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현장…국민들 강하게 뭉쳤다

입력 2022.03.26 (22:45) 수정 2022.03.2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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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저희가 국내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취재를 한 KBS 유원중 특파원을 현장 연결해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유원중 특파원은 이후 안전하게 우크라이나를 철수해 오늘은 체르니우치 지역에서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왔습니다.

많은 우크라이나인은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전쟁이 명분이 없다며 함께 분노하고 있으며, 이런 정서가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유원중 특파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예상 밖의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국민들의 항전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낮 12시, 체르니우치 시청사 시계탑.

'우크라이나의 영광과 자유'를 찬양하는 국가가 트럼펫으로 연주됩니다.

시청 맞은편 광장에선 시민들의 합창이 이어집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단결과 전장의 군인들을 격려하기 위해섭니다.

[타마라/우크라이나 수호단 : "우크라이나인들은 친절하지만 자신을 지켜야 할 때는 매우 호전적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우크라이나 남서부, 인구 2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체르니우치는 전국에서 5만 명 넘는 피란민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대부분 수도 키이우 등 맹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북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당장 시급한 건 잠 잘 곳입니다.

[올레흐/피란민 지원센터 자원봉사자 : "저희에게 핫라인이 있어서 피란민이 전화를 걸면 숙소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전쟁이 난 후 문을 닫은 학교.

지금은 피란민들을 위한 숙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교장과 교사들은 이제 피란민 돌보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학교였는데요.

지금은 이곳에 딱히 연고가 없는 피란민들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모두 300명 정도가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방마다 이렇게 유모차들이 있죠.

모두 118명의 어린이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시내의 한 IT 회사 건물.

회사 측이 건물을 통째로 피란민에게 제공했습니다.

이곳에 모여 있는 90여 명의 피란민들은 친러 자치 공화국이 들어선 동부 루간스크주에서 온 사람들.

인터뷰에 러시아 말을 쓸 정도로 러시아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지만 낯선 남서부 지방으로 피난 와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겁니다.

[스윗라나/루간스크주 피란민 : "이곳 사람들이 동부보다 친절하고요. 기대 이상의 친절에 배고프거나 춥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구호 물품 지원 센터로 바뀐 시 외곽의 한 체육관입니다.

루마니아와 몰도바 국경에서 가까운 체르니우치 지역에는 해외에서 들어온 구호 물품들이 빼곡히 쌓여 있습니다.

500명의 자원봉사자가 24시간 쉴틈 없이 물품들을 분류하고 다시 포장합니다.

[야라슬라바/하리키우 피란민 대학생 : "여기에선 모두가 무슨 일이든 합니다. 저는 지금 군인들에게 보낼 물건을 담고 있습니다."]

대형트럭은 러시아군의 표적이 되기 십상.

여기에 모인 구호품들은 시민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국 각지에 배달하고 있습니다.

북동부 하리키우에서 나온 이 두 가족은 얼굴도 몰랐던 체르니우치 주민의 단독주택을 통째로 빌려 쓰고 있습니다.

같은 우크라이나인으로 동질감과 연대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마리아/동부 하르키우 피란민 : "과거 서부와 동부는 정서가 좀 달랐는데요. 지금은 다른 점이 없어졌어요. 이들은 누구에게나 최대한의 도움을 주고 있어요."]

2014년 내전 때에는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서부, 남과 북의 주민 정서 약간은 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오히려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끝내 승리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전쟁 직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금세 무너트릴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 1월 32%에 불과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신뢰 여론은 지난달부터 90%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우리 우크라이나인의 힘으로 침략자들로부터 되찾은 한뼘 한뼘의 땅이 국가 전체의 승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공분이 국민들의 단결과 통합으로 이어지면서 러시아가 전쟁에 승리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장악하기는 힘들어지는 형국입니다.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에서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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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현장…국민들 강하게 뭉쳤다
    • 입력 2022-03-26 22:45:20
    • 수정2022-03-26 22:59:1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지난주 저희가 국내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취재를 한 KBS 유원중 특파원을 현장 연결해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유원중 특파원은 이후 안전하게 우크라이나를 철수해 오늘은 체르니우치 지역에서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왔습니다.

많은 우크라이나인은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전쟁이 명분이 없다며 함께 분노하고 있으며, 이런 정서가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유원중 특파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예상 밖의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국민들의 항전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낮 12시, 체르니우치 시청사 시계탑.

'우크라이나의 영광과 자유'를 찬양하는 국가가 트럼펫으로 연주됩니다.

시청 맞은편 광장에선 시민들의 합창이 이어집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단결과 전장의 군인들을 격려하기 위해섭니다.

[타마라/우크라이나 수호단 : "우크라이나인들은 친절하지만 자신을 지켜야 할 때는 매우 호전적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우크라이나 남서부, 인구 25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 체르니우치는 전국에서 5만 명 넘는 피란민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대부분 수도 키이우 등 맹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북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당장 시급한 건 잠 잘 곳입니다.

[올레흐/피란민 지원센터 자원봉사자 : "저희에게 핫라인이 있어서 피란민이 전화를 걸면 숙소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전쟁이 난 후 문을 닫은 학교.

지금은 피란민들을 위한 숙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교장과 교사들은 이제 피란민 돌보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학교였는데요.

지금은 이곳에 딱히 연고가 없는 피란민들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모두 300명 정도가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방마다 이렇게 유모차들이 있죠.

모두 118명의 어린이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시내의 한 IT 회사 건물.

회사 측이 건물을 통째로 피란민에게 제공했습니다.

이곳에 모여 있는 90여 명의 피란민들은 친러 자치 공화국이 들어선 동부 루간스크주에서 온 사람들.

인터뷰에 러시아 말을 쓸 정도로 러시아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지만 낯선 남서부 지방으로 피난 와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겁니다.

[스윗라나/루간스크주 피란민 : "이곳 사람들이 동부보다 친절하고요. 기대 이상의 친절에 배고프거나 춥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구호 물품 지원 센터로 바뀐 시 외곽의 한 체육관입니다.

루마니아와 몰도바 국경에서 가까운 체르니우치 지역에는 해외에서 들어온 구호 물품들이 빼곡히 쌓여 있습니다.

500명의 자원봉사자가 24시간 쉴틈 없이 물품들을 분류하고 다시 포장합니다.

[야라슬라바/하리키우 피란민 대학생 : "여기에선 모두가 무슨 일이든 합니다. 저는 지금 군인들에게 보낼 물건을 담고 있습니다."]

대형트럭은 러시아군의 표적이 되기 십상.

여기에 모인 구호품들은 시민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국 각지에 배달하고 있습니다.

북동부 하리키우에서 나온 이 두 가족은 얼굴도 몰랐던 체르니우치 주민의 단독주택을 통째로 빌려 쓰고 있습니다.

같은 우크라이나인으로 동질감과 연대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마리아/동부 하르키우 피란민 : "과거 서부와 동부는 정서가 좀 달랐는데요. 지금은 다른 점이 없어졌어요. 이들은 누구에게나 최대한의 도움을 주고 있어요."]

2014년 내전 때에는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서부, 남과 북의 주민 정서 약간은 달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오히려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끝내 승리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전쟁 직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금세 무너트릴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 1월 32%에 불과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신뢰 여론은 지난달부터 90%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우리 우크라이나인의 힘으로 침략자들로부터 되찾은 한뼘 한뼘의 땅이 국가 전체의 승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공분이 국민들의 단결과 통합으로 이어지면서 러시아가 전쟁에 승리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장악하기는 힘들어지는 형국입니다.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에서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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