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2편〉의혹 투성이 의암호 사고…“수초섬, 목숨보다 소중했나?”

입력 2020.08.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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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인공수초섬

춘천시 인공수초섬

※ 2020년 7월 31일 저녁부터 8월 14일 현재까지 강원도 철원에는 최고 1,037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겨우 보름 만에 지난해 1년 강우량과 맞먹는 많은 비가 내린 것입니다. 춘천 북산의 누적 강우량이 700mm를 넘겼습니다. 철원의 저지대 마을들은 완전히 물에 잠겨 저수지로 변했습니다. 춘천 의암호에서는 선박 3척이 전복돼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연속 기획 보도는 이번 집중호우 당시, 현장으로 달려갔던 KBS 취재기자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한 기록입니다.

■ 수색 이틀째…경찰정 발견, 실종자는 어디에

북한강에서 인양되는 경찰정북한강에서 인양되는 경찰정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이튿날.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경강대교 인근으로 향했습니다.

이틀 전 소양강댐에서 수문 방류 상황을 취재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면 북한강 수계 댐들도 전부 수문을 열고 유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댐 사면을 따라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던 물줄기, 그 엄청난 양의 물이 지금 북한강을 흐르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계속해서 강원도 영서 지역에 쏟아붓던 비까지. 상황은 한눈에도 녹록지 않아 보였습니다.

본부에 들러 수색 상황을 확인하고 곧 이어질 뉴스 참여를 위해 이동하던 중 타사 기자 선배를 만났습니다. 여느 때처럼 인사를 하려는데, 선배가 소리쳤습니다. "야! 경찰정 나왔대 경찰정!"

'아, 어쩌면 실종자를 구조할 수도 있겠다!'

기대도 잠시, 그 실낱같던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경찰정 최초 발견자는 가평의 한 수상레저업체 대표였습니다. 가평군청의 수색 지원 요청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누구보다 물길을 잘 아는 분이었을 겁니다.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오르며 수색하던 중 나무에 걸려있던 경찰정을 발견했지만, 옆으로 3분의 1 가량 뉘어져 있었던 배 안에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강 물은 여전히 탁했고, 유속은 거셌습니다. 상류 소양강댐이 3년 만에 방류를 시작했고, 의암댐도 초당 4천 톤이 넘는 물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수색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색 구간인 가평 자라섬부터 팔당댐까지 길이만 40km가 넘습니다. 10km씩 구간을 나눠 2,6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돼 수색 작업을 벌였습니다. 수색은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입니다. 그마저도 저녁 7시 반 이후에는 사람이 직접 강으로 들어갈 수 없고, 서치라이트 등을 비춰가며 강 밖에서 작업을 벌입니다.

거센 유속 탓에 정작 사고 지점 인근은 사고 발생 다음 날까지도 수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틀 동안 계속된 수색은 별다른 결실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 춘천시 vs 인공수초섬 업체

의암호 사고 현장을 수색중인 헬기의암호 사고 현장을 수색중인 헬기

수색 사흘째. 드디어, 2명의 실종자가 발견됐습니다. ‘춘천시청’이라고 적힌 구명조끼도 나왔습니다. 수색은 계속됐고, 취재도 이어졌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애끓는 마음으로 사고대책본부 가족석을 지켰습니다.

그때부턴 '누가?', 그리고 '왜?'라는 물음이 찾아왔습니다.

춘천시는 사고 직후부터 업무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재차 물었을 때도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가니 도와달라’는 전화를 실종된 담당 주무관이 누군가로부터 받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를 도우러 나섰던 환경감시선, 경찰정 역시 담당 주무관의 전화 연락과 112신고로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는 겁니다.

사고 다음날 만났던 춘천시 주무부서 계장의 주장도 한결같았습니다. 담당 계장은 사고 현장에 있던 환경감시선의 경우, 사고 당일엔 작업하면 위험하니 '배를 띄우지 말라'고 문자까지 보냈다며 이를 취재진에 공개했습니다. 환경감시선의 운영주체는 춘천시입니다.

이에 반해, 인공수초섬 관리 업체는 춘천시의 '업무 지시'를 주장했습니다. 비가 오니 수초섬을 잘 '관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업무 지시라는 겁니다. 올해 7월 30일 춘천시의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그 이후에도 관리 요청을 받아 수초섬 고정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수초섬 계류 현장에서 춘천시청 관계자로부터 관리를 부탁하는 말을 들었는데,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그냥 둘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실제로 인공수초섬은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춘천시는 자신들이 "공사 작업을 중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아직 인공수초섬의 공사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였으므로, 관리 책임은 어디까지나 업체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해당 업체는 "춘천시가 인공수초섬의 최종 설치 지점을 결정해주지 않아 수초섬 고정작업을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수초섬이 떠내려가 사고가 발생했으니 책임은 춘천시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춘천시와 업체 모두 서로 책임이 없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특히, 실종된 주무관이 배우자 출산휴가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무 지시자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답답했습니다. 담당자는 실종됐고, 구조된 사람들도 접촉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격자를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사람이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겁니다."

교각에 걸려있는 인공수초섬 잔해교각에 걸려있는 인공수초섬 잔해

당시 현장에는 사고를 당한 선박 외에 함께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도와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공수초섬이 유실돼 떠내려오던 것을 목격하고, 이를 돕기 위해 보트를 몰고 나간 인근 레저업체 관계자들입니다. 사고 다음날, 사고 직전 상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것도 바로 이분들입니다.

처음엔 나무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300평짜리 거대한 구조물이 떠내려오는데 그 구조물 위에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말입니다. 작업을 위해 움직이던 세 사람을 본 뒤 보트를 몰고 수초섬 근처로 갔다고 했습니다. 떠내려오는 수초섬을 고정하려는 업체 직원들을 도와 보트를 타고 인공수초섬을 육지 쪽으로 밀어냈다고 합니다. 낚시터 인근 기둥에 인공수초섬을 묶는 첫번째 시도는 겨우 성공했지만, 결국 유속을 이기지 못해 줄이 끊어지면서 실패, 그 뒤에 사고 지점까지 떠내려갔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 후 환경감시선, 경찰정, 뒤이어 춘천시청 행정선이 사고 현장으로 와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도왔지만 실패했고, 끝내 사고가 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엇갈린 증언이 나옵니다.

춘천시는 사고 당일 이재수 춘천시장 브리핑에서, 수초섬이 떠내려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행정선을 보내 작업을 도왔고, 사고가 나기 전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정선을 몰고 나갔던 담당자도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여 철수 명령을 행정선 마이크를 통해 전달했고, 철수하고 있는 와중에 사고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철수 명령을 듣지 못했을 리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수초섬 작업을 도와주러 나간 4명의 레저업체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배를 돌려 철수한 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었고, 철수 명령은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엇갈린 주장의 검증은 이제 경찰 손에 넘겨졌습니다.

레저업체 관계자들은 당시 기상 상황에 대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렸다고 했습니다. 기상청이 밝힌 사고 당시 춘천에 내린 비는 시간당 20mm가 넘습니다. 보통 기상청은 시간당 15mm 이상 비가 내릴 때 강한 비라고 표현합니다. 위험해서 영업도 중지된 상태였습니다. 사고를 당하신 분들과는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분들입니다.

기자는 물었습니다.

"수일 동안 내린 비에, 댐 방류까지 시작돼 유속이 빠르고 위험하다는 걸 알았는데 왜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습니까?"

돌아오는 답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어요. 너무 간절해 보이셨어요. 그분들이. 그리고... 사람이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겁니다."


■ 남겨진 논란들…댐, 그리고 수초섬

방류중인 의암댐방류중인 의암댐

7월 31일부터 강원 영서 지역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쏟아부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겁니다. 결국, 저수량이 29억 톤에 달하는 소양강댐도 한계 수위를 넘겨 3년 만에 수문을 열었습니다. 그만큼 비의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는 의미입니다. 소양강댐 하류에 위치한 의암댐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와 댐 방류로 북한강은 온통 황토물로 뒤덮였습니다.

모든 댐은 수문을 열 때, 지자체는 물론 KBS와 같은 관계기관 등에 이를 사전 통보합니다. 하지만 댐 유역 관리는 댐의 관리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먼저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소양강댐 같은 다목적 댐들은, 댐 본체는 물론 댐 인근 유역까지 모두 수공이 관리합니다. 댐 관리와 유역의 시설물, 안전관리까지 맡는 겁니다. 이 때문에 수문이 열릴 경우 작업을 금지하는 별도의 관리 규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의암댐 등 발전용 댐은 한수원이 댐 본체만을 관리합니다. 댐 유역에 설치되는 시설물과 안전관리는 지자체가 맡습니다. 이 때문에 한수원 관리 댐 유역에서 사고가 나면 한수원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현재 법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의암댐의 경우, 한수원은 댐 상류 500m에 댐 접근을 막기 위한 수상통제선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의암호 선박 사고 당시, 경찰정과 환경 감시선이 걸려 전복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선입니다. 한수원은 또, 관계기관 외 하류 주민들에게도 댐 방류 전 이를 알려 안전사고를 막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습니다.

의암댐 상류 500m 지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와 한수원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일까? 특히, 유역 수위가 올라가 수상통제선이 제대로 식별되지 않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볼 때, 과연 한수원이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한수원이 수공처럼 댐 수문 개방 시 '댐 인근 모든 작업 금지'라는 규정을 만들고, 이를 유역 관리 주체인 춘천시에 통보했었다면 어땠을까?'

때늦은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인공수초섬의 존재도 여전히 의문투성이입니다.

저는 이번 사고로 인공수초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수초와 섬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수초섬은 환경정화식물을 심어 놓은 거대한 판입니다. 2003년 설치했던 수초섬에 새로운 춘천시의 로고인 하트 모양을 만들기 위해 추가 작업을 한 수초섬과 춘천의 알파벳 앞자리 C 모양의 수초섬. 이렇게 두 개가 있었고, 떠내려간 건 새로 증설한 하트 수초섬입니다. 이 둘의 면적을 합해봐야 고작 4,600여㎡, 이에 반해 정화하겠다는 의암호의 면적은 17㎢입니다.

제작 업체도 현재 규모의 인공수초섬은 '강변 녹조를 완화할 뿐 큰 정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춘천시도 인공수초섬의 효과를 묻는 말에, '정화작업의 기능보다 경관을 위한 사업 일부'라고 답했습니다. 이 두 개의 수초섬에는 한강수계기금 10억을 비롯해 14억 7천만 원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지금도 북한강에선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의 심정은 차마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과 듣지 못한 답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남겨진 논란들의 답을 찾는 건 우리의 몫이 돼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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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르포〈2편〉의혹 투성이 의암호 사고…“수초섬, 목숨보다 소중했나?”
    • 입력 2020-08-16 09:41:30
    취재K

춘천시 인공수초섬

※ 2020년 7월 31일 저녁부터 8월 14일 현재까지 강원도 철원에는 최고 1,037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겨우 보름 만에 지난해 1년 강우량과 맞먹는 많은 비가 내린 것입니다. 춘천 북산의 누적 강우량이 700mm를 넘겼습니다. 철원의 저지대 마을들은 완전히 물에 잠겨 저수지로 변했습니다. 춘천 의암호에서는 선박 3척이 전복돼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연속 기획 보도는 이번 집중호우 당시, 현장으로 달려갔던 KBS 취재기자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한 기록입니다.

■ 수색 이틀째…경찰정 발견, 실종자는 어디에

북한강에서 인양되는 경찰정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이튿날.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경강대교 인근으로 향했습니다.

이틀 전 소양강댐에서 수문 방류 상황을 취재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면 북한강 수계 댐들도 전부 수문을 열고 유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댐 사면을 따라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던 물줄기, 그 엄청난 양의 물이 지금 북한강을 흐르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계속해서 강원도 영서 지역에 쏟아붓던 비까지. 상황은 한눈에도 녹록지 않아 보였습니다.

본부에 들러 수색 상황을 확인하고 곧 이어질 뉴스 참여를 위해 이동하던 중 타사 기자 선배를 만났습니다. 여느 때처럼 인사를 하려는데, 선배가 소리쳤습니다. "야! 경찰정 나왔대 경찰정!"

'아, 어쩌면 실종자를 구조할 수도 있겠다!'

기대도 잠시, 그 실낱같던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경찰정 최초 발견자는 가평의 한 수상레저업체 대표였습니다. 가평군청의 수색 지원 요청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누구보다 물길을 잘 아는 분이었을 겁니다.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오르며 수색하던 중 나무에 걸려있던 경찰정을 발견했지만, 옆으로 3분의 1 가량 뉘어져 있었던 배 안에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강 물은 여전히 탁했고, 유속은 거셌습니다. 상류 소양강댐이 3년 만에 방류를 시작했고, 의암댐도 초당 4천 톤이 넘는 물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수색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색 구간인 가평 자라섬부터 팔당댐까지 길이만 40km가 넘습니다. 10km씩 구간을 나눠 2,60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돼 수색 작업을 벌였습니다. 수색은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입니다. 그마저도 저녁 7시 반 이후에는 사람이 직접 강으로 들어갈 수 없고, 서치라이트 등을 비춰가며 강 밖에서 작업을 벌입니다.

거센 유속 탓에 정작 사고 지점 인근은 사고 발생 다음 날까지도 수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틀 동안 계속된 수색은 별다른 결실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 춘천시 vs 인공수초섬 업체

의암호 사고 현장을 수색중인 헬기
수색 사흘째. 드디어, 2명의 실종자가 발견됐습니다. ‘춘천시청’이라고 적힌 구명조끼도 나왔습니다. 수색은 계속됐고, 취재도 이어졌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애끓는 마음으로 사고대책본부 가족석을 지켰습니다.

그때부턴 '누가?', 그리고 '왜?'라는 물음이 찾아왔습니다.

춘천시는 사고 직후부터 업무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재차 물었을 때도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가니 도와달라’는 전화를 실종된 담당 주무관이 누군가로부터 받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를 도우러 나섰던 환경감시선, 경찰정 역시 담당 주무관의 전화 연락과 112신고로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는 겁니다.

사고 다음날 만났던 춘천시 주무부서 계장의 주장도 한결같았습니다. 담당 계장은 사고 현장에 있던 환경감시선의 경우, 사고 당일엔 작업하면 위험하니 '배를 띄우지 말라'고 문자까지 보냈다며 이를 취재진에 공개했습니다. 환경감시선의 운영주체는 춘천시입니다.

이에 반해, 인공수초섬 관리 업체는 춘천시의 '업무 지시'를 주장했습니다. 비가 오니 수초섬을 잘 '관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업무 지시라는 겁니다. 올해 7월 30일 춘천시의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그 이후에도 관리 요청을 받아 수초섬 고정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수초섬 계류 현장에서 춘천시청 관계자로부터 관리를 부탁하는 말을 들었는데,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그냥 둘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실제로 인공수초섬은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춘천시는 자신들이 "공사 작업을 중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아직 인공수초섬의 공사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였으므로, 관리 책임은 어디까지나 업체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해당 업체는 "춘천시가 인공수초섬의 최종 설치 지점을 결정해주지 않아 수초섬 고정작업을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수초섬이 떠내려가 사고가 발생했으니 책임은 춘천시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춘천시와 업체 모두 서로 책임이 없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특히, 실종된 주무관이 배우자 출산휴가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무 지시자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답답했습니다. 담당자는 실종됐고, 구조된 사람들도 접촉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격자를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사람이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겁니다."

교각에 걸려있는 인공수초섬 잔해
당시 현장에는 사고를 당한 선박 외에 함께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도와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공수초섬이 유실돼 떠내려오던 것을 목격하고, 이를 돕기 위해 보트를 몰고 나간 인근 레저업체 관계자들입니다. 사고 다음날, 사고 직전 상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것도 바로 이분들입니다.

처음엔 나무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300평짜리 거대한 구조물이 떠내려오는데 그 구조물 위에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말입니다. 작업을 위해 움직이던 세 사람을 본 뒤 보트를 몰고 수초섬 근처로 갔다고 했습니다. 떠내려오는 수초섬을 고정하려는 업체 직원들을 도와 보트를 타고 인공수초섬을 육지 쪽으로 밀어냈다고 합니다. 낚시터 인근 기둥에 인공수초섬을 묶는 첫번째 시도는 겨우 성공했지만, 결국 유속을 이기지 못해 줄이 끊어지면서 실패, 그 뒤에 사고 지점까지 떠내려갔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 후 환경감시선, 경찰정, 뒤이어 춘천시청 행정선이 사고 현장으로 와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도왔지만 실패했고, 끝내 사고가 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엇갈린 증언이 나옵니다.

춘천시는 사고 당일 이재수 춘천시장 브리핑에서, 수초섬이 떠내려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행정선을 보내 작업을 도왔고, 사고가 나기 전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정선을 몰고 나갔던 담당자도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여 철수 명령을 행정선 마이크를 통해 전달했고, 철수하고 있는 와중에 사고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철수 명령을 듣지 못했을 리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수초섬 작업을 도와주러 나간 4명의 레저업체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배를 돌려 철수한 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었고, 철수 명령은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엇갈린 주장의 검증은 이제 경찰 손에 넘겨졌습니다.

레저업체 관계자들은 당시 기상 상황에 대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렸다고 했습니다. 기상청이 밝힌 사고 당시 춘천에 내린 비는 시간당 20mm가 넘습니다. 보통 기상청은 시간당 15mm 이상 비가 내릴 때 강한 비라고 표현합니다. 위험해서 영업도 중지된 상태였습니다. 사고를 당하신 분들과는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분들입니다.

기자는 물었습니다.

"수일 동안 내린 비에, 댐 방류까지 시작돼 유속이 빠르고 위험하다는 걸 알았는데 왜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습니까?"

돌아오는 답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어요. 너무 간절해 보이셨어요. 그분들이. 그리고... 사람이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겁니다."


■ 남겨진 논란들…댐, 그리고 수초섬

방류중인 의암댐
7월 31일부터 강원 영서 지역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쏟아부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겁니다. 결국, 저수량이 29억 톤에 달하는 소양강댐도 한계 수위를 넘겨 3년 만에 수문을 열었습니다. 그만큼 비의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는 의미입니다. 소양강댐 하류에 위치한 의암댐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와 댐 방류로 북한강은 온통 황토물로 뒤덮였습니다.

모든 댐은 수문을 열 때, 지자체는 물론 KBS와 같은 관계기관 등에 이를 사전 통보합니다. 하지만 댐 유역 관리는 댐의 관리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먼저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소양강댐 같은 다목적 댐들은, 댐 본체는 물론 댐 인근 유역까지 모두 수공이 관리합니다. 댐 관리와 유역의 시설물, 안전관리까지 맡는 겁니다. 이 때문에 수문이 열릴 경우 작업을 금지하는 별도의 관리 규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의암댐 등 발전용 댐은 한수원이 댐 본체만을 관리합니다. 댐 유역에 설치되는 시설물과 안전관리는 지자체가 맡습니다. 이 때문에 한수원 관리 댐 유역에서 사고가 나면 한수원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현재 법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의암댐의 경우, 한수원은 댐 상류 500m에 댐 접근을 막기 위한 수상통제선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의암호 선박 사고 당시, 경찰정과 환경 감시선이 걸려 전복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선입니다. 한수원은 또, 관계기관 외 하류 주민들에게도 댐 방류 전 이를 알려 안전사고를 막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습니다.

의암댐 상류 500m 지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와 한수원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일까? 특히, 유역 수위가 올라가 수상통제선이 제대로 식별되지 않았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볼 때, 과연 한수원이 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한수원이 수공처럼 댐 수문 개방 시 '댐 인근 모든 작업 금지'라는 규정을 만들고, 이를 유역 관리 주체인 춘천시에 통보했었다면 어땠을까?'

때늦은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인공수초섬의 존재도 여전히 의문투성이입니다.

저는 이번 사고로 인공수초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수초와 섬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수초섬은 환경정화식물을 심어 놓은 거대한 판입니다. 2003년 설치했던 수초섬에 새로운 춘천시의 로고인 하트 모양을 만들기 위해 추가 작업을 한 수초섬과 춘천의 알파벳 앞자리 C 모양의 수초섬. 이렇게 두 개가 있었고, 떠내려간 건 새로 증설한 하트 수초섬입니다. 이 둘의 면적을 합해봐야 고작 4,600여㎡, 이에 반해 정화하겠다는 의암호의 면적은 17㎢입니다.

제작 업체도 현재 규모의 인공수초섬은 '강변 녹조를 완화할 뿐 큰 정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춘천시도 인공수초섬의 효과를 묻는 말에, '정화작업의 기능보다 경관을 위한 사업 일부'라고 답했습니다. 이 두 개의 수초섬에는 한강수계기금 10억을 비롯해 14억 7천만 원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지금도 북한강에선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의 심정은 차마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과 듣지 못한 답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남겨진 논란들의 답을 찾는 건 우리의 몫이 돼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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