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밀반출로 유사 막걸리 성행

입력 1994.04.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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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막거리는 우리의 술이고 서민의 술 입니다. 요즘은 맥주와 소주, 양주에 밀려서 찾는 사람들이 좀 줄어들긴 했습니다마는, 나이가 드신 분들은 여전히 막걸리에 대해서 친밀감을 갖고 있고, 즐겨 마시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막걸리는, 생산양조장이 위치한 시.군 경계를 벗어나서는 판매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유명 양조업자들은, 이 규정을 어기고 시. 군 경계를 넘나들면서 막걸리를 팔고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불법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민경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민경욱 기자 :

경기도 양평의 한 양조장 입니다. 이 양조장에는, 한밤중에도 불이 환히 켜진채 작업이 한창 입니다. 이른 새벽, 막걸리통을 과일박스에 담고 있습니다. 4톤짜리 트럭에 가득 실었습니다. 이 트럭은 어디로 가는가? 적재함을 파란천으로 가린채, 트럭이 양평군의 경계를 넘어, 서울쪽으로 계속 달립니다.

도착한 곳은 서울의 한 주차장. 과일상자에는 양조장에서 싣고 온 막걸리들이 가득 들어있고, 인수할 사람을 기다리던 운전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이 술이, 지평막걸리가 지평을 떠날 수 있어요? 없어요?”


막걸리 운송업자 :

그러니까, 지금 구역이 잘못 돼가지고...


“잘못됐죠? 그러니까 지금 서울로 온게 잘못됐죠?”


예.


“왜 지평막걸리를 서울에서 팔아요?”


민경욱 기자 :

양평에서 생산된 지평막걸리가, 서울에 밀반입되는 불법의 현장 입니다. 경기도 포천지역의 한 창고 입니다. 적재함 가득 뭔가를 실은 트럭 한 대가 서울을 향해 출발합니다.


“뒤에 실은게 뭐예요?”


막걸리 운송업자 :

예?


“뒤에 뭐 실었어요?”


민경욱 기자 :

적재함 꼭대기에는 과일상자 몇개가 있었지만, 그것은 눈속임을 위한 것일뿐, 이 트럭의 적재함에도 포천에서 생산된 막걸리 3천병이 실려 있습니다. 유명상표를 본딴 유사상표의 막걸리도 밀반출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연천의 한 양조장 입니다. 막걸리 뚜껑을 씌우는 작업장 입니다. 막걸리병에 이같은 뚜껑을 씌우면, 연천막걸리가 포천막걸리로 둔갑합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우유박스로 포장된 다음, 경기도 일대와 인천시 등지에서, 포천막걸리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막걸리 상표를 만드는 공장 입니다. 구 포천막걸리 말고도, 강원도 홍천군 동면양조장의 막걸리가, 일동막걸리 상표로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왜 많은 막걸리가, 이처럼 판매지역을 위반해 외지로 반출되고 있는가? 소비자들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먹고 싶은 막걸리를 가려 마실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때가 됐다는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습니다.


김형철 (서울시 압구정동) :

가격도 틀리고, 또 구하는 경로도 좀 힘들고, 이거는 모든 것을.., 제가 듣기로는 곧 전국적인 해제가 풀어진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그건 언제 될지 모르지만은, 그건 풀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민경욱 기자 :

그러나, 대한 탁주협회는, 막걸리 맛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허구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현재의 제도가 존속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허민강 (대한 탁주협회 회장) :

공급구역이 만약에 해제가 된다 하면은, 우리 2천5백여 업자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거기에 이제 부수된 종업원이라든지, 또 막걸리 판매업자가 또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라든지, 수만명이 직장을 잃게 되는 거고...


민경욱 기자 :

막걸리 밀반출의 또다른 문제는, 그 판매가 무자료 거래로써, 탈세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 입니다.


막걸리 도매업자 :

우리 세금 물고 해. 우리 세금 물고 한다고...


민경욱 기자 :

막걸리 중간상인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밀반출을 해온 대부분의 양조장들은, 막걸리 판매량을 5분의1에서 10분의1까지 줄여서 신고해, 세금을 포탈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 2백장 나갔다고 그러면은 몇병입니까?”


막걸리 도매업자 :

2천병...


“2천병이죠? 오늘만 해서도 2천병이 나갔는데, 하루 평균 6백 병 나갔다고 그러면은, 다른 날은....


민경욱 기자 :

현행 주세법에는, 막걸리 판매지역 제한을 위반했을때 50만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있습니다. 벌금도 적거니와, 당국도 업자도 이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도 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용 원리에 맡겨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 당국이 이제 대답을 해야 할때 입니다.

KBS 뉴스, 민경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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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걸리 밀반출로 유사 막걸리 성행
    • 입력 1994-04-16 21:00:00
    뉴스 9

김광일 앵커 :

막거리는 우리의 술이고 서민의 술 입니다. 요즘은 맥주와 소주, 양주에 밀려서 찾는 사람들이 좀 줄어들긴 했습니다마는, 나이가 드신 분들은 여전히 막걸리에 대해서 친밀감을 갖고 있고, 즐겨 마시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막걸리는, 생산양조장이 위치한 시.군 경계를 벗어나서는 판매할 수 없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유명 양조업자들은, 이 규정을 어기고 시. 군 경계를 넘나들면서 막걸리를 팔고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불법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민경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민경욱 기자 :

경기도 양평의 한 양조장 입니다. 이 양조장에는, 한밤중에도 불이 환히 켜진채 작업이 한창 입니다. 이른 새벽, 막걸리통을 과일박스에 담고 있습니다. 4톤짜리 트럭에 가득 실었습니다. 이 트럭은 어디로 가는가? 적재함을 파란천으로 가린채, 트럭이 양평군의 경계를 넘어, 서울쪽으로 계속 달립니다.

도착한 곳은 서울의 한 주차장. 과일상자에는 양조장에서 싣고 온 막걸리들이 가득 들어있고, 인수할 사람을 기다리던 운전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이 술이, 지평막걸리가 지평을 떠날 수 있어요? 없어요?”


막걸리 운송업자 :

그러니까, 지금 구역이 잘못 돼가지고...


“잘못됐죠? 그러니까 지금 서울로 온게 잘못됐죠?”


예.


“왜 지평막걸리를 서울에서 팔아요?”


민경욱 기자 :

양평에서 생산된 지평막걸리가, 서울에 밀반입되는 불법의 현장 입니다. 경기도 포천지역의 한 창고 입니다. 적재함 가득 뭔가를 실은 트럭 한 대가 서울을 향해 출발합니다.


“뒤에 실은게 뭐예요?”


막걸리 운송업자 :

예?


“뒤에 뭐 실었어요?”


민경욱 기자 :

적재함 꼭대기에는 과일상자 몇개가 있었지만, 그것은 눈속임을 위한 것일뿐, 이 트럭의 적재함에도 포천에서 생산된 막걸리 3천병이 실려 있습니다. 유명상표를 본딴 유사상표의 막걸리도 밀반출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연천의 한 양조장 입니다. 막걸리 뚜껑을 씌우는 작업장 입니다. 막걸리병에 이같은 뚜껑을 씌우면, 연천막걸리가 포천막걸리로 둔갑합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우유박스로 포장된 다음, 경기도 일대와 인천시 등지에서, 포천막걸리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막걸리 상표를 만드는 공장 입니다. 구 포천막걸리 말고도, 강원도 홍천군 동면양조장의 막걸리가, 일동막걸리 상표로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왜 많은 막걸리가, 이처럼 판매지역을 위반해 외지로 반출되고 있는가? 소비자들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먹고 싶은 막걸리를 가려 마실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때가 됐다는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습니다.


김형철 (서울시 압구정동) :

가격도 틀리고, 또 구하는 경로도 좀 힘들고, 이거는 모든 것을.., 제가 듣기로는 곧 전국적인 해제가 풀어진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그건 언제 될지 모르지만은, 그건 풀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민경욱 기자 :

그러나, 대한 탁주협회는, 막걸리 맛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허구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현재의 제도가 존속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허민강 (대한 탁주협회 회장) :

공급구역이 만약에 해제가 된다 하면은, 우리 2천5백여 업자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거기에 이제 부수된 종업원이라든지, 또 막걸리 판매업자가 또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라든지, 수만명이 직장을 잃게 되는 거고...


민경욱 기자 :

막걸리 밀반출의 또다른 문제는, 그 판매가 무자료 거래로써, 탈세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 입니다.


막걸리 도매업자 :

우리 세금 물고 해. 우리 세금 물고 한다고...


민경욱 기자 :

막걸리 중간상인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밀반출을 해온 대부분의 양조장들은, 막걸리 판매량을 5분의1에서 10분의1까지 줄여서 신고해, 세금을 포탈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 2백장 나갔다고 그러면은 몇병입니까?”


막걸리 도매업자 :

2천병...


“2천병이죠? 오늘만 해서도 2천병이 나갔는데, 하루 평균 6백 병 나갔다고 그러면은, 다른 날은....


민경욱 기자 :

현행 주세법에는, 막걸리 판매지역 제한을 위반했을때 50만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있습니다. 벌금도 적거니와, 당국도 업자도 이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도 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용 원리에 맡겨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 당국이 이제 대답을 해야 할때 입니다.

KBS 뉴스, 민경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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