기도 많이 울고... ⊙기자: 물이 빠진 농경지에는 시커먼 기름이 덮쳤습니다. 까맣게 변한 벼와 죽은 붕어 등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노태근(김해시 한림면): 지금 현재로써는 가을농사는 딸기, 그것밖에 올해 농사를 지을 게 없습니다. ⊙기자: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던 대형 비닐하우스 단지도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오이를 키우던 1000평 규모의 하우스 단지입니다. 10여 일이 넘게 물에 잠기면서 오이들은 이렇게 노랗게 말라 죽었습니다. 참혹한 수해 현장에는 수재민들이 자원봉사자들과 재활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큰 피해 앞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재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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