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된다, 안 된다”…폐비닐 재활용 혼란 계속

입력 2018.04.04 (08:32) 수정 2018.04.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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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재활용 쓰레기 종전대로 버리고 계십니까.

폐비닐 대란이 불거지자 환경부가 나서서 급하게 대책을 발표했었죠.

예전처럼 재활용품을 배출해도 된다는 거였는데,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확인해보니 혼란은 여전했습니다.

여전히 폐비닐은 받지 않는다는 곳을 어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배출된다, 안된다. 정부와 지자체, 아파트 관리사무소, 수거업체의 말은 다 달랐습니다.

주민들은 대체 어떤 말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한데요.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환경부에서 종전처럼 재활용 수거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지 이틀째인 어제,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아직 폐비닐 등 일부 재활용품 수거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습니다.

분리수거장에선 비닐류 수거 봉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파트 주민 : “뉴스에서 나왔어. (조금 전에?) 버려도 된다고(모르겠어.)"]

종전대로 배출이 가능한 줄 알고 비닐류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나왔는데, 막상 버릴 곳이 없는 상황.

다른 주민이 놓고 간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비닐을 끼워 넣는가 하면,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다른 분리수거 자루에 넣기도 합니다.

[황인순/아파트 주민 : “수거 안 한다고 해도, 경비원이 버리지 말라고 해도 몰래 버리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꿎은 경비원만 일이 늘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돈 주고 (종량제 봉투를) 사서…. 우리가 비닐을 집어넣어야 하니까. 그럼 어디 버릴 데가 없잖아.”]

[아파트 관리소 직원 : “재활용 업체가 쓰레기 수거해가잖아요. 그런데 재활용 업체와 아직 얘기가 안 됐거든요. 일단 가지고 계시면 저희가 얘기되는 대로 아마 공고할 거거든요.”]

비닐류 배출이 된다, 안 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주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환경부 발표대로 배출이 가능할 때까지 일단 집 안에다 재활용품을 모아 놓고 있습니다.

[김기철/아파트 주민 : “음식물 같은 게 안 묻어서 그냥 보관하고 있습니다. 모아서 이제 한 번에 분리해서 넣으려고요.”]

[최금자/아파트 주민 : “집에다 모아두니까 불편하지. 그거를 어떻게 해요.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 다 불편하죠. 글쎄 무슨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환경부는 수도권 48개 수거 업체 전체와 협의를 끝냈다고 했지만, 직접 수거를 해오는 수집 운반 업체들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합니다.

[재활용품 수집 운반 업체 관계자 : “뉴스에서 그런 소식을 듣고요. 아파트 관리실에서 많이 연락이 와요. 수거를 어떻게 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다른 데도 얘기를 들어봤는데 수거를 할 수 없는 경우죠.”]

'깨끗한 비닐'만 받겠다는 조건도 현장에선 적용이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재활용품 수집 운반 업체 관계자 : “선별업체도 비닐류가 품질 기준에 맞는 경우, 100% 깨끗할 자신 있으면 가져와라. kg당 200원을 받겠다. 지금 그렇게 나오거든요. 깨끗이 분리했다고 와서 보라고 하는 아파트를 가봤더니 여전히 지저분해요.”]

각 구청이 분리수거 지침이라고 아파트에 내려보낸 공문마저 내용이 제각각이라 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의 경우 재활용 마크와 관계없이 비닐을 깨끗이 씻어 재활용으로 배출해 달라고 했지만, 성북구는 반대로 재활용 마크가 있는 비닐만 배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환희/재활용품 수거 업체 관계자 : “지자체마다 다르다니까요. 이러니 주민들이 혼선이 올 수밖에 없고…….”]

수거해온 재활용품이 모이는 인천의 한 선별장입니다.

비닐류 폐기물이 담긴 봉투를 뜯어봤습니다.

음식물이 그대로 묻어 있는 비닐에 플라스틱, 나무 바구니가 섞여 있고, 심지어 몸집이 큰 쿠션까지 나옵니다.

수거 업체 입장에선 이런 것들을 다시 돈을 주고 생활 폐기물로 버려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전재범/재활용품 수거 업체 대표 : “지금까지 비닐은 저희한테 수익을 안겨다 주는 품목은 아니었습니다. 플라스틱에서 나왔던 이윤 중의 일부를 저희가 비닐을 처리하는데 사용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가 판매를 하고 있는 플라스틱 역시 마찬가지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에선 혼란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일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올해 1월부터 고체 폐기물 24종류 수입을 중단했는데, 재활용품을 수거하면 할수록 수거 업체는 손해를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경로/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부회장 : "6개월 이상을 우리가 계속 적자를 보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에) 쓰레기 대란이 올 거라는 것도 미리 예시를 해드렸어요."]

폐비닐 대란이 불거지고 나서야 환경부가 급하게 대책이라고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일선 수거 현장에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소연/재활용품 처리 업체 대표 : “(정부가) 이물질이 묻거나 오염된 비닐이나 스티로폼류는 종량제 봉투에 넣도록 주민들한테 홍보할 테니까 나머지 깔끔한 것들은 거둬가 달라 일단은. 서로 약간 한 발씩 물러나서 일차적인 협상을 한 거지 이게 근본적인 대책은 전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민간 업체는) 비닐류의 수거와 선별과 재활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결국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재활용 사업자들이 수거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공공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거냐, 라고 하는 것들을 장기적으로 고려해봐야 되는 것이죠.”]

환경부는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폐비닐 수거를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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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된다, 안 된다”…폐비닐 재활용 혼란 계속
    • 입력 2018-04-04 08:34:17
    • 수정2018-04-06 08: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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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재활용 쓰레기 종전대로 버리고 계십니까.

폐비닐 대란이 불거지자 환경부가 나서서 급하게 대책을 발표했었죠.

예전처럼 재활용품을 배출해도 된다는 거였는데,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확인해보니 혼란은 여전했습니다.

여전히 폐비닐은 받지 않는다는 곳을 어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배출된다, 안된다. 정부와 지자체, 아파트 관리사무소, 수거업체의 말은 다 달랐습니다.

주민들은 대체 어떤 말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한데요.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환경부에서 종전처럼 재활용 수거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지 이틀째인 어제,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아직 폐비닐 등 일부 재활용품 수거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습니다.

분리수거장에선 비닐류 수거 봉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파트 주민 : “뉴스에서 나왔어. (조금 전에?) 버려도 된다고(모르겠어.)"]

종전대로 배출이 가능한 줄 알고 비닐류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나왔는데, 막상 버릴 곳이 없는 상황.

다른 주민이 놓고 간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비닐을 끼워 넣는가 하면,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다른 분리수거 자루에 넣기도 합니다.

[황인순/아파트 주민 : “수거 안 한다고 해도, 경비원이 버리지 말라고 해도 몰래 버리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꿎은 경비원만 일이 늘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돈 주고 (종량제 봉투를) 사서…. 우리가 비닐을 집어넣어야 하니까. 그럼 어디 버릴 데가 없잖아.”]

[아파트 관리소 직원 : “재활용 업체가 쓰레기 수거해가잖아요. 그런데 재활용 업체와 아직 얘기가 안 됐거든요. 일단 가지고 계시면 저희가 얘기되는 대로 아마 공고할 거거든요.”]

비닐류 배출이 된다, 안 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주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환경부 발표대로 배출이 가능할 때까지 일단 집 안에다 재활용품을 모아 놓고 있습니다.

[김기철/아파트 주민 : “음식물 같은 게 안 묻어서 그냥 보관하고 있습니다. 모아서 이제 한 번에 분리해서 넣으려고요.”]

[최금자/아파트 주민 : “집에다 모아두니까 불편하지. 그거를 어떻게 해요.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 다 불편하죠. 글쎄 무슨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환경부는 수도권 48개 수거 업체 전체와 협의를 끝냈다고 했지만, 직접 수거를 해오는 수집 운반 업체들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합니다.

[재활용품 수집 운반 업체 관계자 : “뉴스에서 그런 소식을 듣고요. 아파트 관리실에서 많이 연락이 와요. 수거를 어떻게 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다른 데도 얘기를 들어봤는데 수거를 할 수 없는 경우죠.”]

'깨끗한 비닐'만 받겠다는 조건도 현장에선 적용이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재활용품 수집 운반 업체 관계자 : “선별업체도 비닐류가 품질 기준에 맞는 경우, 100% 깨끗할 자신 있으면 가져와라. kg당 200원을 받겠다. 지금 그렇게 나오거든요. 깨끗이 분리했다고 와서 보라고 하는 아파트를 가봤더니 여전히 지저분해요.”]

각 구청이 분리수거 지침이라고 아파트에 내려보낸 공문마저 내용이 제각각이라 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의 경우 재활용 마크와 관계없이 비닐을 깨끗이 씻어 재활용으로 배출해 달라고 했지만, 성북구는 반대로 재활용 마크가 있는 비닐만 배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환희/재활용품 수거 업체 관계자 : “지자체마다 다르다니까요. 이러니 주민들이 혼선이 올 수밖에 없고…….”]

수거해온 재활용품이 모이는 인천의 한 선별장입니다.

비닐류 폐기물이 담긴 봉투를 뜯어봤습니다.

음식물이 그대로 묻어 있는 비닐에 플라스틱, 나무 바구니가 섞여 있고, 심지어 몸집이 큰 쿠션까지 나옵니다.

수거 업체 입장에선 이런 것들을 다시 돈을 주고 생활 폐기물로 버려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전재범/재활용품 수거 업체 대표 : “지금까지 비닐은 저희한테 수익을 안겨다 주는 품목은 아니었습니다. 플라스틱에서 나왔던 이윤 중의 일부를 저희가 비닐을 처리하는데 사용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가 판매를 하고 있는 플라스틱 역시 마찬가지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체 측에선 혼란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일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올해 1월부터 고체 폐기물 24종류 수입을 중단했는데, 재활용품을 수거하면 할수록 수거 업체는 손해를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경로/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부회장 : "6개월 이상을 우리가 계속 적자를 보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에) 쓰레기 대란이 올 거라는 것도 미리 예시를 해드렸어요."]

폐비닐 대란이 불거지고 나서야 환경부가 급하게 대책이라고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일선 수거 현장에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소연/재활용품 처리 업체 대표 : “(정부가) 이물질이 묻거나 오염된 비닐이나 스티로폼류는 종량제 봉투에 넣도록 주민들한테 홍보할 테니까 나머지 깔끔한 것들은 거둬가 달라 일단은. 서로 약간 한 발씩 물러나서 일차적인 협상을 한 거지 이게 근본적인 대책은 전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민간 업체는) 비닐류의 수거와 선별과 재활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결국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재활용 사업자들이 수거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공공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거냐, 라고 하는 것들을 장기적으로 고려해봐야 되는 것이죠.”]

환경부는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폐비닐 수거를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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