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정책…국내에선 ‘그린뉴딜’·해외에선 ‘기후악당’

입력 2020.11.04 (06:44) 수정 2020.11.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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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는 국내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정책과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나라 밖에선 탄소 배출을 늘리는 사업에 투자하는 등 상반된 모습입니다.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이호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 앞에 한글 피켓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전력 이사회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사업을 가결한 날, 국제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들이 이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겁니다.

해외 석탄 투자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 참여가 결정됐습니다.

붕앙 2호기가 완공되면 30년간 총 2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으로 목표한 감축량의 15배에 달합니다.

이 같은 대내외 엇박자 정책에 여당에서도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5일 : "한전의 베트남 붕앙-2 석탄 화력 발전소 투자 결정은 스스로 기후 악당임을 증명한 것입니다."]

정부와 투자 기관은 투자 당사국과의 관계, 국내 기업의 이익을 이유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해외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처럼 국익을 내세우면서 여론도 찬성 입장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석탄 투자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갈수록 낮아져 우리가 투자한 개발 도상국에서도 7~8년 뒤에는 석탄 화력 발전 단가 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윤세종/변호사/기후솔루션 : "지금 건설을 시작하면 20~30년 동안 석탄 발전소를 운영해야 할 텐데요. 7~8년 만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그게 사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공적 금융 기관이 지난 12년간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한 돈은 14조 원 규모.

전문가들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석탄 산업에 투자할 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한종헌 박미주

[알립니다] 인터뷰이인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의 이름에 오기가 있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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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된 정책…국내에선 ‘그린뉴딜’·해외에선 ‘기후악당’
    • 입력 2020-11-04 06:44:26
    • 수정2020-11-04 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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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는 국내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정책과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나라 밖에선 탄소 배출을 늘리는 사업에 투자하는 등 상반된 모습입니다.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이호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 앞에 한글 피켓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전력 이사회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사업을 가결한 날, 국제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들이 이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겁니다.

해외 석탄 투자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 참여가 결정됐습니다.

붕앙 2호기가 완공되면 30년간 총 2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으로 목표한 감축량의 15배에 달합니다.

이 같은 대내외 엇박자 정책에 여당에서도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10월 5일 : "한전의 베트남 붕앙-2 석탄 화력 발전소 투자 결정은 스스로 기후 악당임을 증명한 것입니다."]

정부와 투자 기관은 투자 당사국과의 관계, 국내 기업의 이익을 이유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해외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처럼 국익을 내세우면서 여론도 찬성 입장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석탄 투자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갈수록 낮아져 우리가 투자한 개발 도상국에서도 7~8년 뒤에는 석탄 화력 발전 단가 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윤세종/변호사/기후솔루션 : "지금 건설을 시작하면 20~30년 동안 석탄 발전소를 운영해야 할 텐데요. 7~8년 만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그게 사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공적 금융 기관이 지난 12년간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한 돈은 14조 원 규모.

전문가들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석탄 산업에 투자할 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심규일/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한종헌 박미주

[알립니다] 인터뷰이인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의 이름에 오기가 있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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