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돌아가나”…5백 명 이재민 ‘시름’

입력 2019.04.06 (21:08) 수정 2019.04.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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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하루하루 막막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자원​봉사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이승재 기자가 이재민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겨우 몸만 빠져나온 박영희 씨는 대피소의 허름한 임시 텐트에서 추위에 떨며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잿더미가 돼버린 집 생각에 밤새 뜬 눈으로 잠을 설쳤습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불길에 몸 하나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박영희/이재민 : "불덩이 날아오는데 어떻게 챙겨요. 저 차 없었으면 죽었어요. 차가 있으니깐 빠져나온 거지."]

김장호 씨는 지난해 큰 맘 먹고 지어 올린 전원 속 통나무집을 불구덩이에 빼앗겼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도 불타버린 통나무집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김장호/이재민 : "양말도 못 신고 나와서 지금 아무것도 못 갈아. 옷도 못 갈아입고 거기 안에 귀중품도 엄청 많아요, 집에. 그거 하나도 못가지고 왔어."]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화장실도 샤워실도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김장호/이재민 : "(씻는 건 씻으셨어요?) 예, 못 씻었죠. 지금 목욕가자고 잠깐 좀 비우려고 가는 길인데 뭐 씻으나 마나 양말도 오늘 처음 신은 거야."]

고령의 이재민들은 거동조차 불편해서 매번 끼니를 때우는 것도 번거로울 정돕니다.

[김동선/자원봉사자 : "못 나오시는 노인분들 저희가 한분 한분 여쭤봐가지고 배달해드리고 있어요."]

놀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마음으로 주민센터에 피해 신고를 해봅니다.

["전소면 괄호 열고 '전소' 적어주시고요."]

[박병설/화재 피해자 : "물품 뭐 이런 거 신고하라고 해서 그런 거 신고하는 거예요."]

동해안 산불로 안식처를 빼앗긴 이재민은 약 6백50여 명.

당국에서 임대주택과 연수시설을 곧 마련해 줄 거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시름을 달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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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돌아가나”…5백 명 이재민 ‘시름’
    • 입력 2019-04-06 21:11:11
    • 수정2019-04-07 11: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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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 하루하루 막막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자원​봉사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이승재 기자가 이재민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겨우 몸만 빠져나온 박영희 씨는 대피소의 허름한 임시 텐트에서 추위에 떨며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잿더미가 돼버린 집 생각에 밤새 뜬 눈으로 잠을 설쳤습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불길에 몸 하나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박영희/이재민 : "불덩이 날아오는데 어떻게 챙겨요. 저 차 없었으면 죽었어요. 차가 있으니깐 빠져나온 거지."] 김장호 씨는 지난해 큰 맘 먹고 지어 올린 전원 속 통나무집을 불구덩이에 빼앗겼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도 불타버린 통나무집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김장호/이재민 : "양말도 못 신고 나와서 지금 아무것도 못 갈아. 옷도 못 갈아입고 거기 안에 귀중품도 엄청 많아요, 집에. 그거 하나도 못가지고 왔어."]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화장실도 샤워실도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김장호/이재민 : "(씻는 건 씻으셨어요?) 예, 못 씻었죠. 지금 목욕가자고 잠깐 좀 비우려고 가는 길인데 뭐 씻으나 마나 양말도 오늘 처음 신은 거야."] 고령의 이재민들은 거동조차 불편해서 매번 끼니를 때우는 것도 번거로울 정돕니다. [김동선/자원봉사자 : "못 나오시는 노인분들 저희가 한분 한분 여쭤봐가지고 배달해드리고 있어요."] 놀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마음으로 주민센터에 피해 신고를 해봅니다. ["전소면 괄호 열고 '전소' 적어주시고요."] [박병설/화재 피해자 : "물품 뭐 이런 거 신고하라고 해서 그런 거 신고하는 거예요."] 동해안 산불로 안식처를 빼앗긴 이재민은 약 6백50여 명. 당국에서 임대주택과 연수시설을 곧 마련해 줄 거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시름을 달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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