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목포에서 베를린까지… 청년들이 기록한 ‘평화’

입력 2021.12.25 (08:18) 수정 2021.12.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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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한해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남북 평화를 지향하는 현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는데요.

네. 그런데 남북 관계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올해 마지막 방송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레츠피스’라는 단체의 청년들을 만나고 왔는데요.

한반도에 훈풍이 불던 2018년에 목포에서 베를린까지 이동하며 철도연결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럽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거겠죠?

[앵커]

그런데 이 청년들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어졌다고요?

[답변]

네.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라는 제목의 영화인데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고 합니다.

목포에서 베를린까지 이동한 청년들이 꿈꾼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만나러 가보시죠.

[리포트]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힘들었던 지난 2년.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길 바라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코로나가 풀리면 새로운 연습실이 필요할 거 같아서 내년부터 활동을 해보려고 공간을 구하고 있습니다."]

춤과 노래를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는 레츠피스 단원들인데요.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2018년 2019년에 했던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바투카다도 연습하고 공연이 있으면 공연도 하고 평화 이슈에 대해서도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이슈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매니저를 맡고 있는 황지은 씨는 2017년 통일부에서 주최한 통일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열차를 타고 떠나는 북한 수학여행’이라는 주제로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뜻이 맞는 청년들이 모여 레츠피스가 결성되었는데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퍼포먼스형 공연을 펼쳤습니다.

[황지은/레츠피스 매니저 : "1920년대쯤에는 서울역이 국제역이었는데 그런 얘기들을 다시 해보고 싶다 1년 동안 여행도 하고 평화 퍼포먼스를 해보면 재밌겠다 대대적인 프로젝트였죠."]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오던 2018년.

그때만해도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올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됐는데요.

하지만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 모습에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태어났을 때부터 분단이 돼 있어서 너무나 당연하게 분단을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관심 없이 지냈었는데 삶이랑 되게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막연했던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건넌 레츠피스 단원들. 약 8개월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 개봉이 될 예정입니다.

레츠피스 단원들은 목포역을 시작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울역 매표소에서 파리행 베를린행 기차표를 사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밀양과 천안, 서울 등을 거치며 음악과 율동으로 평화의 의미를 전달했는데요.

북한을 거쳐갈 수는 없었던 상황.그래서 청년들은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길이 이어지면 이고르한테 엄청 좋겠네요?"]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이 북쪽에도 갈 수도 있고 남쪽에도 갈 수도 있어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면서 러시아 청년뿐 아니라 고려인들까지 만나기도 했는데요.

["저는 고려인 4세 김발레리아라고 합니다."]

[황지은/레츠피스 매니저 : "사실 러시아를 통과해서 유럽으로 가려면 지나치는 관문들이 있는데 거기마다마다 한인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한인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거길 지나가기가 어려워요."]

특히, 나이가 어린 청소년 단원들한테는 긴 시간의 기차여행이 낯설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기차를) 4박 5일을 타잖아요. 그거 어떻게 할까 되게 걱정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지평선과 바다같이 넓은 호수를 보며 여행의 고단함을 씻어내기도 했습니다.

["(뛰어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너무 시원해요."]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에 도착한 청년들.

남북 철도가 유럽까지 이어지질 바라며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박소현/'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영화 감독 : "주인공들이 여행을 했던 경로가 100년 전에 유라시아 기차를 타고 그렇게 대륙을 넘나들었던 1920년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그렇게 여행을 한 거거든요."]

[송영윤/'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영화 감독 : "어떻게 보면 큰 연결선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 분단 상황을 조금 보여주고자 했던 그런 부분들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라시아를 건너서 유럽까지 닿기를 바라는 청년들. 새해에는 남북 관계가 개선이 돼서 자유롭게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랜 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악기들.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했지만, 청년들은 더 이상의 뜻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되면서 악기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공연한지 너무 오래돼서. 공연을 하면 갔다 와서 종종 닦거든요 손에 막 걸려 먼지들이 (관리해 주지 못했어요.)"]

아쉬운 마음에 그때를 추억하며 악기들을 들어보는데요.

오랜만에 연주한 악기 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오랜만에 쳐보자) 너무 크죠. 너무 오랜만이라서. (큰 소리가 어색할 거 같은데요) 맞아요."

레츠피스 단원들은 이같은 노력이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황지은/레츠피스 매니저 :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철도가 연결되면 이런 점에선 좋겠지."]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그래서 기차 타고 평양 가서 평양냉면 먹고 북한 친구들도 만나서 같이 수학여행도 하고 거기 있는 맛있는 거 먹고 저희의 상상력이 달라질 거 같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청년들이 바라는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 전역에 널리 퍼져 남북 관계에도 숨통이 트이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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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목포에서 베를린까지… 청년들이 기록한 ‘평화’
    • 입력 2021-12-25 08:18:48
    • 수정2021-12-25 10: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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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한해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남북 평화를 지향하는 현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는데요.

네. 그런데 남북 관계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올해 마지막 방송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레츠피스’라는 단체의 청년들을 만나고 왔는데요.

한반도에 훈풍이 불던 2018년에 목포에서 베를린까지 이동하며 철도연결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럽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거겠죠?

[앵커]

그런데 이 청년들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어졌다고요?

[답변]

네.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라는 제목의 영화인데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고 합니다.

목포에서 베를린까지 이동한 청년들이 꿈꾼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만나러 가보시죠.

[리포트]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힘들었던 지난 2년.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길 바라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코로나가 풀리면 새로운 연습실이 필요할 거 같아서 내년부터 활동을 해보려고 공간을 구하고 있습니다."]

춤과 노래를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는 레츠피스 단원들인데요.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2018년 2019년에 했던 것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바투카다도 연습하고 공연이 있으면 공연도 하고 평화 이슈에 대해서도 같이 공부하고 같이 이슈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매니저를 맡고 있는 황지은 씨는 2017년 통일부에서 주최한 통일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열차를 타고 떠나는 북한 수학여행’이라는 주제로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뜻이 맞는 청년들이 모여 레츠피스가 결성되었는데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퍼포먼스형 공연을 펼쳤습니다.

[황지은/레츠피스 매니저 : "1920년대쯤에는 서울역이 국제역이었는데 그런 얘기들을 다시 해보고 싶다 1년 동안 여행도 하고 평화 퍼포먼스를 해보면 재밌겠다 대대적인 프로젝트였죠."]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오던 2018년.

그때만해도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올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됐는데요.

하지만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 모습에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태어났을 때부터 분단이 돼 있어서 너무나 당연하게 분단을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관심 없이 지냈었는데 삶이랑 되게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막연했던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건넌 레츠피스 단원들. 약 8개월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곧 개봉이 될 예정입니다.

레츠피스 단원들은 목포역을 시작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울역 매표소에서 파리행 베를린행 기차표를 사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밀양과 천안, 서울 등을 거치며 음악과 율동으로 평화의 의미를 전달했는데요.

북한을 거쳐갈 수는 없었던 상황.그래서 청년들은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길이 이어지면 이고르한테 엄청 좋겠네요?"]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이 북쪽에도 갈 수도 있고 남쪽에도 갈 수도 있어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면서 러시아 청년뿐 아니라 고려인들까지 만나기도 했는데요.

["저는 고려인 4세 김발레리아라고 합니다."]

[황지은/레츠피스 매니저 : "사실 러시아를 통과해서 유럽으로 가려면 지나치는 관문들이 있는데 거기마다마다 한인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한인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거길 지나가기가 어려워요."]

특히, 나이가 어린 청소년 단원들한테는 긴 시간의 기차여행이 낯설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기차를) 4박 5일을 타잖아요. 그거 어떻게 할까 되게 걱정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지평선과 바다같이 넓은 호수를 보며 여행의 고단함을 씻어내기도 했습니다.

["(뛰어 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너무 시원해요."]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에 도착한 청년들.

남북 철도가 유럽까지 이어지질 바라며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박소현/'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영화 감독 : "주인공들이 여행을 했던 경로가 100년 전에 유라시아 기차를 타고 그렇게 대륙을 넘나들었던 1920년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그렇게 여행을 한 거거든요."]

[송영윤/'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영화 감독 : "어떻게 보면 큰 연결선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 분단 상황을 조금 보여주고자 했던 그런 부분들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라시아를 건너서 유럽까지 닿기를 바라는 청년들. 새해에는 남북 관계가 개선이 돼서 자유롭게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랜 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악기들.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했지만, 청년들은 더 이상의 뜻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되면서 악기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공연한지 너무 오래돼서. 공연을 하면 갔다 와서 종종 닦거든요 손에 막 걸려 먼지들이 (관리해 주지 못했어요.)"]

아쉬운 마음에 그때를 추억하며 악기들을 들어보는데요.

오랜만에 연주한 악기 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오랜만에 쳐보자) 너무 크죠. 너무 오랜만이라서. (큰 소리가 어색할 거 같은데요) 맞아요."

레츠피스 단원들은 이같은 노력이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황지은/레츠피스 매니저 : "통일까진 아니더라도 철도가 연결되면 이런 점에선 좋겠지."]

[박승규/레츠피스 단장 : "그래서 기차 타고 평양 가서 평양냉면 먹고 북한 친구들도 만나서 같이 수학여행도 하고 거기 있는 맛있는 거 먹고 저희의 상상력이 달라질 거 같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청년들이 바라는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 전역에 널리 퍼져 남북 관계에도 숨통이 트이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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