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청소년 체험숲…산림 훼손하고 놀이시설?

입력 2020.11.06 (21:41) 수정 2020.11.06 (21: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도심 숲, 백양산 자락에 각종 체험시설을 갖춘 '청소년 체험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치유를 위한 시설이라는데, 산림 훼손이 불가피한데다 대부분 놀이시설에 가깝습니다.

이런 시설을 짓는데 환경영향평가나 주민 공청회도 없었습니다.

현장K, 노준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양산자락, 성지곡수원지 북서쪽 숲속.

공사가 한창입니다.

명상을 위한 철재 시설물인데, 설치가 끝나면 편백나무와 참나무 아래 땅은 햇빛을 볼 수 없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데크 판 밑에 하지 작업 중입니다. 이게 사람들 휴식처가 된다는… 전망도 있고."]

인근 소나무 숲으로 가봤습니다.

최고 수령 100년 된 소나무 위에 각종 기구와 부품이 매달렸습니다.

나무 몸통은 나사로 꽉 조여놨습니다.

시설물 설치에 방해가 되는 일부 나무는 잘려나갔습니다.

클라이밍 등 주로, 나무를 타고내리는 체험 놀이시설이 설치 중인데 나무 하중이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진철/부산환경회의 집행위원 : "나무에 굉장히 위해를 가하는 행위거든요. 결코, 살아 있는 나무한테 득이 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몇 년 안 가서 나무가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자골 계곡입니다.

이 계곡에도 32m 출렁다리를 놓고 다리 아래 물놀이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 이렇게 주변 편백나무 10여 그루가 뽑혔습니다.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공사로 인해 사시사철 푸른 토종식물, '마삭줄' 군락지도 사라졌습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는 사업비 22억 원을 들여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모두 20여 개 시설의 청소년 체험숲을 조성중입니다.

청소년들이 도심 숲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라고 설명합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관계자/음성변조 : "나무가 견딜 수 있는 나무 하중을 유럽 기준에 맞춰 설치하거든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아이들이 와서 나무를 안고 행복한 웃음을 주면 나무가 더 행복할 수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도심 숲에 이 같은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건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시유지, 자연녹지 개발 인허가 절차가 간소해졌기 때문입니다.

개발 전, 생태계 조사 절차인 환경영향평가도 빠졌습니다.

관련 법에는 사업 면적이 5천 제곱미터를 넘으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 조사 등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총면적은 4,980제곱미터.

각종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또 사업 초기,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도 없었습니다.

백양산자락은 인근 금정산과 함께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 중인 상황.

부산시 한쪽에서는 '보전'을,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을, 행정당국 부서별로 엇박자입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가 푸른 숲 보전에 앞장서기는커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K] 청소년 체험숲…산림 훼손하고 놀이시설?
    • 입력 2020-11-06 21:41:17
    • 수정2020-11-06 21:45:12
    뉴스9(부산)
[앵커]

도심 숲, 백양산 자락에 각종 체험시설을 갖춘 '청소년 체험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치유를 위한 시설이라는데, 산림 훼손이 불가피한데다 대부분 놀이시설에 가깝습니다.

이런 시설을 짓는데 환경영향평가나 주민 공청회도 없었습니다.

현장K, 노준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양산자락, 성지곡수원지 북서쪽 숲속.

공사가 한창입니다.

명상을 위한 철재 시설물인데, 설치가 끝나면 편백나무와 참나무 아래 땅은 햇빛을 볼 수 없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데크 판 밑에 하지 작업 중입니다. 이게 사람들 휴식처가 된다는… 전망도 있고."]

인근 소나무 숲으로 가봤습니다.

최고 수령 100년 된 소나무 위에 각종 기구와 부품이 매달렸습니다.

나무 몸통은 나사로 꽉 조여놨습니다.

시설물 설치에 방해가 되는 일부 나무는 잘려나갔습니다.

클라이밍 등 주로, 나무를 타고내리는 체험 놀이시설이 설치 중인데 나무 하중이 부담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진철/부산환경회의 집행위원 : "나무에 굉장히 위해를 가하는 행위거든요. 결코, 살아 있는 나무한테 득이 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몇 년 안 가서 나무가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자골 계곡입니다.

이 계곡에도 32m 출렁다리를 놓고 다리 아래 물놀이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 이렇게 주변 편백나무 10여 그루가 뽑혔습니다.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공사로 인해 사시사철 푸른 토종식물, '마삭줄' 군락지도 사라졌습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는 사업비 22억 원을 들여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모두 20여 개 시설의 청소년 체험숲을 조성중입니다.

청소년들이 도심 숲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라고 설명합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관계자/음성변조 : "나무가 견딜 수 있는 나무 하중을 유럽 기준에 맞춰 설치하거든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아이들이 와서 나무를 안고 행복한 웃음을 주면 나무가 더 행복할 수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도심 숲에 이 같은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건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시유지, 자연녹지 개발 인허가 절차가 간소해졌기 때문입니다.

개발 전, 생태계 조사 절차인 환경영향평가도 빠졌습니다.

관련 법에는 사업 면적이 5천 제곱미터를 넘으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 조사 등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총면적은 4,980제곱미터.

각종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또 사업 초기,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도 없었습니다.

백양산자락은 인근 금정산과 함께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 중인 상황.

부산시 한쪽에서는 '보전'을, 다른 한쪽에서는 '개발'을, 행정당국 부서별로 엇박자입니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가 푸른 숲 보전에 앞장서기는커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부산-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