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카불…난민·여성 인권 문제도 대두

입력 2021.08.16 (21:06) 수정 2021.08.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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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아프가니스탄 지금 상황은 어떤지, 국제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중동과 미국, 중국을 차례로 연결해 알아봅니다.

먼저, 중동지국으로 갑니다.

우수경 특파원 앞서 잠시 전해드렸지만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혼돈 그 자체죠?

[기자]

수도 카불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민항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군용기 활주로에 몰려들어 올라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시는 건 수도 카불에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모습입니다.

활주로마다 비행기에 타려는 사람들로 대혼란입니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어젯밤부터 끝없이 몰려들었습니다.

통제 불능 상황이 되면서 현재 공항 통제는 미군 등 군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불 시내도 혼란스럽습니다.

안전지대라고 여겨졌던 카불마저 함락되자 사람들은 다시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갈 곳은 국경 너머 다른 국가들밖에 없습니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이란은 난민촌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난민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라크마툴라 쿠야쉬/아프간 난민 : "우리는 국경 넘어 (우즈베키스탄) 테르메스로 서둘러 왔습니다. 모든 가족이 국경 너머에 남겨졌습니다. 집, 직장 모든 걸 남겨두고 왔는데 뭘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 미국과 탈레반이 20년을 끌어온 전쟁인데 미국이 체면을 크게 구기면서 끝나게 됐네요?

[기자]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미군 철군보다 빨라 굴욕적으로 전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미국 내부의 평가입니다.

지난 2001년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배후로 지목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에 탈레반이 은신처를 제공하고 미국의 신병 인도 요구도 거부하면서 전쟁이 시작됐었죠.

처음엔 미국 쪽이 우세한 듯했지만 이후 장기전이 이어지며 아프간 측 17만 명, 미국과 동맹국에선 7천 4백여 명이 숨졌고, 투입된 전쟁 비용도 1조 달러에 이릅니다.

미국이 다소 무리한 철군을 감행한 것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전쟁, 빨리 끝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생각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앵커]

철군에 대해 미국 여론도 긍정적이었잖아요? 그런데 막상 아프간이 탈레반에 넘어가니까 좀 다른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미국이 너무 탈레반을 얕잡아본 거 아니냐, 미국 정치권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당장 야당인 공화당은 정부의 정보력 부족이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난했는데요.

바이든 정부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예상보다 빨랐다며 오판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철군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탈레반과 평화협정으로 정해 놓은 거였다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아프간은 스스로를 책임질 때고, 탈레반이 미국인만 안 건드리면 철군 계획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블링컨/미국 국무장관 : "9.11 테러에서 우리를 공격했던 사람들을 처리하겠다는 원래의 목표는 이미 성공했습니다. 아프간에 1년, 혹은 5년, 10년 더 남아 있는 건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미 철군 발표 당시 이제 중동보단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에 집중하겠다며 외교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앵커]

​네, 미국 외교정책이 변하면서 중국이 주요 타깃인데 베이징 연결합니다.

조성원 특파원! 먼저 중국이 탈레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뭡니까? ​

[기자]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중국쪽 접경 지역이 다름 아닌 신장위구르자치구입니다.

분리 독립 움직임이 있는 곳이죠.

이 지역 위구르인과 탈레반은 같은 이슬람 수니파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신장 독립을 추진하는 무장 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을 탈레반이 지원할까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최근 탈레반과의 회담에서도 이들과 철저하게 선을 그으라고 주문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이 단체를 테러 조직 명단에서 제외시켜 정치적 족쇄를 풀어줬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아프간에서 서방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면서도 건설적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과거 아프간에서 철군한 러시아 역시 국경 남쪽 중앙아시아에 혼란이 일까 우려합니다.

러시아는 지난주 중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했고, 아프간 접경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도 군사훈련을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앵커]

다시 중동지국으로 갑니다.

탈레반이 권력을 잡으면서 특히 여성 인권 문제 우려의 목소리가 크죠?

[기자]

탈레반 집권기는 '인권 암흑기'라고 불렸죠.

탈레반은 스스로도 이런 우려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 일자리와 학업을 보장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지만 쉽게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파슈타나 듀라니/아프간 여성 인권 운동가 : "아무도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아프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 종교법을 앞세워 여성들에 대해서는 사회활동과 교육을 제한했고요.

얼굴을 가리고 남성을 동행해야만 외출을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길 경우는 공개 처형하는 등 비인도적인 행위가 거침없이 행해졌습니다.

탈레반 재집권 소식과 함께 많은 아프간인들이 필사적으로 탈출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들어서만 40만 명이 피란길에 나섰고, 이 가운데 80%가 여성과 아동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인데, 유엔은 현지 시간으로 오늘(16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중동과 미국, 중국 연결해 아프간 상황 짚어봤습니다.

촬영:오범석 방병훈/영상편집:박은주 박경상 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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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란의 카불…난민·여성 인권 문제도 대두
    • 입력 2021-08-16 21:06:55
    • 수정2021-08-16 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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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아프가니스탄 지금 상황은 어떤지, 국제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중동과 미국, 중국을 차례로 연결해 알아봅니다.

먼저, 중동지국으로 갑니다.

우수경 특파원 앞서 잠시 전해드렸지만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혼돈 그 자체죠?

[기자]

수도 카불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민항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군용기 활주로에 몰려들어 올라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시는 건 수도 카불에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모습입니다.

활주로마다 비행기에 타려는 사람들로 대혼란입니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어젯밤부터 끝없이 몰려들었습니다.

통제 불능 상황이 되면서 현재 공항 통제는 미군 등 군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불 시내도 혼란스럽습니다.

안전지대라고 여겨졌던 카불마저 함락되자 사람들은 다시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이들이 갈 곳은 국경 너머 다른 국가들밖에 없습니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이란은 난민촌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난민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라크마툴라 쿠야쉬/아프간 난민 : "우리는 국경 넘어 (우즈베키스탄) 테르메스로 서둘러 왔습니다. 모든 가족이 국경 너머에 남겨졌습니다. 집, 직장 모든 걸 남겨두고 왔는데 뭘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 미국과 탈레반이 20년을 끌어온 전쟁인데 미국이 체면을 크게 구기면서 끝나게 됐네요?

[기자]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미군 철군보다 빨라 굴욕적으로 전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미국 내부의 평가입니다.

지난 2001년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배후로 지목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에 탈레반이 은신처를 제공하고 미국의 신병 인도 요구도 거부하면서 전쟁이 시작됐었죠.

처음엔 미국 쪽이 우세한 듯했지만 이후 장기전이 이어지며 아프간 측 17만 명, 미국과 동맹국에선 7천 4백여 명이 숨졌고, 투입된 전쟁 비용도 1조 달러에 이릅니다.

미국이 다소 무리한 철군을 감행한 것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전쟁, 빨리 끝내야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생각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앵커]

철군에 대해 미국 여론도 긍정적이었잖아요? 그런데 막상 아프간이 탈레반에 넘어가니까 좀 다른 목소리도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미국이 너무 탈레반을 얕잡아본 거 아니냐, 미국 정치권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당장 야당인 공화당은 정부의 정보력 부족이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비난했는데요.

바이든 정부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예상보다 빨랐다며 오판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철군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탈레반과 평화협정으로 정해 놓은 거였다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아프간은 스스로를 책임질 때고, 탈레반이 미국인만 안 건드리면 철군 계획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블링컨/미국 국무장관 : "9.11 테러에서 우리를 공격했던 사람들을 처리하겠다는 원래의 목표는 이미 성공했습니다. 아프간에 1년, 혹은 5년, 10년 더 남아 있는 건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미 철군 발표 당시 이제 중동보단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에 집중하겠다며 외교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앵커]

​네, 미국 외교정책이 변하면서 중국이 주요 타깃인데 베이징 연결합니다.

조성원 특파원! 먼저 중국이 탈레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뭡니까? ​

[기자]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중국쪽 접경 지역이 다름 아닌 신장위구르자치구입니다.

분리 독립 움직임이 있는 곳이죠.

이 지역 위구르인과 탈레반은 같은 이슬람 수니파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신장 독립을 추진하는 무장 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을 탈레반이 지원할까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최근 탈레반과의 회담에서도 이들과 철저하게 선을 그으라고 주문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이 단체를 테러 조직 명단에서 제외시켜 정치적 족쇄를 풀어줬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아프간에서 서방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면서도 건설적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과거 아프간에서 철군한 러시아 역시 국경 남쪽 중앙아시아에 혼란이 일까 우려합니다.

러시아는 지난주 중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했고, 아프간 접경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도 군사훈련을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앵커]

다시 중동지국으로 갑니다.

탈레반이 권력을 잡으면서 특히 여성 인권 문제 우려의 목소리가 크죠?

[기자]

탈레반 집권기는 '인권 암흑기'라고 불렸죠.

탈레반은 스스로도 이런 우려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 일자리와 학업을 보장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지만 쉽게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파슈타나 듀라니/아프간 여성 인권 운동가 : "아무도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아프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 종교법을 앞세워 여성들에 대해서는 사회활동과 교육을 제한했고요.

얼굴을 가리고 남성을 동행해야만 외출을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길 경우는 공개 처형하는 등 비인도적인 행위가 거침없이 행해졌습니다.

탈레반 재집권 소식과 함께 많은 아프간인들이 필사적으로 탈출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올해 들어서만 40만 명이 피란길에 나섰고, 이 가운데 80%가 여성과 아동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인데, 유엔은 현지 시간으로 오늘(16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중동과 미국, 중국 연결해 아프간 상황 짚어봤습니다.

촬영:오범석 방병훈/영상편집:박은주 박경상 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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