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태국 국가 영상 재편집…이유는?

입력 2019.06.05 (20:33) 수정 2019.06.0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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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달 태국 정부는 '나라노래' 국가의 영상을 새로 제작해 선보였습니다.

각 분야 사람들을 두루 등장시켜 화합을 강조하고 국민 자부심을 높인다는 취지였는데요.

이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유석조 특파원! 태국 정부가 만든 영상이 어땠길래...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네, 태국에서는 국가를 ‘프렝 찻 타이’라고 합니다.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6시 태국의 모든 TV 채널과 공공 기관에서 이 노래를 트는데요.

지난달 초 정부가 1분 11초 분량의 공식 국가 영상, 뮤직비디오를 새로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불교계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러 종교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승려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전 영상에서 군인들이 자주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 만든 영상에서는 공무원부터 군인, 경찰, 학생, 농부까지 각 분야 다양한 국민들이 등장합니다.

국민 화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여러 종교인이 함께 국가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불교 단체는 여기에 왜 승려가 없냐며 문제를 제기했구요.

TV 방영을 금지하고 영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달라면서 경찰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태국은 불교색채가 짙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국가 영상에 승려가 빠졌다니, 의아하긴 하네요.

[기자]

네,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불교 국가죠.

국민 95%가 불교 신자구요.

전국에 불교사원이 3만 5천여 곳, 승려 수만 약 17만 명에 이릅니다.

태국 사람들한테 불교는 종교를 넘어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일반인들의 성인식과 결혼식, 장례식 등 일생의 중요한 의식들이 모두 불교식으로 치러집니다.

특히 태국 남자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 머리를 깎고 사원에 들어가 승려가 됩니다.

짧게는 3주, 길게는 석 달까지 ‘출가’를 체험하는데, 태국 회사들이 출가하는 직원들한테 유급휴가를 주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승려가 돼보지 않으면 어른 대접을 못받을 정도로 사회적 의미 또한 큽니다.

[분르안/출가자 할머니 : "손자가 승려가 되는 날이라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요. 승려 생활 마치고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어요."]

[타나깃/출가 체험 예정 : "태국에서는 20대 중반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 승려가 되고 싶어요."]

이처럼 불교는 태국의 오늘을 있게 한 문화적, 역사적 유산인 셈입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대로 태국에서는 매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 공공장소에서 국가가 울려퍼지는데 이 국가 영상에 승려가 빠졌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앵커]

그러게요.

정부입장에서는 국민 갈등을 잘 메워야 할 숙제가 생겼겠는데요?

[기자]

네, 태국 총리실은 TV 방영 중인 영상을 모두 내리고 불교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국가 영상을 다시 편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번 일이 종교 분열로 비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태국은 모든 종교가 공존하는 국가라는 입장인데요.

다시 선보일 영상에는 아침 탁발을 하는 승려와 불상 장면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전해집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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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태국 국가 영상 재편집…이유는?
    • 입력 2019-06-05 20:32:57
    • 수정2019-06-05 20:59:22
    글로벌24
[앵커]

지난 달 태국 정부는 '나라노래' 국가의 영상을 새로 제작해 선보였습니다.

각 분야 사람들을 두루 등장시켜 화합을 강조하고 국민 자부심을 높인다는 취지였는데요.

이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유석조 특파원! 태국 정부가 만든 영상이 어땠길래...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네, 태국에서는 국가를 ‘프렝 찻 타이’라고 합니다.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6시 태국의 모든 TV 채널과 공공 기관에서 이 노래를 트는데요.

지난달 초 정부가 1분 11초 분량의 공식 국가 영상, 뮤직비디오를 새로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불교계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러 종교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승려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전 영상에서 군인들이 자주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 만든 영상에서는 공무원부터 군인, 경찰, 학생, 농부까지 각 분야 다양한 국민들이 등장합니다.

국민 화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여러 종교인이 함께 국가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불교 단체는 여기에 왜 승려가 없냐며 문제를 제기했구요.

TV 방영을 금지하고 영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달라면서 경찰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태국은 불교색채가 짙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국가 영상에 승려가 빠졌다니, 의아하긴 하네요.

[기자]

네,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불교 국가죠.

국민 95%가 불교 신자구요.

전국에 불교사원이 3만 5천여 곳, 승려 수만 약 17만 명에 이릅니다.

태국 사람들한테 불교는 종교를 넘어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일반인들의 성인식과 결혼식, 장례식 등 일생의 중요한 의식들이 모두 불교식으로 치러집니다.

특히 태국 남자는 누구나 일생에 한 번 머리를 깎고 사원에 들어가 승려가 됩니다.

짧게는 3주, 길게는 석 달까지 ‘출가’를 체험하는데, 태국 회사들이 출가하는 직원들한테 유급휴가를 주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승려가 돼보지 않으면 어른 대접을 못받을 정도로 사회적 의미 또한 큽니다.

[분르안/출가자 할머니 : "손자가 승려가 되는 날이라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요. 승려 생활 마치고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어요."]

[타나깃/출가 체험 예정 : "태국에서는 20대 중반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 승려가 되고 싶어요."]

이처럼 불교는 태국의 오늘을 있게 한 문화적, 역사적 유산인 셈입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대로 태국에서는 매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 공공장소에서 국가가 울려퍼지는데 이 국가 영상에 승려가 빠졌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앵커]

그러게요.

정부입장에서는 국민 갈등을 잘 메워야 할 숙제가 생겼겠는데요?

[기자]

네, 태국 총리실은 TV 방영 중인 영상을 모두 내리고 불교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국가 영상을 다시 편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번 일이 종교 분열로 비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태국은 모든 종교가 공존하는 국가라는 입장인데요.

다시 선보일 영상에는 아침 탁발을 하는 승려와 불상 장면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전해집니다.

지금까지 방콕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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