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K] “가야 유적을 지켜주세요”…장수에서도 태양광 갈등

입력 2020.10.11 (21:29) 수정 2020.10.11 (21: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남원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백제 유적이 훼손될 처지라고 최근 보도해 드렸는데요.

장수에서도 태양광 개발로 가야 유적이 훼손될 위기여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학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서승신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수군 천천면과 계남면을 가르는 한 산의 정상부.

가야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침령산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성 가운데 가장 큰 집수정, 즉 우물이 발견돼 유적으로서 가치가 아주 큽니다.

바로 옆 산에서는 역시 가야시대에 축조한 것으로 보이는 봉수대를 발굴 중입니다.

모두 가야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들로, 국가 사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2만6천 제곱미터가 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봉수대 유적과의 거리는 3백 미터 정도에 불과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천막까지 쳐가며 공사 저지에 나섰습니다.

주민 동의는커녕 제대로 된 설명회조차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양종길/주민 : "소중한 가야 유적을 우리 주민들도 굉장히 뜻깊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꼭 지켜야 하지 않느냐 우리가…."]

지역 시민단체와 교육계도 가세했습니다.

유적은 물론, 지역 고유의 자연환경까지 사라질 처지라고 말합니다.

[서경원/전교조 장수군지회 부지회장 : "그런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너무나 앞뒤가 맞지 않고요."]

허가 과정에 주민 동의가 필요 없다 보니, 태양광 개발업체는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만 한두 차례 열었습니다.

가야 유적이 국가 사적 등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자 서둘러 지표조사 용역을 맡기는 등 문화재 심사도 통과했습니다.

장수군은 이런 정황을 알면서도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다며 공사를 허가했습니다.

[곽성규/장수군 도시팀장 : "어차피 저희는 제출된 자료만 보고 확인하는 상황이니까요. 개발행위 허가 요건이라든지 법적 요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장수군은 그동안 가야 유적이 나올 때마다 장수가야, 철의 왕국 등 온갖 어구를 써가며 외부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유적 훼손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특히,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경우 문화재의 가치가 떨어져 국가 사적 지정 가능성은 크게 낮아집니다.

[곽장근/군산대 역사전공 교수/가야문화연구소장 : "경관성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재 지정을 통한 보존 및 관리, 그리고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될 거라고…."]

가야사 연구와 복원은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영호남 공동 연구를 통한 동서 화합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구잡이 태양광 개발로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꺾이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KBS 뉴스 서승신 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K] “가야 유적을 지켜주세요”…장수에서도 태양광 갈등
    • 입력 2020-10-11 21:29:52
    • 수정2020-10-11 21:35:55
    뉴스9(전주)
[앵커]

남원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백제 유적이 훼손될 처지라고 최근 보도해 드렸는데요.

장수에서도 태양광 개발로 가야 유적이 훼손될 위기여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학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서승신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수군 천천면과 계남면을 가르는 한 산의 정상부.

가야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침령산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산성 가운데 가장 큰 집수정, 즉 우물이 발견돼 유적으로서 가치가 아주 큽니다.

바로 옆 산에서는 역시 가야시대에 축조한 것으로 보이는 봉수대를 발굴 중입니다.

모두 가야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들로, 국가 사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2만6천 제곱미터가 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봉수대 유적과의 거리는 3백 미터 정도에 불과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천막까지 쳐가며 공사 저지에 나섰습니다.

주민 동의는커녕 제대로 된 설명회조차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양종길/주민 : "소중한 가야 유적을 우리 주민들도 굉장히 뜻깊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꼭 지켜야 하지 않느냐 우리가…."]

지역 시민단체와 교육계도 가세했습니다.

유적은 물론, 지역 고유의 자연환경까지 사라질 처지라고 말합니다.

[서경원/전교조 장수군지회 부지회장 : "그런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너무나 앞뒤가 맞지 않고요."]

허가 과정에 주민 동의가 필요 없다 보니, 태양광 개발업체는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만 한두 차례 열었습니다.

가야 유적이 국가 사적 등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자 서둘러 지표조사 용역을 맡기는 등 문화재 심사도 통과했습니다.

장수군은 이런 정황을 알면서도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다며 공사를 허가했습니다.

[곽성규/장수군 도시팀장 : "어차피 저희는 제출된 자료만 보고 확인하는 상황이니까요. 개발행위 허가 요건이라든지 법적 요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장수군은 그동안 가야 유적이 나올 때마다 장수가야, 철의 왕국 등 온갖 어구를 써가며 외부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유적 훼손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특히,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경우 문화재의 가치가 떨어져 국가 사적 지정 가능성은 크게 낮아집니다.

[곽장근/군산대 역사전공 교수/가야문화연구소장 : "경관성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재 지정을 통한 보존 및 관리, 그리고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될 거라고…."]

가야사 연구와 복원은 문재인 정부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영호남 공동 연구를 통한 동서 화합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구잡이 태양광 개발로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꺾이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KBS 뉴스 서승신 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