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781-1234 ; 형식적인 총기소지 신체검사 실태

입력 1997.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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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 앵커 :

공기총 같은 총기소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손에 총기가 쥐어져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그런 규정을 만들어놨지만 그러나 실제로 이루어지는 신체검사라고 하는 것이 너무 형식적이고 엉터리입니다.

김덕원 기자가 이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는 신체검사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김덕원 기자 :

서울 화곡동에 있는 한 총포상입니다. 공기총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총포상에서 지정해준 병원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내과전문의의 검사는 손가락을 펴보이는 것으로 끝납니다.


"마약 여부는 검사 안해요?"

"검사를 할 수 있어요? 그냥 가시면 돼요."

"그럼 이 부분은 왜 있어요?"

"우리나라 원래 그렇잖아요."

검사의 문제를 지적했더니 오히려 화를 냅니다.

"원래(검사)해야 되잖아요."

"그냥 가시라니까요. 하기 싫어요?"


사정은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검사를 맡은 간호사는 검사를 하다가 다른 일을 하는 등 정신이 없습니다.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습니다.


"이곳 (정신과)은 어떻게 됩니까?"

"원무과로 가보세요."


간호사가 너무 바빠서 정신과 검사를 못했지만 원무과 직원이 대신 이상없음이라는 도장을 찍어줍니다.


"대화할 수 있으면 정상이예요. 같이 말이 통하면 정상이라구요. 다들 이렇게 해 가시는데..."


이런 신체검사 때문에 10년간 우울증을 앓아왔고 보름동안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한 대구의 40대 가장도 총기소지 허가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부인과 딸들을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했습니다.

KBS 뉴스,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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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781-1234 ; 형식적인 총기소지 신체검사 실태
    • 입력 1997-08-12 21:00:00
    뉴스 9

⊙류근찬 앵커 :

공기총 같은 총기소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손에 총기가 쥐어져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그런 규정을 만들어놨지만 그러나 실제로 이루어지는 신체검사라고 하는 것이 너무 형식적이고 엉터리입니다.

김덕원 기자가 이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는 신체검사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김덕원 기자 :

서울 화곡동에 있는 한 총포상입니다. 공기총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총포상에서 지정해준 병원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내과전문의의 검사는 손가락을 펴보이는 것으로 끝납니다.


"마약 여부는 검사 안해요?"

"검사를 할 수 있어요? 그냥 가시면 돼요."

"그럼 이 부분은 왜 있어요?"

"우리나라 원래 그렇잖아요."

검사의 문제를 지적했더니 오히려 화를 냅니다.

"원래(검사)해야 되잖아요."

"그냥 가시라니까요. 하기 싫어요?"


사정은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검사를 맡은 간호사는 검사를 하다가 다른 일을 하는 등 정신이 없습니다.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습니다.


"이곳 (정신과)은 어떻게 됩니까?"

"원무과로 가보세요."


간호사가 너무 바빠서 정신과 검사를 못했지만 원무과 직원이 대신 이상없음이라는 도장을 찍어줍니다.


"대화할 수 있으면 정상이예요. 같이 말이 통하면 정상이라구요. 다들 이렇게 해 가시는데..."


이런 신체검사 때문에 10년간 우울증을 앓아왔고 보름동안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한 대구의 40대 가장도 총기소지 허가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부인과 딸들을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했습니다.

KBS 뉴스,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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