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이건희 차명계좌…눈 감은 금융위

입력 2018.03.06 (18:05) 수정 2018.03.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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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일부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30억이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드러난 것만 천5백개에 육박하지만 현행법상 금융실명제 시행 전에 만들어진 것만 과징금 부과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이번 기회에 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얘기 경제부 홍희정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홍 기자, 참 오래된 얘기죠?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처음부터 정리를 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은데요.

처음 드러난 게 10년 전이죠?

[기자]

2007년 10월이었죠.

당시 삼성그룹 재무팀장과 법률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했었는데요.

자신이 50억 원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의 전체 비자금은 10조원 대에 달한다는 폭로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 비자금 특검이 만들어지게 됐고, 이듬해 1월에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는데요.

특검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준웅/당시 삼성 특별검사 : "삼성 임원들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이 대부분 이건희의 차명자금이고, 그 전체 규모는 삼성생명 2조 3천억 원을 포함한 4조 5천억 원 정도입니다."]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이나, 조세 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고,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당시 불구속 이유였고요.

법원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는데요.

다음해, 그러니까 2009년 말 당시 정부는 이건희 회장을 단독 특별 사면했습니다.

[앵커]
그 당시 삼성 측에서는 차명계좌를 이건희 회장 명의로 바꾸고, 세금도 내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졌나요?

[앵커]
당시 삼성 특검에서 밝혀낸 계좌는 모두 1197개, 규모는 4조 5천억 원 정도였거든요.

특검이 끝나고 삼성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학수/삼성그룹 부회장/2008년 당시 :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습니다."]

특검에서 밝혀낸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이고,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 차명계좌들은 이 회장 명의로 전환되지도 않았고, 해당 계좌들의 잔고는 대부분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명의가 전환되지 않았으니까 차명계좌와 관련해서 이 회장이 직접 낸 세금도 없습니다.

[앵커]
차명계좌가 특검을 통해 밝혀졌는데도, 그 계좌에 들어있던 돈이 실명 전환 되지 않고 그냥 빠져나갔다는 건가요?

[기자]
네, 금융위원회가 금융실명법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그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인데요.

이를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

그러니까, 친목회, 동호회로 돼 있는 이른바 가명계좌만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해석한 겁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돼 있긴 한데, 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실명으로 계좌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본 거죠.

[앵커]
그래서 금융위가 그동안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한 것이군요.

그런데 왜 이런 입장이 바뀐 건가요?

[기자]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고, 금융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요.

혁신위가 지난해 12월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라고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당시에도 과징금 부과는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사실상 어렵다,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 다음에도 과징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위는 결국 법제처에 법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제처가 금융실명제 시행 전에 만들어져서 시행 후에 시제 주인이 밝혀진 차명계좌에는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 이런 해석을 한 것이죠.

이 해석을 계기로 금융위도 입장을 바꾼 겁니다.

[최종구/금융위원장 :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변경했기 때문에 저희가 그 변경된 해석에 따라 앞으로 할 일을 하겠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번에 과징금이 부과되는 건 실명제 이전 계좌인 것이군요.

당시 밝혀낸 차명계좌 규모만 4조 5천억 원이었는데,

과징금이 30억 밖에 안되는 이유도 같은가요?

[기자]
네, 이 회장의 차명계좌 대부분은 금융실명제 이후에 만들어진 계좌고, 실명제 이전 계좌는 27개 뿐입니다.

4개 증권사에 개설된 건데, 금융감독원이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계좌 잔고를 뒤져보니까 61억 8천만 원으로 확인됐거든요.

현재 가치로 따지면 2천 3백억 원이나 되지만 과징금은 당시 잔고 기준이고, 이 금액의 50%가 과징금이니까 과징금이 30억 원 정도로 나오는 겁니다.

[앵커]
과징금 부과 대상을 확대해야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금융위에서도 과징금 부과 대상을 확대 하겠다고 했는데, 전망은 어떻나요?

[기자]
네,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난 차명계좌들이 있는데요.

이 밖에 천 4백 개가 넘는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금융실명제 시행 뒤에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금융위는 과징금 부과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범/금융위 부위원장 : "차명이 드러난 시점의 금융자산 가액으로 현행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과징금 액수도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법 소급 적용은 쉽지 않아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지는 미지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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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6 18:09:56
    • 수정2018-03-06 18: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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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일부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30억이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드러난 것만 천5백개에 육박하지만 현행법상 금융실명제 시행 전에 만들어진 것만 과징금 부과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이번 기회에 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얘기 경제부 홍희정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홍 기자, 참 오래된 얘기죠?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처음부터 정리를 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은데요.

처음 드러난 게 10년 전이죠?

[기자]

2007년 10월이었죠.

당시 삼성그룹 재무팀장과 법률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했었는데요.

자신이 50억 원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의 전체 비자금은 10조원 대에 달한다는 폭로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 비자금 특검이 만들어지게 됐고, 이듬해 1월에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는데요.

특검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준웅/당시 삼성 특별검사 : "삼성 임원들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이 대부분 이건희의 차명자금이고, 그 전체 규모는 삼성생명 2조 3천억 원을 포함한 4조 5천억 원 정도입니다."]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이나, 조세 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고,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당시 불구속 이유였고요.

법원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는데요.

다음해, 그러니까 2009년 말 당시 정부는 이건희 회장을 단독 특별 사면했습니다.

[앵커]
그 당시 삼성 측에서는 차명계좌를 이건희 회장 명의로 바꾸고, 세금도 내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졌나요?

[앵커]
당시 삼성 특검에서 밝혀낸 계좌는 모두 1197개, 규모는 4조 5천억 원 정도였거든요.

특검이 끝나고 삼성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학수/삼성그룹 부회장/2008년 당시 :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습니다."]

특검에서 밝혀낸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이고,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 차명계좌들은 이 회장 명의로 전환되지도 않았고, 해당 계좌들의 잔고는 대부분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명의가 전환되지 않았으니까 차명계좌와 관련해서 이 회장이 직접 낸 세금도 없습니다.

[앵커]
차명계좌가 특검을 통해 밝혀졌는데도, 그 계좌에 들어있던 돈이 실명 전환 되지 않고 그냥 빠져나갔다는 건가요?

[기자]
네, 금융위원회가 금융실명법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그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인데요.

이를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

그러니까, 친목회, 동호회로 돼 있는 이른바 가명계좌만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해석한 겁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돼 있긴 한데, 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실명으로 계좌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본 거죠.

[앵커]
그래서 금융위가 그동안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한 것이군요.

그런데 왜 이런 입장이 바뀐 건가요?

[기자]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고, 금융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요.

혁신위가 지난해 12월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라고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당시에도 과징금 부과는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사실상 어렵다, 이런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 다음에도 과징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위는 결국 법제처에 법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제처가 금융실명제 시행 전에 만들어져서 시행 후에 시제 주인이 밝혀진 차명계좌에는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 이런 해석을 한 것이죠.

이 해석을 계기로 금융위도 입장을 바꾼 겁니다.

[최종구/금융위원장 :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변경했기 때문에 저희가 그 변경된 해석에 따라 앞으로 할 일을 하겠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번에 과징금이 부과되는 건 실명제 이전 계좌인 것이군요.

당시 밝혀낸 차명계좌 규모만 4조 5천억 원이었는데,

과징금이 30억 밖에 안되는 이유도 같은가요?

[기자]
네, 이 회장의 차명계좌 대부분은 금융실명제 이후에 만들어진 계좌고, 실명제 이전 계좌는 27개 뿐입니다.

4개 증권사에 개설된 건데, 금융감독원이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계좌 잔고를 뒤져보니까 61억 8천만 원으로 확인됐거든요.

현재 가치로 따지면 2천 3백억 원이나 되지만 과징금은 당시 잔고 기준이고, 이 금액의 50%가 과징금이니까 과징금이 30억 원 정도로 나오는 겁니다.

[앵커]
과징금 부과 대상을 확대해야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금융위에서도 과징금 부과 대상을 확대 하겠다고 했는데, 전망은 어떻나요?

[기자]
네,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난 차명계좌들이 있는데요.

이 밖에 천 4백 개가 넘는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금융실명제 시행 뒤에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금융위는 과징금 부과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범/금융위 부위원장 : "차명이 드러난 시점의 금융자산 가액으로 현행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하고, 과징금 액수도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법 소급 적용은 쉽지 않아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지는 미지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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