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벌 동원하고 사람이 수정하고”…사라진 꿀벌에 과수 농가 시름

입력 2022.03.19 (21:23) 수정 2022.03.1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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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꿀벌들이 전부 사라지거나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전국 양봉 농가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게다가 꿀벌을 이용하는 시설 재배 농가에도 피해가 이어지면서 채소와 과일 생산에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박민경 기잡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 안에 펼쳐진 수박 농장.

당장 며칠 뒤부터 하나둘 꽃망울이 터지는 본격적인 수정 철이 시작되는데, 생각하지도 않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꽃가루를 옮겨 수정해 줄 벌이 없는 겁니다.

[김기태/수박 농가 : "꿀벌이 없으면 진짜 농사 짓지 말라는 거랑 같아요. 수정이 안 되면 (수박이) 안 달릴 거 아녜요. 그럼 망하는 거죠."]

비닐하우스 13동에 벌통을 하나씩 넣어 줘야 하는데 최근 전국 양봉 농가에서 꿀벌 17%가 폐사하면서 꿀벌값이 2배로 뛰었고, 이 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사람이 직접 손으로 수정해 줘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손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기태/수박 농가 : "우리가 2시간 내지는 3시간 일할 것을 꿀벌이 다 해 주는 것이거든요. 다른 일을 못 하고 수정만 해야 되니까 너무 이게 사람이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사람도 없죠, 꿀벌도 없죠."]

뒤영벌 같은 수정용 벌을 대신해 넣을 수도 있지만 생산성 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최용수/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연구관 : "꿀벌을 대체하기는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수정하거나 나투벌 내지는 뒤영벌, 호박벌로 수정하는 경우는 결실률 또는 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많습니다. 먹을 수는 있지만 예쁘지 않아서 상품 가치가 없는 것들이 많이 생기는 거죠."]

꿀벌 부족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에 영향을 줘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이번 꿀벌 집단 폐사의 원인이 이상 기온과 질병으로 조사됐다면서, 꿀벌에 영향을 덜 주는 친환경 해충 약제법 등을 보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최하운/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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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벌 동원하고 사람이 수정하고”…사라진 꿀벌에 과수 농가 시름
    • 입력 2022-03-19 21:23:29
    • 수정2022-03-19 21:42:13
    뉴스 9
[앵커]

최근 꿀벌들이 전부 사라지거나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전국 양봉 농가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게다가 꿀벌을 이용하는 시설 재배 농가에도 피해가 이어지면서 채소와 과일 생산에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박민경 기잡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 안에 펼쳐진 수박 농장.

당장 며칠 뒤부터 하나둘 꽃망울이 터지는 본격적인 수정 철이 시작되는데, 생각하지도 않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꽃가루를 옮겨 수정해 줄 벌이 없는 겁니다.

[김기태/수박 농가 : "꿀벌이 없으면 진짜 농사 짓지 말라는 거랑 같아요. 수정이 안 되면 (수박이) 안 달릴 거 아녜요. 그럼 망하는 거죠."]

비닐하우스 13동에 벌통을 하나씩 넣어 줘야 하는데 최근 전국 양봉 농가에서 꿀벌 17%가 폐사하면서 꿀벌값이 2배로 뛰었고, 이 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사람이 직접 손으로 수정해 줘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손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기태/수박 농가 : "우리가 2시간 내지는 3시간 일할 것을 꿀벌이 다 해 주는 것이거든요. 다른 일을 못 하고 수정만 해야 되니까 너무 이게 사람이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사람도 없죠, 꿀벌도 없죠."]

뒤영벌 같은 수정용 벌을 대신해 넣을 수도 있지만 생산성 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최용수/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연구관 : "꿀벌을 대체하기는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수정하거나 나투벌 내지는 뒤영벌, 호박벌로 수정하는 경우는 결실률 또는 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많습니다. 먹을 수는 있지만 예쁘지 않아서 상품 가치가 없는 것들이 많이 생기는 거죠."]

꿀벌 부족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에 영향을 줘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이번 꿀벌 집단 폐사의 원인이 이상 기온과 질병으로 조사됐다면서, 꿀벌에 영향을 덜 주는 친환경 해충 약제법 등을 보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최하운/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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