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주 52시간 시행 한 달 앞…기업들 움직임은?

입력 2018.06.05 (18:06) 수정 2018.06.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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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달이면 평일과 휴일을 합해 법정 노동시간이 한주 52시간으로 줄게 됩니다.

우선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부터 적용되는데요,

유예기간 3년에 걸쳐 점차 확대됩니다.

경제부 황정호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당장 다음 달부터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기업들, 기업 규모로 보면 대기업들일텐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기자]

대기업들은 발빠르게 다양한 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68시간에서 열 시간 넘게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업무 방식이나 인력 운용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한데요.

이러다보니 미리 여러 제도를 시범 운용해보면서 적절한 해법을 찾고 있는 겁니다.

핵심은 근로 시간은 줄이되 실제 일하는 시간 동안의 생산성은 높이겠다는 건데요.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출퇴근 시간을 조율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일단, 이른바 '칼퇴근'과 '유연 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의 상황 한번 보시죠.

올 3월부터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부서 내 TV나 노트북에 알람이 뜹니다.

업무 상 이유 등으로 신청을 따로 하지 않으면 컴퓨터도 강제로 꺼버립니다.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게 해 이르면 오후에도 퇴근할 수 있습니다.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송진희/ KT 대리 : "제 만족도라든지 업무에 대한 능률도 올라가고 회사내에서도 좀 파워풀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냥 즐겁게 노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더 빡빡하게 일해야 하고 회의나 보고 등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또 다른 기업 역시 시스템은 비슷합니다.

유연 근로제가 활성화되다 보니 이른 퇴근을 한 뒤 요리를 배우는 등 자기계발에 힘쓰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업무 효율성 때문에 근태 관리가 더 깐깐합니다.

업무 시간 수시로 사내 방송 등을 통해 보다 집중력 있게 일하라고 독촉하기도 하는데요.

한번 보시죠.

[사내방송 : "회의 흡연 티타임 등 업무에 방해되는 행동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택진/신세계 이마트 인사담당 팀장 : "기존 수준이상의 생산력을 발휘하고 업무를완수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아무래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무의미한거니까요, 타협점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노동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아무리 집중력 있게 일한다 하더라도 기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이 줄면 일손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노동 시간이 줄면 업무를 나눌 인력이 당연히 필요하게 되겠죠.

고용노동부에서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최대 일자리 18만 개 정도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족해진 일손을 신규 채용으로 채우는 대기업도 있었습니다.

이 기업은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정부 방침에 맞춰 아예 근무 형태를 바꿨습니다.

기존 3조 3교대 근무를 4조 3교대로 바꾼 건데요.

4개조가 8시간씩 돌아가며 근무하니까 1개조는 한번 야근 뒤에 하루를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기존 56시간 근무를 42시간으로 줄였습니다.

대신 부족해진 일손 5백 명은 추가로 뽑았습니다.

대통령이 방문해서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이홍렬/한화큐셀 인사행정 부장 : "3개월 정도 채용 및 교육을 거쳐 가지고 교대 조 근무를 변경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26만 명 정도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요.

중소기업중앙회도 기존보다 20% 정도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서 이걸 메꾸기 위한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그런데 업종의 특성 상 근무형태 변경이 어려운 곳들도 많잖아요?

[기자]

네. 대표적인 곳이 건설업종입니다.

위반 시에는 사업주가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는 해야 하는데, 건설은 오늘처럼 더운 날엔 작업 속도가 느려지는 등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러다보니 예정된 공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 시간까지 줄이라고 하니 답답한 겁니다.

막막한 건설업계 사람들은 지난달 말 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외국 건설 현장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바뀐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당장 비용도 많이 들 것이고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할테니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정부가 공공부문은 공사비 등을 조정해주기로 했는데 민간부분은 사실상 대책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면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송주현/건설산업연맹 : "원래 있었던 공사기간이나 그날 공사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아마 속도전을 이루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많습니다."]

기업 규모 면에서 보면, 중소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40% 이상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여서 무엇보다 납기일을 맞추는 게 관건인데요.

이 중소기업은 물량이 몰릴 땐 주 60시간 넘게 일하며 납품을 맞춰 왔습니다.

구인을 해도 기술자 찾는 게 어려운 데, 근로 시간까지 단축되면 어려움이 더 커질거라고 하소연합니다.

[앵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부담의 정도가 무척 커보이는데요.

보완책은 없을까요?

[기자]

특정 기간 동안 평균 노동시간만 지키면 추가 근무를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보완책으로 거론되는데요,

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현재 3개월로 돼 있는데, 업종별 특성이나 계절적 변수 등을 고려해 이 기간을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늘리는 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입니다.

예전에 주5일제가 처음 시행될 때도 시행착오들이 있었던 것처럼 다가오는 52시간 근무 시대에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고민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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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인트 경제] 주 52시간 시행 한 달 앞…기업들 움직임은?
    • 입력 2018-06-05 18:09:12
    • 수정2018-06-05 18:19:07
    통합뉴스룸ET
[앵커]

다음 달이면 평일과 휴일을 합해 법정 노동시간이 한주 52시간으로 줄게 됩니다.

우선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부터 적용되는데요,

유예기간 3년에 걸쳐 점차 확대됩니다.

경제부 황정호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당장 다음 달부터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기업들, 기업 규모로 보면 대기업들일텐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기자]

대기업들은 발빠르게 다양한 근무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68시간에서 열 시간 넘게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업무 방식이나 인력 운용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한데요.

이러다보니 미리 여러 제도를 시범 운용해보면서 적절한 해법을 찾고 있는 겁니다.

핵심은 근로 시간은 줄이되 실제 일하는 시간 동안의 생산성은 높이겠다는 건데요.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출퇴근 시간을 조율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일단, 이른바 '칼퇴근'과 '유연 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의 상황 한번 보시죠.

올 3월부터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부서 내 TV나 노트북에 알람이 뜹니다.

업무 상 이유 등으로 신청을 따로 하지 않으면 컴퓨터도 강제로 꺼버립니다.

오전 6시에서 10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게 해 이르면 오후에도 퇴근할 수 있습니다.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송진희/ KT 대리 : "제 만족도라든지 업무에 대한 능률도 올라가고 회사내에서도 좀 파워풀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냥 즐겁게 노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더 빡빡하게 일해야 하고 회의나 보고 등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또 다른 기업 역시 시스템은 비슷합니다.

유연 근로제가 활성화되다 보니 이른 퇴근을 한 뒤 요리를 배우는 등 자기계발에 힘쓰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업무 효율성 때문에 근태 관리가 더 깐깐합니다.

업무 시간 수시로 사내 방송 등을 통해 보다 집중력 있게 일하라고 독촉하기도 하는데요.

한번 보시죠.

[사내방송 : "회의 흡연 티타임 등 업무에 방해되는 행동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택진/신세계 이마트 인사담당 팀장 : "기존 수준이상의 생산력을 발휘하고 업무를완수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아무래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무의미한거니까요, 타협점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노동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아무리 집중력 있게 일한다 하더라도 기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이 줄면 일손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노동 시간이 줄면 업무를 나눌 인력이 당연히 필요하게 되겠죠.

고용노동부에서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최대 일자리 18만 개 정도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족해진 일손을 신규 채용으로 채우는 대기업도 있었습니다.

이 기업은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정부 방침에 맞춰 아예 근무 형태를 바꿨습니다.

기존 3조 3교대 근무를 4조 3교대로 바꾼 건데요.

4개조가 8시간씩 돌아가며 근무하니까 1개조는 한번 야근 뒤에 하루를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기존 56시간 근무를 42시간으로 줄였습니다.

대신 부족해진 일손 5백 명은 추가로 뽑았습니다.

대통령이 방문해서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이홍렬/한화큐셀 인사행정 부장 : "3개월 정도 채용 및 교육을 거쳐 가지고 교대 조 근무를 변경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26만 명 정도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요.

중소기업중앙회도 기존보다 20% 정도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서 이걸 메꾸기 위한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그런데 업종의 특성 상 근무형태 변경이 어려운 곳들도 많잖아요?

[기자]

네. 대표적인 곳이 건설업종입니다.

위반 시에는 사업주가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게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는 해야 하는데, 건설은 오늘처럼 더운 날엔 작업 속도가 느려지는 등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러다보니 예정된 공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 시간까지 줄이라고 하니 답답한 겁니다.

막막한 건설업계 사람들은 지난달 말 거리로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외국 건설 현장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바뀐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하는데, 당장 비용도 많이 들 것이고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할테니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정부가 공공부문은 공사비 등을 조정해주기로 했는데 민간부분은 사실상 대책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면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송주현/건설산업연맹 : "원래 있었던 공사기간이나 그날 공사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아마 속도전을 이루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많습니다."]

기업 규모 면에서 보면, 중소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40% 이상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여서 무엇보다 납기일을 맞추는 게 관건인데요.

이 중소기업은 물량이 몰릴 땐 주 60시간 넘게 일하며 납품을 맞춰 왔습니다.

구인을 해도 기술자 찾는 게 어려운 데, 근로 시간까지 단축되면 어려움이 더 커질거라고 하소연합니다.

[앵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부담의 정도가 무척 커보이는데요.

보완책은 없을까요?

[기자]

특정 기간 동안 평균 노동시간만 지키면 추가 근무를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보완책으로 거론되는데요,

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현재 3개월로 돼 있는데, 업종별 특성이나 계절적 변수 등을 고려해 이 기간을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늘리는 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입니다.

예전에 주5일제가 처음 시행될 때도 시행착오들이 있었던 것처럼 다가오는 52시간 근무 시대에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고민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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