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산불 대책, 발상부터 바꿔야

입력 2019.04.06 (07:42) 수정 2019.04.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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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식 해설위원]

최악의 환경 재난이라 불리는 산불이 식목일을 전후해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또 강타했습니다. 도심에서 버스가 불타고 잠을 설친 주민들이 대피하는 광경을 보면서 국민들은 지난 2000년, 일주일 이상 동해안 지역을 불태웠던 고성 산불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이 지역은 건조한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더욱 강해지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옛날부터 산불이 잦았던 곳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성종과 인조 때 양양 지역에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운데 큰 산불이 났다는 기록이 있고 순조 때도 강원 동해안 지역에 산불이 나 60여 명이 숨졌다고 기록될 정도로, 봄철 강원지역 산불은 오래전부터 한반도를 괴롭혀 온 재난이었습니다. 산 아래에서 위쪽으로 번지는 일반적인 산불과 달리 강원 동해안 산불은 태풍에 가까운 고온 건조한 바람을 타고 산 위쪽에서 저지대인 해안 도심 방향으로 순식간에 확산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점점 수목의 밀도가 높아지는데다 펜션 등 휴양, 위락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불 위험이 큰 3월 하순에서 4월 중순까지 발화 원인을 집중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산불이 나면 즉시 경로를 예측하고 경보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정확한 대피 경로를 안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건축 허가를 낼 때도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산불 피해를 보고 느낄 수 있듯이, 이제 산불은 더 이상 저 멀리 산에서 나는 불이 아닙니다. 단 몇 시간이면 내 집, 내 일터를 파괴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재난으로 인식하고 산불에 대비하는 패러다임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땝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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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산불 대책, 발상부터 바꿔야
    • 입력 2019-04-06 07:44:45
    • 수정2019-04-06 07: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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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식 해설위원]

최악의 환경 재난이라 불리는 산불이 식목일을 전후해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또 강타했습니다. 도심에서 버스가 불타고 잠을 설친 주민들이 대피하는 광경을 보면서 국민들은 지난 2000년, 일주일 이상 동해안 지역을 불태웠던 고성 산불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이 지역은 건조한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더욱 강해지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옛날부터 산불이 잦았던 곳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성종과 인조 때 양양 지역에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운데 큰 산불이 났다는 기록이 있고 순조 때도 강원 동해안 지역에 산불이 나 60여 명이 숨졌다고 기록될 정도로, 봄철 강원지역 산불은 오래전부터 한반도를 괴롭혀 온 재난이었습니다. 산 아래에서 위쪽으로 번지는 일반적인 산불과 달리 강원 동해안 산불은 태풍에 가까운 고온 건조한 바람을 타고 산 위쪽에서 저지대인 해안 도심 방향으로 순식간에 확산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점점 수목의 밀도가 높아지는데다 펜션 등 휴양, 위락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불 위험이 큰 3월 하순에서 4월 중순까지 발화 원인을 집중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산불이 나면 즉시 경로를 예측하고 경보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정확한 대피 경로를 안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건축 허가를 낼 때도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산불 피해를 보고 느낄 수 있듯이, 이제 산불은 더 이상 저 멀리 산에서 나는 불이 아닙니다. 단 몇 시간이면 내 집, 내 일터를 파괴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재난으로 인식하고 산불에 대비하는 패러다임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땝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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