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자동화…‘디지털 소외’ 격차 줄이려면?

입력 2018.12.21 (21:39) 수정 2018.12.2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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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음식점에 주문을 받는 점원이 없거나 마트에 무인 계산대가 있는 게 낯설지 않은데요.

하지만 노년층에게는 이런 변화가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디지털 격차가 소비의 세대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홍진아, 석민수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역 매표소 앞.

이 70대 어르신은 꼭 매표소에서 표를 삽니다.

[차명철/73세 : "기계로 하기가 더 불편해서 번거롭고 그래서... (앱이나 자동판매기는 이용해보셨어요?) 안 해봤습니다. 한 번도."]

2주마다 한 번씩 열차를 이용하는 20대 이진아씨는 매표소에는 들려본 적이 없습니다.

[이진아/23세 : "바로 기차 탈 수 있어서 편리해서 애플리케이션 많이 씁니다."]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고 무인화, 자동화 기술이 곳곳에 도입되면서 소비 방식에 있어서도 세대 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7살과 70살 두 여성에게 식료품 3가지씩을 사게 하고, 계산 방식을 관찰해봤습니다.

70대는 유인 계산대 앞에 줄을 서고, 20대는 한산한 무인 계산대로 향합니다.

계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이형자/70세 : "계산원이 있을 때는 제가 신경을 안 써도 되고 그냥 계산원이 계산하면 카드만 주면 끝나니까…."]

[최명지/27세 : "보통 무인으로 많이 빨리 계산하고 나가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장 보는 게 워낙 잘되어있어서 실제로 마트에는 자주 안 오고요."]

이번엔 패스트푸드 점포 무인 계산대, 몇 번의 손가락 동작으로 수십 초 만에 주문을 마치는 20대와 달리, 70대는 한참을 헤매다 결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형자/70세 : "만약에 뒤에 사람이 줄을 섰으면 약간 좀 눈치가 보였을 것 같아요. '저 앞에 있는 노인네 왜 얼른 못하고 저러나?'..."]

우리나라 장, 노년층의 IT 기기 사용 능력은 국민 평균의 절반 수준.

디지털 정보 격차가 노년층의 소비 소외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노년층 잡아라…소비 세대차 줄이려면?

중국의 한 마트.

60대 남성과 보안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시에/중국 헤이룽장성 : "현금을 안 받는다고 써 놓으셨어야죠. 줄은 서게 해놓고 돈(현금)은 안 받는다니 무슨 소리예요."]

포도를 사기 위해 현금을 냈는데, 직원이 모바일로 결제해야 한다고 하자 시비가 붙은 겁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겁니다.

물론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해마다 빠르게 급증해 2025년이면 전 국민의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인층을 끌어안지 못하면 기업들도 장사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온다는 얘기입니다.

["고객님 요즈음 날씨가..."]

한 홈쇼핑 회사에선 70살 이상 노인 고객을 전담하는 상담사 스무 명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평소보다 천천히 말하고 상담 시간도 일반 고객보다 두배 정도 넉넉하게 할애합니다.

[정인택/공영홈쇼핑 시니어플러스팀장 : "의류 같은 거 판매할 때는 챠콜이나 버건디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챠콜이라고 하면 저희가 짙은 회색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대하실 때 어려우세요?"]

인터넷 검색부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예매, 인터넷 뱅킹 이용까지 노인 대상 스마트폰 활용법 강의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장윤형/KT IT서포터즈 강사 : “70세, 80세분들도 많으신데 그분들이 새로운 스마트기기라는 새로운 환경에 너무 흥미롭게 적응하시는 것 같아요. 받아들이는데 적응력도 뛰어나시고...”]

고령자들의 디지털 소외가 삶의 질 차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디지털 교육 강화와 함께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석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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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인화·자동화…‘디지털 소외’ 격차 줄이려면?
    • 입력 2018-12-21 21:43:19
    • 수정2018-12-21 22:14:44
    뉴스 9
[앵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음식점에 주문을 받는 점원이 없거나 마트에 무인 계산대가 있는 게 낯설지 않은데요.

하지만 노년층에게는 이런 변화가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디지털 격차가 소비의 세대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홍진아, 석민수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역 매표소 앞.

이 70대 어르신은 꼭 매표소에서 표를 삽니다.

[차명철/73세 : "기계로 하기가 더 불편해서 번거롭고 그래서... (앱이나 자동판매기는 이용해보셨어요?) 안 해봤습니다. 한 번도."]

2주마다 한 번씩 열차를 이용하는 20대 이진아씨는 매표소에는 들려본 적이 없습니다.

[이진아/23세 : "바로 기차 탈 수 있어서 편리해서 애플리케이션 많이 씁니다."]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고 무인화, 자동화 기술이 곳곳에 도입되면서 소비 방식에 있어서도 세대 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7살과 70살 두 여성에게 식료품 3가지씩을 사게 하고, 계산 방식을 관찰해봤습니다.

70대는 유인 계산대 앞에 줄을 서고, 20대는 한산한 무인 계산대로 향합니다.

계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이형자/70세 : "계산원이 있을 때는 제가 신경을 안 써도 되고 그냥 계산원이 계산하면 카드만 주면 끝나니까…."]

[최명지/27세 : "보통 무인으로 많이 빨리 계산하고 나가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장 보는 게 워낙 잘되어있어서 실제로 마트에는 자주 안 오고요."]

이번엔 패스트푸드 점포 무인 계산대, 몇 번의 손가락 동작으로 수십 초 만에 주문을 마치는 20대와 달리, 70대는 한참을 헤매다 결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형자/70세 : "만약에 뒤에 사람이 줄을 섰으면 약간 좀 눈치가 보였을 것 같아요. '저 앞에 있는 노인네 왜 얼른 못하고 저러나?'..."]

우리나라 장, 노년층의 IT 기기 사용 능력은 국민 평균의 절반 수준.

디지털 정보 격차가 노년층의 소비 소외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노년층 잡아라…소비 세대차 줄이려면?

중국의 한 마트.

60대 남성과 보안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시에/중국 헤이룽장성 : "현금을 안 받는다고 써 놓으셨어야죠. 줄은 서게 해놓고 돈(현금)은 안 받는다니 무슨 소리예요."]

포도를 사기 위해 현금을 냈는데, 직원이 모바일로 결제해야 한다고 하자 시비가 붙은 겁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겁니다.

물론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해마다 빠르게 급증해 2025년이면 전 국민의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인층을 끌어안지 못하면 기업들도 장사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온다는 얘기입니다.

["고객님 요즈음 날씨가..."]

한 홈쇼핑 회사에선 70살 이상 노인 고객을 전담하는 상담사 스무 명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평소보다 천천히 말하고 상담 시간도 일반 고객보다 두배 정도 넉넉하게 할애합니다.

[정인택/공영홈쇼핑 시니어플러스팀장 : "의류 같은 거 판매할 때는 챠콜이나 버건디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챠콜이라고 하면 저희가 짙은 회색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대하실 때 어려우세요?"]

인터넷 검색부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예매, 인터넷 뱅킹 이용까지 노인 대상 스마트폰 활용법 강의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장윤형/KT IT서포터즈 강사 : “70세, 80세분들도 많으신데 그분들이 새로운 스마트기기라는 새로운 환경에 너무 흥미롭게 적응하시는 것 같아요. 받아들이는데 적응력도 뛰어나시고...”]

고령자들의 디지털 소외가 삶의 질 차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디지털 교육 강화와 함께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석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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