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억 들인 인공어초 무용지물

입력 2003.04.19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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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자원 확보를 목표로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설치한 인공어초의 상당수가 방치돼 부식되거나 떠내려가는 바람에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기동 취재부 박주경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제주도 남쪽 연안어장입니다.
수심 12m, 모랫속에서 겨우 윗면만 드러낸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널려 있습니다.
모래를 걷어내고서야 삼각뿔 모양의 인공어초가 모습을 나타냅니다.
대부분 이 지경이다 보니 어패류가 모여들 리 없습니다.
⊙황보필(어민/남제주군 대정리): 완전 파묻혀 버리면 위에 모래가 쌓여 있는데 고기가 있을 리 없죠.
⊙기자: 문제는 위치 조사가 잘못된 데 있습니다.
조류가 거센 데다 바닥이 가는 모래투성이어서 애당초 매몰 가능성이 높은 해역인데도 적합지로 잘못 선정된 것입니다.
⊙제주도청 담당 공무원: 적지(적합지) 조사라는 게 다년간 토사 이동이나 이런 걸 관찰해서 나와야 되는데 단시간에 하다 보니까 문제를 미처 예측 못 한 거죠.
⊙기자: 남해안에 설치된 이 인공어초들 역시 갯벌에 잘못 투하됐습니다.
뻘만 뒤집어쓴 채 부식돼 앙상한 철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실한 설치도 문제입니다.
층층이 쌓았어야 할 이 아파트형 인공어초들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바람에 뿔뿔이 흩어진 채 제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되지만 정확한 실태파악도 안 되는 상태입니다.
⊙안영화(제주대 해양과학대학장): 거의 방치된 상태로 체계적인 조사가 지금 안 된 게 분명합니다.
이러한 어초들도 지금 와서 일체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실적 위주의 행정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무조건 많이 투하하는 데 급급해 예산의 대부분을 설치작업에만 쓰다 보니 과학적인 관리는 사실상 뒷전이었습니다.
⊙류정곤(박사/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인공어초를 만들어서 투하하는 것이 비용의 대부분이고 최근 들어서 일부 사후관리도 약간 잡혀 있기는 합니다마는 적지조사비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기자: 지난 70년대 이후 전국 연안에 설치된 인공어초는 모두 100만여 개.
그로 인해 이 바닷속으로 들어간 예산만 해도 54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전체 목표량의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그만큼의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갈 인공어초 사업, 이제 물량보다 효율성에 중점을 둘 때입니다.
KBS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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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천억 들인 인공어초 무용지물
    • 입력 2003-04-19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어자원 확보를 목표로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설치한 인공어초의 상당수가 방치돼 부식되거나 떠내려가는 바람에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기동 취재부 박주경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제주도 남쪽 연안어장입니다. 수심 12m, 모랫속에서 겨우 윗면만 드러낸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널려 있습니다. 모래를 걷어내고서야 삼각뿔 모양의 인공어초가 모습을 나타냅니다. 대부분 이 지경이다 보니 어패류가 모여들 리 없습니다. ⊙황보필(어민/남제주군 대정리): 완전 파묻혀 버리면 위에 모래가 쌓여 있는데 고기가 있을 리 없죠. ⊙기자: 문제는 위치 조사가 잘못된 데 있습니다. 조류가 거센 데다 바닥이 가는 모래투성이어서 애당초 매몰 가능성이 높은 해역인데도 적합지로 잘못 선정된 것입니다. ⊙제주도청 담당 공무원: 적지(적합지) 조사라는 게 다년간 토사 이동이나 이런 걸 관찰해서 나와야 되는데 단시간에 하다 보니까 문제를 미처 예측 못 한 거죠. ⊙기자: 남해안에 설치된 이 인공어초들 역시 갯벌에 잘못 투하됐습니다. 뻘만 뒤집어쓴 채 부식돼 앙상한 철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실한 설치도 문제입니다. 층층이 쌓았어야 할 이 아파트형 인공어초들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바람에 뿔뿔이 흩어진 채 제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되지만 정확한 실태파악도 안 되는 상태입니다. ⊙안영화(제주대 해양과학대학장): 거의 방치된 상태로 체계적인 조사가 지금 안 된 게 분명합니다. 이러한 어초들도 지금 와서 일체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실적 위주의 행정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무조건 많이 투하하는 데 급급해 예산의 대부분을 설치작업에만 쓰다 보니 과학적인 관리는 사실상 뒷전이었습니다. ⊙류정곤(박사/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인공어초를 만들어서 투하하는 것이 비용의 대부분이고 최근 들어서 일부 사후관리도 약간 잡혀 있기는 합니다마는 적지조사비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기자: 지난 70년대 이후 전국 연안에 설치된 인공어초는 모두 100만여 개. 그로 인해 이 바닷속으로 들어간 예산만 해도 54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전체 목표량의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그만큼의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갈 인공어초 사업, 이제 물량보다 효율성에 중점을 둘 때입니다. KBS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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