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폭염 속 ‘폐지 노인’ 참사 잇따라…안전 무방비

입력 2017.07.20 (21:34) 수정 2017.07.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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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같은 폭염엔 젊은이들도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면 위험한데요,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길거리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폭염에 쓰러져 숨지거나 수레를 끌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폭염 속에 더욱 힘겨운 폐지수거 노인들을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한 할머니가 폐지를 실은 유모차를 밀고 느릿느릿 길을 건넙니다.

그 순간, 어둠 속을 달리던 오토바이가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맙니다.

낮더위를 피해 새벽에 폐지를 주우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겁니다.

<인터뷰> 최병순(사고 피해자) : "원래 가진 것 없이 살아서 박스 쪼가리라도 있으면 줍고 바람도 쐬고 그러려고 나갔다가 그랬어요."

중상을 입은 할머니의 집에는 그동안 모은 폐지와 깡통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인터뷰> 전 모 씨(최 할머니 아들) : "안돼요, 절대 하지 말라고 해도...자식들은 다 말려, 그런데 해야 돼."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레를 끌고 폐지 수거에 나선 노인들,

버스가 따라와도 무더위에 지친 듯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차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너고, 차와 차 사이를 누빕니다.

<녹취> "(할머니, 안 무서우세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폐지를 넘치게 쌓아올린 이 손수레의 무게는 2백 킬로그램을 훌쩍 넘어갑니다.

폭염에 이렇게 부피가 크고 무거운 손수레를 끌다 보면 주변에 차량이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한염효(폐지 수거 노인) : "더울 때는 여기서 쉬었다 가야겠다 하는 내 마음으로 생각이 올 때가 있어요.딱 일어나면 핑 돌아요. 아찔해요."

지난주 청주에서는 폐지를 줍던 70대 할머니가 열사병으로 쓰러진 뒤 숨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양쪽 테이프를 뗀 다음에 이렇게 붙이고 감으시면 됩니다."

일부 지자체와 경찰이 야광 조끼와 반사 스티커를 보급하고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인터뷰> 김희중(서울동대문경찰서 교통과장) :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쳤을 때 반사되는 빛이 상당히 강합니다. 그래서 원거리에서도 운전자가 쉽게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노인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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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폭염 속 ‘폐지 노인’ 참사 잇따라…안전 무방비
    • 입력 2017-07-20 21:36:35
    • 수정2017-07-21 11:07:55
    뉴스 9
<앵커 멘트>

요즘 같은 폭염엔 젊은이들도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면 위험한데요,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길거리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폭염에 쓰러져 숨지거나 수레를 끌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폭염 속에 더욱 힘겨운 폐지수거 노인들을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한 할머니가 폐지를 실은 유모차를 밀고 느릿느릿 길을 건넙니다.

그 순간, 어둠 속을 달리던 오토바이가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맙니다.

낮더위를 피해 새벽에 폐지를 주우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겁니다.

<인터뷰> 최병순(사고 피해자) : "원래 가진 것 없이 살아서 박스 쪼가리라도 있으면 줍고 바람도 쐬고 그러려고 나갔다가 그랬어요."

중상을 입은 할머니의 집에는 그동안 모은 폐지와 깡통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인터뷰> 전 모 씨(최 할머니 아들) : "안돼요, 절대 하지 말라고 해도...자식들은 다 말려, 그런데 해야 돼."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레를 끌고 폐지 수거에 나선 노인들,

버스가 따라와도 무더위에 지친 듯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차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너고, 차와 차 사이를 누빕니다.

<녹취> "(할머니, 안 무서우세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폐지를 넘치게 쌓아올린 이 손수레의 무게는 2백 킬로그램을 훌쩍 넘어갑니다.

폭염에 이렇게 부피가 크고 무거운 손수레를 끌다 보면 주변에 차량이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한염효(폐지 수거 노인) : "더울 때는 여기서 쉬었다 가야겠다 하는 내 마음으로 생각이 올 때가 있어요.딱 일어나면 핑 돌아요. 아찔해요."

지난주 청주에서는 폐지를 줍던 70대 할머니가 열사병으로 쓰러진 뒤 숨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양쪽 테이프를 뗀 다음에 이렇게 붙이고 감으시면 됩니다."

일부 지자체와 경찰이 야광 조끼와 반사 스티커를 보급하고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인터뷰> 김희중(서울동대문경찰서 교통과장) :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쳤을 때 반사되는 빛이 상당히 강합니다. 그래서 원거리에서도 운전자가 쉽게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노인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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