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마을 덮친 ‘검은 물’…150만 톤 폐기물은 왜?

입력 2019.07.02 (08:33) 수정 2019.07.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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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유독 자주 나오는 뉴스 중에 하나가 바로 쓰레기 관련 소식입니다.

"곳곳에 쓰레기산, 폐기물산이 발견됐다. 방치돼 있다.", "수출했다가 국제 망신을 당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산이 있다면 어떨까요?

한 폐석산에 폐기물을 불법 매립해 왔는데, 그 양이 150만톤이 넘습니다.

침출수도 흘러나오겠죠.

마을 주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눈으로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전북의 한 마을입니다.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동네로 유명했는데, 언젠가부터 냇가에 물고기 한 마리조차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최기재/마을 주민 : "이 인근에 메기, 가물치, 뱀장어, 참게가 살던 내가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최춘기/마을 주민 : "옛날에 앞의 냇가에서 목욕하고 물고기 잡고 그냥 그 물로 목욕하면서 먹기도 할 정도로 깨끗하고 좋았어요. 지금은 완전히 살아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어요."]

20여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성혁경 씨.

논에 대던 지하수가 몇 년 전부터 이상해졌다고 호소합니다.

[성혁경/마을 주민 : "물이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밤새 틀었는데 아침에 오니까 논이 다 빨갛게 물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비료라도 섞인 물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성혁경/마을 주민 : "빨간 물이 들어오면 모가 빨갛게 타서 죽어요. 그래서 피해가 엄청나게 번져요."]

오염된 물이 흘러오는 곳을 따라가 봤더니 인근에 있는 건 바로 폐석산.

그런데, 산 속은 버려진 폐기물들로 가득찼고, 그 속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검은 침출수를 가둬놓은 저수조에서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진옥섭/마을 주민 :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독한 악취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있으면 머리가 아파요."]

이 검은 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곳에서 나오는 걸까요?

시간을 거슬러 2000년대 초반쯤.

돌을 캐내고 빈 폐석산을 복구하려던 차에 폐기물과 토사로 이곳을 메우겠다는 한 업체에 허가가 났습니다.

[최종화/주민대책위 사무국장 : "산지를 복구해야 되거든요. 산지관리법에 의해서. 그런데 그때부터 이 폐기물을 매립하기 시작한 거죠. 흙으로 복구를 해야 하는데 폐기물 매립 허가를 내준 거예요. 흙하고 50:50으로 섞어서 매립이 시작됐는데…"]

그런데, 5년 뒤쯤인 2010년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논으로 정체불명의 검은 물이 흘러들어왔고 물고기가 죽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최종화/주민대책위 사무국장 : "시커먼 물이, 간장 국물보다 더 진한 물이 막 흘러내리니까 그때는 이게 뭔지 몰랐어요. 저희도. 물고기도 수천 마리가 떠올라서 죽는 사태, 그렇게 민원을 계속 넣었던 거죠."]

계속된 민원에도 해결은 요원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환경부 조사로 이 폐석산에 허용되지 않은 지정폐기물이 매립된 것이 드러났습니다.

흘러나온 침출수는 충격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김강주/군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가장 심각한 오염물질은 비소와 페놀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비소는 1급 발암물질에 해당됩니다. 많이들 알고 있듯이 예전에 사약으로 사용되는 물질 중에 하나였고요. 페놀도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 그러한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준치의 300배의 비소에 기준치 10배를 넘는 페놀이 확인된 이후, 저수조와 상수도가 부랴부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저수조의 용량이 침출수의 양을 따라가지 못해 비가 오면 흘러넘치기 일쑤라고 합니다.

[진옥섭/마을 주민 : "장마철이 되면 보시다시피 이 둑 높이가 얼마 안 남습니다. 그러면 비가 많이 오면 범람할 텐데 범람하고 그럴까봐 우리 주민들은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당장 가축은 물론 주민 건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진옥섭/마을 주민 : "한 마리가 폐사를 했어요. 폐사를 했는데 수의사가 하는 말이 특이한 병인데 다 옮을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어서 더 불안한 마음으로 한우 사육을 하고 있어요."]

[최종화/주민대책위 사무국장 : "가까운 데서 농사를 짓고 지하수를 이용하시던 분들 같은 경우는 수술 받으시고 그런 분들도 계시고 피부 트러블 있는 분들은 많죠."]

게다가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산물의 판로조차 막혀버려 주민들의 생계도 막막합니다.

[성혁경/마을 주민 : "지금 작년에 (농사) 지은 것도 판매를 못하고 있고요. (농사를) 안 지으면 생계가 문제고 지으면 판로가 문제고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하는데 선택이 참 괴로워요."]

자,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해, 150만톤의 폐기물을 단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민관 협약이 체결됐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용량은 3000여톤.

[폐기물 처리 업체/음성변조 : "문제가 지금 배출자들이 숫자가 많다보니까 쉽게 말하자면 돈을 안 내려고 도망다녀요."]

처리 비용을 내야 하는 40여 개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비용을 내지 않았고, 폐기물을 옮길 장소도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처리 비용을 잘 안내는 업체도 많았고 그리고 많은 양을 갖다 받아주는 매립장도 없고 두 가지 요인이 같이 겹쳐 있습니다."]

주민들은 행정대집행으로 이번만큼은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최춘기/마을 주민 : "이게 그냥 1년만 침출수 내려오고 멈춘다고 그러면 괜찮겠는데 아마 우리가 평생 이걸 안고 가야할 것 같아요. 머리에 폭탄을 이고 있는 거예요, 지금. 그 정도로 심각해요."]

[최기재/마을 주민 : "다른 것 필요 없다. 하루빨리 이적 처리해서 예전처럼만 살게 바라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환경부는 침출수에 대해서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늦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지금 마을 주민들의 최대 걱정은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장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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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마을 덮친 ‘검은 물’…150만 톤 폐기물은 왜?
    • 입력 2019-07-02 08:39:21
    • 수정2019-07-02 09: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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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유독 자주 나오는 뉴스 중에 하나가 바로 쓰레기 관련 소식입니다.

"곳곳에 쓰레기산, 폐기물산이 발견됐다. 방치돼 있다.", "수출했다가 국제 망신을 당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산이 있다면 어떨까요?

한 폐석산에 폐기물을 불법 매립해 왔는데, 그 양이 150만톤이 넘습니다.

침출수도 흘러나오겠죠.

마을 주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눈으로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전북의 한 마을입니다.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동네로 유명했는데, 언젠가부터 냇가에 물고기 한 마리조차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최기재/마을 주민 : "이 인근에 메기, 가물치, 뱀장어, 참게가 살던 내가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최춘기/마을 주민 : "옛날에 앞의 냇가에서 목욕하고 물고기 잡고 그냥 그 물로 목욕하면서 먹기도 할 정도로 깨끗하고 좋았어요. 지금은 완전히 살아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어요."]

20여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성혁경 씨.

논에 대던 지하수가 몇 년 전부터 이상해졌다고 호소합니다.

[성혁경/마을 주민 : "물이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밤새 틀었는데 아침에 오니까 논이 다 빨갛게 물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비료라도 섞인 물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성혁경/마을 주민 : "빨간 물이 들어오면 모가 빨갛게 타서 죽어요. 그래서 피해가 엄청나게 번져요."]

오염된 물이 흘러오는 곳을 따라가 봤더니 인근에 있는 건 바로 폐석산.

그런데, 산 속은 버려진 폐기물들로 가득찼고, 그 속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검은 침출수를 가둬놓은 저수조에서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진옥섭/마을 주민 :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독한 악취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있으면 머리가 아파요."]

이 검은 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이곳에서 나오는 걸까요?

시간을 거슬러 2000년대 초반쯤.

돌을 캐내고 빈 폐석산을 복구하려던 차에 폐기물과 토사로 이곳을 메우겠다는 한 업체에 허가가 났습니다.

[최종화/주민대책위 사무국장 : "산지를 복구해야 되거든요. 산지관리법에 의해서. 그런데 그때부터 이 폐기물을 매립하기 시작한 거죠. 흙으로 복구를 해야 하는데 폐기물 매립 허가를 내준 거예요. 흙하고 50:50으로 섞어서 매립이 시작됐는데…"]

그런데, 5년 뒤쯤인 2010년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논으로 정체불명의 검은 물이 흘러들어왔고 물고기가 죽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최종화/주민대책위 사무국장 : "시커먼 물이, 간장 국물보다 더 진한 물이 막 흘러내리니까 그때는 이게 뭔지 몰랐어요. 저희도. 물고기도 수천 마리가 떠올라서 죽는 사태, 그렇게 민원을 계속 넣었던 거죠."]

계속된 민원에도 해결은 요원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환경부 조사로 이 폐석산에 허용되지 않은 지정폐기물이 매립된 것이 드러났습니다.

흘러나온 침출수는 충격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김강주/군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가장 심각한 오염물질은 비소와 페놀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비소는 1급 발암물질에 해당됩니다. 많이들 알고 있듯이 예전에 사약으로 사용되는 물질 중에 하나였고요. 페놀도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 그러한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준치의 300배의 비소에 기준치 10배를 넘는 페놀이 확인된 이후, 저수조와 상수도가 부랴부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저수조의 용량이 침출수의 양을 따라가지 못해 비가 오면 흘러넘치기 일쑤라고 합니다.

[진옥섭/마을 주민 : "장마철이 되면 보시다시피 이 둑 높이가 얼마 안 남습니다. 그러면 비가 많이 오면 범람할 텐데 범람하고 그럴까봐 우리 주민들은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당장 가축은 물론 주민 건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진옥섭/마을 주민 : "한 마리가 폐사를 했어요. 폐사를 했는데 수의사가 하는 말이 특이한 병인데 다 옮을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어서 더 불안한 마음으로 한우 사육을 하고 있어요."]

[최종화/주민대책위 사무국장 : "가까운 데서 농사를 짓고 지하수를 이용하시던 분들 같은 경우는 수술 받으시고 그런 분들도 계시고 피부 트러블 있는 분들은 많죠."]

게다가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산물의 판로조차 막혀버려 주민들의 생계도 막막합니다.

[성혁경/마을 주민 : "지금 작년에 (농사) 지은 것도 판매를 못하고 있고요. (농사를) 안 지으면 생계가 문제고 지으면 판로가 문제고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하는데 선택이 참 괴로워요."]

자,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해, 150만톤의 폐기물을 단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민관 협약이 체결됐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용량은 3000여톤.

[폐기물 처리 업체/음성변조 : "문제가 지금 배출자들이 숫자가 많다보니까 쉽게 말하자면 돈을 안 내려고 도망다녀요."]

처리 비용을 내야 하는 40여 개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비용을 내지 않았고, 폐기물을 옮길 장소도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환경부 관계자/음성변조 : "처리 비용을 잘 안내는 업체도 많았고 그리고 많은 양을 갖다 받아주는 매립장도 없고 두 가지 요인이 같이 겹쳐 있습니다."]

주민들은 행정대집행으로 이번만큼은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최춘기/마을 주민 : "이게 그냥 1년만 침출수 내려오고 멈춘다고 그러면 괜찮겠는데 아마 우리가 평생 이걸 안고 가야할 것 같아요. 머리에 폭탄을 이고 있는 거예요, 지금. 그 정도로 심각해요."]

[최기재/마을 주민 : "다른 것 필요 없다. 하루빨리 이적 처리해서 예전처럼만 살게 바라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환경부는 침출수에 대해서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늦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지금 마을 주민들의 최대 걱정은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장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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