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나홀로 50대 남자’의 쓸쓸한 죽음

입력 2017.07.08 (21:24) 수정 2017.07.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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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흔히 고독사 하면 독거 노인들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독사가 이젠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50대 남성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요,

부쩍 늘고 있는 50대 독거남들의 고독사 문제를 김채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광주에서는 52살 최 모 씨가 집안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기요금이 밀리자 집을 찾은 검침원이 시신을 발견한 건데, 숨을 거둔 지 이미 석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술 먹고 의식 잃어 가지고 (돌아가신 거죠). 이혼하고 우울증 비슷하게 해서 술만 혼자서..."

부산에서도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던 59살 남성이 영양결핍으로 숨지는 등 최근 한달 동안 발생한 50대 고독사는 알려진 것만 5건에 이릅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여기 사는지도) 몰랐지요. 이웃 사람들 절대 문 안 열어봐. 안 들여다 봐요."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의 시신을 안치해 놓은 병원입니다.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제일 많은 건 50대입니다.

<녹취> 무연고 시신 안치실 관계자 : "상반기에 6명의 무연고자가 있었는데 50대가 세 분... 알코중 중독도 있고."

실제로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들을 분석한 결과 고독사의 36%는 50대,

대부분 이혼이나 사업 실패 뒤 가족과 단절한 채 혼자 지내온 남성들입니다.

독거 노인들과 달리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이다 보니, 좀처럼 주변에 도움을 구하지도 않아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50대 독거 남성 : "도와달라 소리 안 해봤어요, 누구한테. 내가 도와주면 도와줬지, 남한테 그럴 자존심은 없어요."

이처럼 혼자 사는 50대 남성들은 고독사에 매우 취약하지만 정작 정부 정책에서는 소외돼 있습니다.

응급 안전망 구축과 친구 만들기, 안부 확인 등 고독사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 대상은 65세 이상 독거 노인들로 한정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일부 자치단체에서 50대 남성들에 특화된 고독사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일부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홍영준(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라고도 충분히 얘기가 가능하다. 장년층까지 충분히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국내 홀로 사는 50대 남성은 29만여 명,

1인 가구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고독사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반영한 보다 촘촘한 안전망 구축 노력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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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나홀로 50대 남자’의 쓸쓸한 죽음
    • 입력 2017-07-08 21:25:16
    • 수정2017-07-08 21: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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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흔히 고독사 하면 독거 노인들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독사가 이젠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50대 남성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요,

부쩍 늘고 있는 50대 독거남들의 고독사 문제를 김채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광주에서는 52살 최 모 씨가 집안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기요금이 밀리자 집을 찾은 검침원이 시신을 발견한 건데, 숨을 거둔 지 이미 석 달이 지난 뒤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 변조) : "술 먹고 의식 잃어 가지고 (돌아가신 거죠). 이혼하고 우울증 비슷하게 해서 술만 혼자서..."

부산에서도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던 59살 남성이 영양결핍으로 숨지는 등 최근 한달 동안 발생한 50대 고독사는 알려진 것만 5건에 이릅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여기 사는지도) 몰랐지요. 이웃 사람들 절대 문 안 열어봐. 안 들여다 봐요."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의 시신을 안치해 놓은 병원입니다.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제일 많은 건 50대입니다.

<녹취> 무연고 시신 안치실 관계자 : "상반기에 6명의 무연고자가 있었는데 50대가 세 분... 알코중 중독도 있고."

실제로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들을 분석한 결과 고독사의 36%는 50대,

대부분 이혼이나 사업 실패 뒤 가족과 단절한 채 혼자 지내온 남성들입니다.

독거 노인들과 달리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이다 보니, 좀처럼 주변에 도움을 구하지도 않아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50대 독거 남성 : "도와달라 소리 안 해봤어요, 누구한테. 내가 도와주면 도와줬지, 남한테 그럴 자존심은 없어요."

이처럼 혼자 사는 50대 남성들은 고독사에 매우 취약하지만 정작 정부 정책에서는 소외돼 있습니다.

응급 안전망 구축과 친구 만들기, 안부 확인 등 고독사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 대상은 65세 이상 독거 노인들로 한정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일부 자치단체에서 50대 남성들에 특화된 고독사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일부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홍영준(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라고도 충분히 얘기가 가능하다. 장년층까지 충분히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국내 홀로 사는 50대 남성은 29만여 명,

1인 가구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고독사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반영한 보다 촘촘한 안전망 구축 노력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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