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도시고속도로요금소 억대요금 빼돌려

입력 1994.04.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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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현장추적 입니다. 오늘은 부산시가 운영하는 도시고속도로 요금소의 운영 실태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대연요금소의 경우,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몇달째 방치된 사이에, 직원들이 통과차량의 수를 줄이고, 또 입금액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해서, 그 차액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 요금 통에 들어가지 않고 땅에 떨어진 동전들은, 거의가 개인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 입니다. 한두 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1년이면 은 수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백운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백운기 기자 :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요금소 입니다. 이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소형은 2백 원, 10톤 이상 대형차량은 4백 원입니다. 뒤로 보이는 곳이,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동 요금소 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저희 취재팀은 요금소가 보이는 이곳 야산에 자리를 잡고, 이 계수기, 즉 카운터를 이용해서 차량들의 숫자를 재보겠습니다.

취재팀이 지켜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 불법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땅에 떨어진 동전, 즉 낙전을 주운 근무자가 요금통에 다시 넣지 않고 부스로 그냥 들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힙니다. 취재팀이 2시간 동안 확인한 통행차량은 하행선이 4,493대, 상행선이 4,996대 입니다. 이 숫자는 대형. 소형 가리지 않고 센 것 입니다. 취재팀이 집계한 통행대수와 요금소가 컴퓨터를 이용해서 집계한 대수가 맞는지 실제로 확인해 봤습니다.

“지금 이 컴퓨터가 지나가는 차량들 통과대수가 찍히는 컴퓨터죠? 오늘 12시부터 2시 사이, 자료를 한번 뽑아봐 주시겠습니까?”

요금소에서 집계한, 낮 12시에서 오후 2시까지의 통행대수 입니다. 모두 만4천2백15대로 나와 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9천4백89대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다시 한 번 뽑아 봤더니, 이번에는 만4천4백39대로 나옵니다. 먼저보다 2백24대가 더 많게 나온 것 입니다. 컴퓨터를 전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왜 이런가? 확인해 봤더니 컴퓨터가 고장입니다.


조은래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요금소장) :

여기서 제가, 매일 아침에, 그날그날 통계를 내가 지고 보고를 하면서, 컴퓨터하고 안 맞으니까, 사실상 이 통계가 좀 무의미한데, 이걸 빨리 고쳐달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어요.


백운기 (KBS 부산) :

때문에 통행대수를 알아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통행료 수입은 제대로 집계되고 있는가? 장부에 적힌 금액은 백76만4천90원 입니다. 취재팀이 있던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통과차량은 모두 9천4백89대. 2백 원씩인 소형차량만 지나갔다고 해도, 백89만7천8백 원입니다. 13만 원 이상이 부족합니다. 대형차량이 최소한 10% 잡아서, 천대만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불과 2시간 사이에 적어도 30만 원 이상이, 장부에서 없어진 것 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전 요금소 직원 :

동전이 떨어지면 말입니다. 완장차고 나가서 줍지요. 바로 주머니에 넣으면 서로 곤란하니까, 맨끝 차선 있잖아요. 거기(환전소)에서 지폐로 바꿔서 가져오지요.

“얼마나 가져요?”

하루에 2만원 정도인데, 바람 불고 그러면 3만원 정도, 바람 불면 좋은 날이지요.


백운기 기자 :

운전자가 떨어뜨린 동전. 즉 낙전은, 앞서 본 것처럼, 직원의주머니로 들어간 것입니다.


“중간에 낙전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 낙전은 원칙상 어떻게 처리하고 있습니까?”

“원칙에 낙전은 다시 다 집어넣게 돼 있지요.”

“다시 집어넣게 돼 있지요?”

“예.”

“부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직원들은 없습니까?”

“그래요?”


백운기 기자 :

그러나 낙전은 그야말로 낙전에 불과할 뿐 입니다. 보다 구조적이고 대규모적인 부정은, 컴퓨터 고장을 이용해서 저질러집니다.


전 요금소 직원 :

컴퓨터요? 그거 일부러 고장 냅니다. 반장이 컴퓨터를 관리하는데, 대충 장부에 (금액을) 절어 놓고는 도장 찍으라 한단 말이에요. 우리는 낙전 먹으니까 아무말도 않지요.


“반장은 얼마나 가져요?”

우리가 3만원 정도 먹으니까, 반장은 뭐, 위에도 줘야 하고....


백운기 (KBS 부산) :

결국 컴퓨터는 고장이 나있고, 그래서 통과차량 대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입대장의 수입액은 적당히 기록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단 2시간동안에 빠져나간 금액이 약 30만원. 통행차량이 적은 때를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하루 2백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고, 1년이면 대연요금소 한군데만 6억원 이상의 엄청난 액수가 빠져 나간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습니다. 운전자들이 꼬박꼬박 던져넣은 통행료가, 81년 개통이후 지금까지 7백20억원. 이만한 도시고속도로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태산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푼 두푼 몰래 빠져나간 통행료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큰 태산을 만들었던 것 입니다.

KBS 뉴스, 백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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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4-04-30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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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현장추적 입니다. 오늘은 부산시가 운영하는 도시고속도로 요금소의 운영 실태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대연요금소의 경우,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몇달째 방치된 사이에, 직원들이 통과차량의 수를 줄이고, 또 입금액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해서, 그 차액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 요금 통에 들어가지 않고 땅에 떨어진 동전들은, 거의가 개인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 입니다. 한두 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1년이면 은 수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백운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백운기 기자 :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요금소 입니다. 이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소형은 2백 원, 10톤 이상 대형차량은 4백 원입니다. 뒤로 보이는 곳이,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동 요금소 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저희 취재팀은 요금소가 보이는 이곳 야산에 자리를 잡고, 이 계수기, 즉 카운터를 이용해서 차량들의 숫자를 재보겠습니다.

취재팀이 지켜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 불법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땅에 떨어진 동전, 즉 낙전을 주운 근무자가 요금통에 다시 넣지 않고 부스로 그냥 들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힙니다. 취재팀이 2시간 동안 확인한 통행차량은 하행선이 4,493대, 상행선이 4,996대 입니다. 이 숫자는 대형. 소형 가리지 않고 센 것 입니다. 취재팀이 집계한 통행대수와 요금소가 컴퓨터를 이용해서 집계한 대수가 맞는지 실제로 확인해 봤습니다.

“지금 이 컴퓨터가 지나가는 차량들 통과대수가 찍히는 컴퓨터죠? 오늘 12시부터 2시 사이, 자료를 한번 뽑아봐 주시겠습니까?”

요금소에서 집계한, 낮 12시에서 오후 2시까지의 통행대수 입니다. 모두 만4천2백15대로 나와 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9천4백89대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다시 한 번 뽑아 봤더니, 이번에는 만4천4백39대로 나옵니다. 먼저보다 2백24대가 더 많게 나온 것 입니다. 컴퓨터를 전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왜 이런가? 확인해 봤더니 컴퓨터가 고장입니다.


조은래 (부산 도시고속도로 대연요금소장) :

여기서 제가, 매일 아침에, 그날그날 통계를 내가 지고 보고를 하면서, 컴퓨터하고 안 맞으니까, 사실상 이 통계가 좀 무의미한데, 이걸 빨리 고쳐달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어요.


백운기 (KBS 부산) :

때문에 통행대수를 알아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작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통행료 수입은 제대로 집계되고 있는가? 장부에 적힌 금액은 백76만4천90원 입니다. 취재팀이 있던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통과차량은 모두 9천4백89대. 2백 원씩인 소형차량만 지나갔다고 해도, 백89만7천8백 원입니다. 13만 원 이상이 부족합니다. 대형차량이 최소한 10% 잡아서, 천대만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불과 2시간 사이에 적어도 30만 원 이상이, 장부에서 없어진 것 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전 요금소 직원 :

동전이 떨어지면 말입니다. 완장차고 나가서 줍지요. 바로 주머니에 넣으면 서로 곤란하니까, 맨끝 차선 있잖아요. 거기(환전소)에서 지폐로 바꿔서 가져오지요.

“얼마나 가져요?”

하루에 2만원 정도인데, 바람 불고 그러면 3만원 정도, 바람 불면 좋은 날이지요.


백운기 기자 :

운전자가 떨어뜨린 동전. 즉 낙전은, 앞서 본 것처럼, 직원의주머니로 들어간 것입니다.


“중간에 낙전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 낙전은 원칙상 어떻게 처리하고 있습니까?”

“원칙에 낙전은 다시 다 집어넣게 돼 있지요.”

“다시 집어넣게 돼 있지요?”

“예.”

“부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직원들은 없습니까?”

“그래요?”


백운기 기자 :

그러나 낙전은 그야말로 낙전에 불과할 뿐 입니다. 보다 구조적이고 대규모적인 부정은, 컴퓨터 고장을 이용해서 저질러집니다.


전 요금소 직원 :

컴퓨터요? 그거 일부러 고장 냅니다. 반장이 컴퓨터를 관리하는데, 대충 장부에 (금액을) 절어 놓고는 도장 찍으라 한단 말이에요. 우리는 낙전 먹으니까 아무말도 않지요.


“반장은 얼마나 가져요?”

우리가 3만원 정도 먹으니까, 반장은 뭐, 위에도 줘야 하고....


백운기 (KBS 부산) :

결국 컴퓨터는 고장이 나있고, 그래서 통과차량 대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입대장의 수입액은 적당히 기록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단 2시간동안에 빠져나간 금액이 약 30만원. 통행차량이 적은 때를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하루 2백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고, 1년이면 대연요금소 한군데만 6억원 이상의 엄청난 액수가 빠져 나간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습니다. 운전자들이 꼬박꼬박 던져넣은 통행료가, 81년 개통이후 지금까지 7백20억원. 이만한 도시고속도로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태산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푼 두푼 몰래 빠져나간 통행료가,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큰 태산을 만들었던 것 입니다.

KBS 뉴스, 백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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