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당당한 모습 어디로?

입력 1995.1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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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앵커 :

오늘 새벽에 이루어진 전두환 씨에 대한 영장집행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전 씨는 어젯밤 늦게 발부된 사전구속영장을 가지고 경남 합천에 내려간 검찰수사관들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고 인척 등 동네주민들이 일부 반발하기도 했지만은 큰 소란은 없었습니다.

박선규 기자의 취재입니다.


박선규 기자 :

새벽 5시57분 이수만 서울지검 수사1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9명의 검찰수사관들이 전 씨가 묵고 있던 숙소입구에 도착 했습니다. 경찰 천여 명이 길을 만드는, 등 수사관계자들을 도왔지만 주민과 인척 30여명이 격렬하게 길을 막아 숙소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합천 경찰서장 :

주민 여러분! 정당한 영장집행을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


박선규 기자 :

결국 두 차례의 몸싸움 끝에 전두환씨가 있는 숙소에까지 들어간 것이 오전 6시8분, 전 씨는 잠자리에 있었고 수사팀이 영장을 제시하자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순순하게 영장집행에 응했습니다. 합천읍에 나가 대책을 숙의하던 장세동, 이양우, 허문도씨 등, 핵심측근들은 황급히 들어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25분쯤 뒤인 오전 6시34분, 전두환 씨는 어제 입었던 검은 외투에 횐 목도리 차림 그대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위용을 잃지 않기 위해서인 듯 의식적으로 지어보이는 듯한 담담한 표정과 몸짓, 그러나 밤새 잠을 못 이룬 듯 초췌함이 드러나고 애써 숨기고 있는 초조감도 순간순간 나타납니다. 전 씨는 두세 차례 수사관들에게 팔을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팔이 풀리자 걱정하는 인척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애처로운 여유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호송차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까지 50여 미터 정도의 무거운 발걸음, 불과 하루 전의 당당하고 도전적인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자들이 끈질기게 쫓아가며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요구했지만 입을 굳게 다문 전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박선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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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전 대통령 당당한 모습 어디로?
    • 입력 1995-12-03 21:00:00
    뉴스 9

김종진 앵커 :

오늘 새벽에 이루어진 전두환 씨에 대한 영장집행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전 씨는 어젯밤 늦게 발부된 사전구속영장을 가지고 경남 합천에 내려간 검찰수사관들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고 인척 등 동네주민들이 일부 반발하기도 했지만은 큰 소란은 없었습니다.

박선규 기자의 취재입니다.


박선규 기자 :

새벽 5시57분 이수만 서울지검 수사1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9명의 검찰수사관들이 전 씨가 묵고 있던 숙소입구에 도착 했습니다. 경찰 천여 명이 길을 만드는, 등 수사관계자들을 도왔지만 주민과 인척 30여명이 격렬하게 길을 막아 숙소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합천 경찰서장 :

주민 여러분! 정당한 영장집행을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


박선규 기자 :

결국 두 차례의 몸싸움 끝에 전두환씨가 있는 숙소에까지 들어간 것이 오전 6시8분, 전 씨는 잠자리에 있었고 수사팀이 영장을 제시하자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순순하게 영장집행에 응했습니다. 합천읍에 나가 대책을 숙의하던 장세동, 이양우, 허문도씨 등, 핵심측근들은 황급히 들어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25분쯤 뒤인 오전 6시34분, 전두환 씨는 어제 입었던 검은 외투에 횐 목도리 차림 그대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위용을 잃지 않기 위해서인 듯 의식적으로 지어보이는 듯한 담담한 표정과 몸짓, 그러나 밤새 잠을 못 이룬 듯 초췌함이 드러나고 애써 숨기고 있는 초조감도 순간순간 나타납니다. 전 씨는 두세 차례 수사관들에게 팔을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팔이 풀리자 걱정하는 인척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애처로운 여유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호송차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까지 50여 미터 정도의 무거운 발걸음, 불과 하루 전의 당당하고 도전적인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자들이 끈질기게 쫓아가며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요구했지만 입을 굳게 다문 전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박선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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