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길] 어머니 저왔습니다

입력 1998.11.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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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 백운기 앵커 :

반세기만에 열린 금강산 관광길 지금부터는 첫 번째 금강산 관광 소식을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누구보다도 꿈에 그리던 고향땅을 밟은 실향민들에게 이번 관광길은 눈물길이었습니다.

눈앞에 고향을 두고 주저앉아서 풀을 움켜잡고 통곡을 터뜨린 할머니 등산길에 젯상을 차려놓고 절을 올린 할아버지 눈물의 금강산 관광길을 안문석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 안문석 기자 :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이 눈에 들어오자 그리운 이름 어머니가 절규로 터져나오면서 실향민들의 금강산길은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고향을 바로 눈앞에 두고 보던 할머니는 그만 주저앉아 정든땅의 풀을 움켜잡고 통곡해 버렸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라도 드리겠다는 심정으로 만물상 등산길에는 간소한 제삿상이 차려졌습니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림으로 그려 제사상 앞에 모셨습니다.

북한의 관리원도 덩달아 울먹였습니다.

금강산의 비경 만물상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은 온통 고향 생각뿐입니다.


"금강산에 왔습니다. 천성대에 왔습니다. 고향에 곧 갈께요."


4박 5일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장전항의 불빛이 멀어지면서 한없이 착잡한 심정에 갑판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습니다.

연신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는 이산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케 했습니다.

가족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통절함은 천근의 무게로 가슴을 눌렀습니다.


"소식도 듣지 못하고 만나보지도 못하고 가기 때문에 심정이 매우 착찹합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어지기만 하는 배를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는 심정은 가슴 깊은 곳에서 절규로 터져나왔습니다.


"아버지, 이 불효자식이 여기까지 왔다가 뵙지도 못하고 갑니다."


KBS 뉴스, 안문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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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산 관광길] 어머니 저왔습니다
    • 입력 1998-11-22 21:00:00
    뉴스 9

<앵커멘트>


⊙ 백운기 앵커 :

반세기만에 열린 금강산 관광길 지금부터는 첫 번째 금강산 관광 소식을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누구보다도 꿈에 그리던 고향땅을 밟은 실향민들에게 이번 관광길은 눈물길이었습니다.

눈앞에 고향을 두고 주저앉아서 풀을 움켜잡고 통곡을 터뜨린 할머니 등산길에 젯상을 차려놓고 절을 올린 할아버지 눈물의 금강산 관광길을 안문석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 안문석 기자 :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이 눈에 들어오자 그리운 이름 어머니가 절규로 터져나오면서 실향민들의 금강산길은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고향을 바로 눈앞에 두고 보던 할머니는 그만 주저앉아 정든땅의 풀을 움켜잡고 통곡해 버렸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라도 드리겠다는 심정으로 만물상 등산길에는 간소한 제삿상이 차려졌습니다.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림으로 그려 제사상 앞에 모셨습니다.

북한의 관리원도 덩달아 울먹였습니다.

금강산의 비경 만물상을 눈 앞에 두고도 마음은 온통 고향 생각뿐입니다.


"금강산에 왔습니다. 천성대에 왔습니다. 고향에 곧 갈께요."


4박 5일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장전항의 불빛이 멀어지면서 한없이 착잡한 심정에 갑판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습니다.

연신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는 이산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실감케 했습니다.

가족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통절함은 천근의 무게로 가슴을 눌렀습니다.


"소식도 듣지 못하고 만나보지도 못하고 가기 때문에 심정이 매우 착찹합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어지기만 하는 배를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는 심정은 가슴 깊은 곳에서 절규로 터져나왔습니다.


"아버지, 이 불효자식이 여기까지 왔다가 뵙지도 못하고 갑니다."


KBS 뉴스, 안문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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