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적차량 단속 돈받고 눈감아줘

입력 1993.02.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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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찬 앵커 :

대형사고와 도로파손의 주범인 과적차량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이른바 계근대에서 일정금액의 돈을 받고 과적차량들을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단속이 이루어질리 만무합니다.

그 현장을 김형근 기자가 고발합니다.


김형근 기자 :

충남 논산과 공주를 거쳐 서울로 가는 23번 국도입니다.

호남에서 올라오는 화물차량은 대부분 이 도로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평소 과적차량의 천국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취재진은 과적차량을 직접 단속하고 있는 계통계근대를 찾았습니다.

세 명의 근무자가 열심히 화물차를 검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단속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것이 과적의 정도를 재는 계근장치지만 이곳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근무자들은 모두 계근대 우측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좀 더 바짝 접근해 봤습니다.

화물차 한대가 검문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운전사가 손을 바깥으로 내밀고 있습니다.

근무자 한명이 무엇인가를 건네 받습니다.

그리고는 무사통과입니다.

또 한대의 차량이 섭니다.

이번에는 주위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뒤로 돌아선채 다른 차량들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그리고 역시 무엇인가를 재빨리 받고 차를 그냥 통과

시킵니다.

10분 뒤 또 다른 화물차입니다.

이번에는 먼저 문을 열고 노골적으로 무엇 인가를 받습니다.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좀 전에 받은 것을 주머니에서 꺼내 나누어 가집니다.

무엇을 주는지 확인하기위해 계근대를 막 지난 화물차를 붙잡았습니다.

“돈주고 통과하는 거죠.”

“그러니까 얼마 쥐요?”

“뭐 대중 없어요.”

“2천원, 3천원, 많게는 뭐 5천원, 돈 만원도 먹고.”

“본인들 말로는 한대도 없어요. 과적한 차량이.”

“그거야 오늘도 수백대 지나갔죠. 과적한 차들.”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이 시간당 2백 여대, 이 가운데 절반정도 과적 차량이기 때문에 2천원 씩만 받아도 1시간에 20만원 정도는 받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계근대 근무자들에게 직접 물어 봤습니다.

“아까 그 주고받는 그 돈이 어디 있던데, 그건 왜 받는 겁니까?”

갑자기 모두 벙어리가 됐습니다.

“지금 배가 아파갖고요.”

“에?”

“저기 앉아 있었어”

“근무하시는 거 다 봤어요. 세분 근무하시는거”

단속일지를 들추어 봤습니다.

수백대의 과적차량 가운데 이틀동안 단속된 차량은 단 한대에 불과합니다.

컴퓨터의 기록을 살펴봐도 계근장치를 통해 화물무게를 잰 차량은 시간당 7, 8대에 불과합니다.

물론 과적차량은 단 한대도 없습니다.

측정시간도 10시 20분대와 11시 55분대 등 일정시간대에 집중돼 있습니다.

단속근거를 남기기 위한 형식적인 측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근무자들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화물차를 세워 높고도 화물차가 서지 않기 때문에 도리 없다는 엉뚱한 말만 되풀이 합니다.


계근대 근무자 :

빈차도 안와요.

거짓말 아니라 한번 나가셔 가지고 ...빈차도 안 들어와요.

김형근 기자 :

KBS 뉴스 김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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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적차량 단속 돈받고 눈감아줘
    • 입력 1993-02-23 21:00:00
    뉴스 9

유근찬 앵커 :

대형사고와 도로파손의 주범인 과적차량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이른바 계근대에서 일정금액의 돈을 받고 과적차량들을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단속이 이루어질리 만무합니다.

그 현장을 김형근 기자가 고발합니다.


김형근 기자 :

충남 논산과 공주를 거쳐 서울로 가는 23번 국도입니다.

호남에서 올라오는 화물차량은 대부분 이 도로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평소 과적차량의 천국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취재진은 과적차량을 직접 단속하고 있는 계통계근대를 찾았습니다.

세 명의 근무자가 열심히 화물차를 검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단속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것이 과적의 정도를 재는 계근장치지만 이곳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근무자들은 모두 계근대 우측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좀 더 바짝 접근해 봤습니다.

화물차 한대가 검문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운전사가 손을 바깥으로 내밀고 있습니다.

근무자 한명이 무엇인가를 건네 받습니다.

그리고는 무사통과입니다.

또 한대의 차량이 섭니다.

이번에는 주위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뒤로 돌아선채 다른 차량들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그리고 역시 무엇인가를 재빨리 받고 차를 그냥 통과

시킵니다.

10분 뒤 또 다른 화물차입니다.

이번에는 먼저 문을 열고 노골적으로 무엇 인가를 받습니다.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좀 전에 받은 것을 주머니에서 꺼내 나누어 가집니다.

무엇을 주는지 확인하기위해 계근대를 막 지난 화물차를 붙잡았습니다.

“돈주고 통과하는 거죠.”

“그러니까 얼마 쥐요?”

“뭐 대중 없어요.”

“2천원, 3천원, 많게는 뭐 5천원, 돈 만원도 먹고.”

“본인들 말로는 한대도 없어요. 과적한 차량이.”

“그거야 오늘도 수백대 지나갔죠. 과적한 차들.”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이 시간당 2백 여대, 이 가운데 절반정도 과적 차량이기 때문에 2천원 씩만 받아도 1시간에 20만원 정도는 받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계근대 근무자들에게 직접 물어 봤습니다.

“아까 그 주고받는 그 돈이 어디 있던데, 그건 왜 받는 겁니까?”

갑자기 모두 벙어리가 됐습니다.

“지금 배가 아파갖고요.”

“에?”

“저기 앉아 있었어”

“근무하시는 거 다 봤어요. 세분 근무하시는거”

단속일지를 들추어 봤습니다.

수백대의 과적차량 가운데 이틀동안 단속된 차량은 단 한대에 불과합니다.

컴퓨터의 기록을 살펴봐도 계근장치를 통해 화물무게를 잰 차량은 시간당 7, 8대에 불과합니다.

물론 과적차량은 단 한대도 없습니다.

측정시간도 10시 20분대와 11시 55분대 등 일정시간대에 집중돼 있습니다.

단속근거를 남기기 위한 형식적인 측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근무자들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화물차를 세워 높고도 화물차가 서지 않기 때문에 도리 없다는 엉뚱한 말만 되풀이 합니다.


계근대 근무자 :

빈차도 안와요.

거짓말 아니라 한번 나가셔 가지고 ...빈차도 안 들어와요.

김형근 기자 :

KBS 뉴스 김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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