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황혼 이혼 불허 판결에 여성계 반발

입력 1999.12.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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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정 앵커 :

76의 할머니가 80대 남편을 상대로 낸 이른바 황혼이혼 소송에서 대법원이 이혼 불허 판결을 내렸습니다. 할머니의 고통은 알겠지만 여생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인데 이에 대해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태서 기자입니다.


⊙ 박태서 기자 :

76살 할머니가 남편인 84살의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대법원이 할아버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건 분명하지만 70~80대 세대의 가치관으로 볼 때 할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로 인한 두 사람의 갈등이 결혼생활을 계속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할머니는 53년전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돈을 꽤 벌었지만 결혼 초부터 최소한의 생활비만 대주고 욕설과 폭행까지 해댔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심한 의처증에 치매 증세까지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2년전 이혼 소송을 냈습니다. 가정법원에서는 할머니의 딱한 사정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헤어질 수 없다며 항소 했고 고등법원은 반대로 할아버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상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할아버지 편이었습니다. 할머니의 고통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결혼할 당시의 사회적 가치관을 기초로 할 때 두 사람이 갈라서는 것보다 부부가 여생을 같이 하는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또 할머니가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84살의 남편을 돌볼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 김용섭 (대법원 공보관) :

부부관계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로써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며 이것은 원칙은 부부의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질 수 없음을.


⊙ 박태서 기자 :

그러나 대법원의 이런 판결에 대해 여성계는 법원이 가부장적인 권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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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황혼 이혼 불허 판결에 여성계 반발
    • 입력 1999-12-08 21:00:00
    뉴스 9

⊙ 황현정 앵커 :

76의 할머니가 80대 남편을 상대로 낸 이른바 황혼이혼 소송에서 대법원이 이혼 불허 판결을 내렸습니다. 할머니의 고통은 알겠지만 여생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인데 이에 대해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태서 기자입니다.


⊙ 박태서 기자 :

76살 할머니가 남편인 84살의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대법원이 할아버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건 분명하지만 70~80대 세대의 가치관으로 볼 때 할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로 인한 두 사람의 갈등이 결혼생활을 계속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할머니는 53년전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돈을 꽤 벌었지만 결혼 초부터 최소한의 생활비만 대주고 욕설과 폭행까지 해댔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심한 의처증에 치매 증세까지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2년전 이혼 소송을 냈습니다. 가정법원에서는 할머니의 딱한 사정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헤어질 수 없다며 항소 했고 고등법원은 반대로 할아버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상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할아버지 편이었습니다. 할머니의 고통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결혼할 당시의 사회적 가치관을 기초로 할 때 두 사람이 갈라서는 것보다 부부가 여생을 같이 하는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또 할머니가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84살의 남편을 돌볼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 김용섭 (대법원 공보관) :

부부관계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로써 최대한 보호되어야 하며 이것은 원칙은 부부의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질 수 없음을.


⊙ 박태서 기자 :

그러나 대법원의 이런 판결에 대해 여성계는 법원이 가부장적인 권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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