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입력 2020.06.12 (08:14)
수정 2020.06.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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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히는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허리가 꺾일 듯한 이 포옹 신 기억나시나요?
미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농장주의 딸 스칼릿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의 고난과 사랑을 다룬 이 영화 1939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을 휩쓴 당대 최고의 화제작이었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제목처럼 사라지게 됐습니다.
미국의 한 동영상 재생 서비스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인데요.
동영상 서비스 회사 HBO 맥스는 성명을 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방영 가능한 영상 목록에서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가 흑백 인종차별을 미화했다는 것이 삭제 이유였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걸까요.
영화 장면 중 스칼릿 오하라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예들, 시중을 드는 하녀의 모습 등이 흑인을 폄하한다고 해서 사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여 왔습니다.
영화가 제작된 1930년대는 실제로도 미국 내에서 흑인 차별이 심했던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떨어져서 별실에 혼자 참석했다고 한 영화 전문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HBO 맥스의 이번 삭제 조치는 영화 '노예 12년'의 감독인 존 리들리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동영상 재생 서비스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직후 나왔습니다.
최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여파로 보입니다.
HBO 맥스는 성명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시대의 산물로서, 불행하게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을 일부 묘사하고 있다"며 "이런 표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때도 거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죠, 이렇게요.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2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 없나요? (최고상)수상작이 한국에서 온 영화라니... "]
이에 대해 미 CNN은 "다양성을 폄하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반(反)미국적'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가 자랑스럽게 언급한 이 영화가 최근의 불미스런 논란에 다시 휘말린 모양새입니다.
인종 차별 논란으로 사라지는건 영화 뿐이 아닙니다.
성조기와 나란히 선 이 동상에서는 머리가 사라졌습니다.
하루 아침에 몸통만 남게 된 주인공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입니다.
당시 원주민을 탄압하고 학살을 주도했다는 재평가를 받으며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미 전역 곳곳에 세워졌던 콜럼버스 동상들 이렇게 바닥에 쓰러지고, 호수에 던져지고 수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토니 모랄레스/미국 원주민 :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콜럼버스의 업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저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인종 차별의 잔상을 지우려는 시도는 미국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
인종 차별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동상에 밧줄을 걸더니, 줄을 당겨 아래로 끌어내립니다.
동상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며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순간을 재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17세기 흑인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사후 자신의 재산을 지역 자선 단체에 기부해 1895년에는 동상까지 세워졌지만, 이번 플로이드 사태 여파로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재스민/브리스틀 교생 : "흑인들은 이 거리를 매일 걸어야 했습니다.흑인 노예가 만든 브리스틀 거리를 걸으며 매일 콜스턴 동상을 봐야 했습니다."]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패러마운트네트워크는 현직 경찰관과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캅스'의 제작과 향후 방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1000회 넘게 방영되며 편당 47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경찰관을 멋지고 영웅적인 사람으로만 미화한다는 시청자들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는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처럼, 인종 차별 없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오길 플로이드 사태가 남긴 울림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허리가 꺾일 듯한 이 포옹 신 기억나시나요?
미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농장주의 딸 스칼릿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의 고난과 사랑을 다룬 이 영화 1939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을 휩쓴 당대 최고의 화제작이었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제목처럼 사라지게 됐습니다.
미국의 한 동영상 재생 서비스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인데요.
동영상 서비스 회사 HBO 맥스는 성명을 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방영 가능한 영상 목록에서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가 흑백 인종차별을 미화했다는 것이 삭제 이유였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걸까요.
영화 장면 중 스칼릿 오하라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예들, 시중을 드는 하녀의 모습 등이 흑인을 폄하한다고 해서 사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여 왔습니다.
영화가 제작된 1930년대는 실제로도 미국 내에서 흑인 차별이 심했던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떨어져서 별실에 혼자 참석했다고 한 영화 전문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HBO 맥스의 이번 삭제 조치는 영화 '노예 12년'의 감독인 존 리들리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동영상 재생 서비스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직후 나왔습니다.
최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여파로 보입니다.
HBO 맥스는 성명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시대의 산물로서, 불행하게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을 일부 묘사하고 있다"며 "이런 표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때도 거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죠, 이렇게요.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2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 없나요? (최고상)수상작이 한국에서 온 영화라니... "]
이에 대해 미 CNN은 "다양성을 폄하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반(反)미국적'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가 자랑스럽게 언급한 이 영화가 최근의 불미스런 논란에 다시 휘말린 모양새입니다.
인종 차별 논란으로 사라지는건 영화 뿐이 아닙니다.
성조기와 나란히 선 이 동상에서는 머리가 사라졌습니다.
하루 아침에 몸통만 남게 된 주인공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입니다.
당시 원주민을 탄압하고 학살을 주도했다는 재평가를 받으며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미 전역 곳곳에 세워졌던 콜럼버스 동상들 이렇게 바닥에 쓰러지고, 호수에 던져지고 수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토니 모랄레스/미국 원주민 :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콜럼버스의 업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저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인종 차별의 잔상을 지우려는 시도는 미국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
인종 차별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동상에 밧줄을 걸더니, 줄을 당겨 아래로 끌어내립니다.
동상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며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순간을 재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17세기 흑인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사후 자신의 재산을 지역 자선 단체에 기부해 1895년에는 동상까지 세워졌지만, 이번 플로이드 사태 여파로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재스민/브리스틀 교생 : "흑인들은 이 거리를 매일 걸어야 했습니다.흑인 노예가 만든 브리스틀 거리를 걸으며 매일 콜스턴 동상을 봐야 했습니다."]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패러마운트네트워크는 현직 경찰관과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캅스'의 제작과 향후 방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1000회 넘게 방영되며 편당 47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경찰관을 멋지고 영웅적인 사람으로만 미화한다는 시청자들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는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처럼, 인종 차별 없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오길 플로이드 사태가 남긴 울림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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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6-12 08:19:13
- 수정2020-06-12 08:58:12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히는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허리가 꺾일 듯한 이 포옹 신 기억나시나요?
미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농장주의 딸 스칼릿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의 고난과 사랑을 다룬 이 영화 1939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을 휩쓴 당대 최고의 화제작이었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제목처럼 사라지게 됐습니다.
미국의 한 동영상 재생 서비스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인데요.
동영상 서비스 회사 HBO 맥스는 성명을 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방영 가능한 영상 목록에서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가 흑백 인종차별을 미화했다는 것이 삭제 이유였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걸까요.
영화 장면 중 스칼릿 오하라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예들, 시중을 드는 하녀의 모습 등이 흑인을 폄하한다고 해서 사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여 왔습니다.
영화가 제작된 1930년대는 실제로도 미국 내에서 흑인 차별이 심했던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떨어져서 별실에 혼자 참석했다고 한 영화 전문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HBO 맥스의 이번 삭제 조치는 영화 '노예 12년'의 감독인 존 리들리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동영상 재생 서비스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직후 나왔습니다.
최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여파로 보입니다.
HBO 맥스는 성명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시대의 산물로서, 불행하게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을 일부 묘사하고 있다"며 "이런 표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때도 거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죠, 이렇게요.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2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 없나요? (최고상)수상작이 한국에서 온 영화라니... "]
이에 대해 미 CNN은 "다양성을 폄하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반(反)미국적'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가 자랑스럽게 언급한 이 영화가 최근의 불미스런 논란에 다시 휘말린 모양새입니다.
인종 차별 논란으로 사라지는건 영화 뿐이 아닙니다.
성조기와 나란히 선 이 동상에서는 머리가 사라졌습니다.
하루 아침에 몸통만 남게 된 주인공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입니다.
당시 원주민을 탄압하고 학살을 주도했다는 재평가를 받으며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미 전역 곳곳에 세워졌던 콜럼버스 동상들 이렇게 바닥에 쓰러지고, 호수에 던져지고 수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토니 모랄레스/미국 원주민 :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콜럼버스의 업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저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인종 차별의 잔상을 지우려는 시도는 미국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
인종 차별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동상에 밧줄을 걸더니, 줄을 당겨 아래로 끌어내립니다.
동상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며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순간을 재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17세기 흑인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사후 자신의 재산을 지역 자선 단체에 기부해 1895년에는 동상까지 세워졌지만, 이번 플로이드 사태 여파로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재스민/브리스틀 교생 : "흑인들은 이 거리를 매일 걸어야 했습니다.흑인 노예가 만든 브리스틀 거리를 걸으며 매일 콜스턴 동상을 봐야 했습니다."]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패러마운트네트워크는 현직 경찰관과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캅스'의 제작과 향후 방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1000회 넘게 방영되며 편당 47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경찰관을 멋지고 영웅적인 사람으로만 미화한다는 시청자들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는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처럼, 인종 차별 없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오길 플로이드 사태가 남긴 울림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허리가 꺾일 듯한 이 포옹 신 기억나시나요?
미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농장주의 딸 스칼릿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의 고난과 사랑을 다룬 이 영화 1939년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을 휩쓴 당대 최고의 화제작이었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제목처럼 사라지게 됐습니다.
미국의 한 동영상 재생 서비스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인데요.
동영상 서비스 회사 HBO 맥스는 성명을 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방영 가능한 영상 목록에서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화가 흑백 인종차별을 미화했다는 것이 삭제 이유였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걸까요.
영화 장면 중 스칼릿 오하라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예들, 시중을 드는 하녀의 모습 등이 흑인을 폄하한다고 해서 사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여 왔습니다.
영화가 제작된 1930년대는 실제로도 미국 내에서 흑인 차별이 심했던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떨어져서 별실에 혼자 참석했다고 한 영화 전문 매체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HBO 맥스의 이번 삭제 조치는 영화 '노예 12년'의 감독인 존 리들리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동영상 재생 서비스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직후 나왔습니다.
최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여파로 보입니다.
HBO 맥스는 성명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시대의 산물로서, 불행하게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을 일부 묘사하고 있다"며 "이런 표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때도 거론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죠, 이렇게요.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2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 없나요? (최고상)수상작이 한국에서 온 영화라니... "]
이에 대해 미 CNN은 "다양성을 폄하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반(反)미국적' 생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가 자랑스럽게 언급한 이 영화가 최근의 불미스런 논란에 다시 휘말린 모양새입니다.
인종 차별 논란으로 사라지는건 영화 뿐이 아닙니다.
성조기와 나란히 선 이 동상에서는 머리가 사라졌습니다.
하루 아침에 몸통만 남게 된 주인공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입니다.
당시 원주민을 탄압하고 학살을 주도했다는 재평가를 받으며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미 전역 곳곳에 세워졌던 콜럼버스 동상들 이렇게 바닥에 쓰러지고, 호수에 던져지고 수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토니 모랄레스/미국 원주민 :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것(콜럼버스의 업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이고, 저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입니다."]
인종 차별의 잔상을 지우려는 시도는 미국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영국 남서부 브리스틀.
인종 차별에 항의하던 시위대가 동상에 밧줄을 걸더니, 줄을 당겨 아래로 끌어내립니다.
동상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며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순간을 재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17세기 흑인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사후 자신의 재산을 지역 자선 단체에 기부해 1895년에는 동상까지 세워졌지만, 이번 플로이드 사태 여파로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재스민/브리스틀 교생 : "흑인들은 이 거리를 매일 걸어야 했습니다.흑인 노예가 만든 브리스틀 거리를 걸으며 매일 콜스턴 동상을 봐야 했습니다."]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패러마운트네트워크는 현직 경찰관과 함께하는 리얼리티쇼 '캅스'의 제작과 향후 방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1000회 넘게 방영되며 편당 47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경찰관을 멋지고 영웅적인 사람으로만 미화한다는 시청자들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는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처럼, 인종 차별 없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오길 플로이드 사태가 남긴 울림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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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기자 heey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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