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면허수당]③ 없는 기계 4년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기준만 왜 다른가?

입력 2022.05.29 (09:01) 수정 2022.05.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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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수당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

기사를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
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
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
④ 소형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
⑤ 공공기관 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



수당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찾아봤습니다. 기본급만으로 충족할 수 없는 보완적 성격의 급여로 풀이됩니다. 공직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각종 명목의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도로공사에서 이 '수당'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도로공사는 3톤 미만 지게차 면허증이 있는 직원에게 매달 3만 원씩 '위험 면허 수당'을 지급했는데, 이 면허증을 허위로 취득한 뒤 수당을 타낸 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된 겁니다.


■ 도로공사 "수당 문제 아닌 면허 취득 과정이 허술했기 때문"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KBS취재팀은 경상북도 김천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찾아갔습니다. 도로공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정규직 현장 근무 직원들이 2019년 초 900여 명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저지른 '일탈' 행위"라는 입장입니다. 또, "이는 수당 지급의 문제가 아닌 면허 취득 과정의 문제"라고 떠넘깁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사설 학원에서 시험도 보지 않고, 교육만 받으면 면허증이 나오는 '소형건설기계 면허 취득 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면허증 일련번호 등을 위조하지 않은 이상 개개인의 면허 취득 과정까지 일일이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표면적으로 '진짜' 면허증을 회사에 제출해 수당을 받아 왔으니 말입니다. 과정을 허위로 조작하기로 마음먹은 것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해명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 말의 이면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소형 건설기계 면허 취득 과정이 허술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수당을 지급해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허술한 면허인 줄 알면서 왜 수당을 줬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해명이 달라집니다. 고속도로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을 이유로 듭니다. 재해·재난 등으로 인해 현장 직원들이 갑자기 소형 지게차나 굴삭기를 운전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면허 취득을 유인하기 위해서, 또 위험 상황에 놓일 수 만큼 보상적 차원에서 지급했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 면허수당 활용 가능성?…3톤 미만 지게차 4대뿐

그러면 이 면허가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는지, 도로공사의 답변이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지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직원이 10명이 넘는 한국도로공사 원주지사를 살폈습니다. 이 원주지사에는 면허수당 지급 대상인 3톤 미만의 지게차는 1대도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도로공사의 한 직원은 "건설기계를 주로 다루는 기계화팀이 전국에 4곳뿐이고, 강원본부에는 기계화팀이 없을뿐더러, 소형 지게차를 실제로 갖고 있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도로공사에 소형 건설기계 보유 대수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보통 5톤 미만 로우더, 3톤 미만 굴삭기, 소형 불도저, 소형 공기압축기, 소형 지게차를 일컬어 '5종 소형건설기계'라고 부릅니다. 이 가운데 도로공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3톤 미만 지게차, 그것도 전국에 단 4대 뿐입니다.

면허증을 취득한 직원 수대로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업무 적합성이 떨어지고 기계 활용 가능성이 없는데도,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당을 일괄 지급한 것이 이번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희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안전위원장은 "고속도로에서 긴급 공사가 발생해도, 대부분은 긴급 입찰을 통해 건설사들이 다 수행하기 때문에, 면허를 가지고 수당을 준다는 건 도덕적 해이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4년 만에 면허 신규 등록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도공의 각종 건설기계면허 신규 등록 건수를 보면, 2018년 16건에서 2021년 770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4년 만에 50배 정도 증가한 겁니다. 지난해 도공이 정규 급여 이외에 지급한 건설기계 관련 자격, 면허증 수당만 2억 4,000만 원에 이릅니다. 심지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직원이 한꺼번에 900명이 늘어나자, 기존 5종건설기계에 모두 지급하던 면허 수당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 수로 축소한 것이라고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수당까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에 그동안 위험 면허수당을 몇 명이 얼마나 받았는지 세부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수차례나 요청했지만, 도로공사는 아직도 자료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다른 공공기관은? 대체로 '국가기술자격증' 수당만 지급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 강원도 등 다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어떤지 추가로 취재해봤습니다. 이들도 수당은 지급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국가기술자격법 제14조(국가기술자격 취득자에 대한 우대)에 따릅니다.

법 내용을 보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국가기술자격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체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과하는 '기능사', '기사', '기술사' 등입니다. 또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만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공사처럼 '면허'를 보유한 직원에게 수당을 주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도로공사는 "소형건설기계의 조정에 관한 교육과정의 이수로,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기술자격의 취득을 대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건설기계관리법 26조를 준용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공공기관 임직원은 높은 청렴의무가 따를는 만큼 범죄를 저지르면 '공직자' 신분에 준해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직원 개개인의 일탈 행위로 보기에는 이번 사건에 적발된 사람이나 수당 빼먹기의 수법, 그리고 이에 가담한 전국의 지사 수가 적지 않습니다. 도로공사는 '조직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공사가 말하는 '조직'의 기준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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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공사 면허수당]③ 없는 기계 4년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기준만 왜 다른가?
    • 입력 2022-05-29 09:01:10
    • 수정2022-05-29 09:04:20
    취재K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수당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br /><br />기사를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br />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br />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br /><strong>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strong><br />④ 소형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br />⑤ 공공기관 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br />


수당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 찾아봤습니다. 기본급만으로 충족할 수 없는 보완적 성격의 급여로 풀이됩니다. 공직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각종 명목의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도로공사에서 이 '수당'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도로공사는 3톤 미만 지게차 면허증이 있는 직원에게 매달 3만 원씩 '위험 면허 수당'을 지급했는데, 이 면허증을 허위로 취득한 뒤 수당을 타낸 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된 겁니다.


■ 도로공사 "수당 문제 아닌 면허 취득 과정이 허술했기 때문"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KBS취재팀은 경상북도 김천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찾아갔습니다. 도로공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정규직 현장 근무 직원들이 2019년 초 900여 명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저지른 '일탈' 행위"라는 입장입니다. 또, "이는 수당 지급의 문제가 아닌 면허 취득 과정의 문제"라고 떠넘깁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사설 학원에서 시험도 보지 않고, 교육만 받으면 면허증이 나오는 '소형건설기계 면허 취득 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면허증 일련번호 등을 위조하지 않은 이상 개개인의 면허 취득 과정까지 일일이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표면적으로 '진짜' 면허증을 회사에 제출해 수당을 받아 왔으니 말입니다. 과정을 허위로 조작하기로 마음먹은 것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해명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 말의 이면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소형 건설기계 면허 취득 과정이 허술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수당을 지급해왔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허술한 면허인 줄 알면서 왜 수당을 줬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해명이 달라집니다. 고속도로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을 이유로 듭니다. 재해·재난 등으로 인해 현장 직원들이 갑자기 소형 지게차나 굴삭기를 운전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이들의 면허 취득을 유인하기 위해서, 또 위험 상황에 놓일 수 만큼 보상적 차원에서 지급했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 면허수당 활용 가능성?…3톤 미만 지게차 4대뿐

그러면 이 면허가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는지, 도로공사의 답변이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지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직원이 10명이 넘는 한국도로공사 원주지사를 살폈습니다. 이 원주지사에는 면허수당 지급 대상인 3톤 미만의 지게차는 1대도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도로공사의 한 직원은 "건설기계를 주로 다루는 기계화팀이 전국에 4곳뿐이고, 강원본부에는 기계화팀이 없을뿐더러, 소형 지게차를 실제로 갖고 있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도로공사에 소형 건설기계 보유 대수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보통 5톤 미만 로우더, 3톤 미만 굴삭기, 소형 불도저, 소형 공기압축기, 소형 지게차를 일컬어 '5종 소형건설기계'라고 부릅니다. 이 가운데 도로공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3톤 미만 지게차, 그것도 전국에 단 4대 뿐입니다.

면허증을 취득한 직원 수대로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업무 적합성이 떨어지고 기계 활용 가능성이 없는데도,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당을 일괄 지급한 것이 이번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희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안전위원장은 "고속도로에서 긴급 공사가 발생해도, 대부분은 긴급 입찰을 통해 건설사들이 다 수행하기 때문에, 면허를 가지고 수당을 준다는 건 도덕적 해이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4년 만에 면허 신규 등록 건수가 급증했습니다. 도공의 각종 건설기계면허 신규 등록 건수를 보면, 2018년 16건에서 2021년 770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4년 만에 50배 정도 증가한 겁니다. 지난해 도공이 정규 급여 이외에 지급한 건설기계 관련 자격, 면허증 수당만 2억 4,000만 원에 이릅니다. 심지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직원이 한꺼번에 900명이 늘어나자, 기존 5종건설기계에 모두 지급하던 면허 수당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 수로 축소한 것이라고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수당까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에 그동안 위험 면허수당을 몇 명이 얼마나 받았는지 세부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수차례나 요청했지만, 도로공사는 아직도 자료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다른 공공기관은? 대체로 '국가기술자격증' 수당만 지급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 강원도 등 다른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어떤지 추가로 취재해봤습니다. 이들도 수당은 지급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국가기술자격법 제14조(국가기술자격 취득자에 대한 우대)에 따릅니다.

법 내용을 보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국가기술자격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체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과하는 '기능사', '기사', '기술사' 등입니다. 또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야만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공사처럼 '면허'를 보유한 직원에게 수당을 주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도로공사는 "소형건설기계의 조정에 관한 교육과정의 이수로,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기술자격의 취득을 대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건설기계관리법 26조를 준용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공공기관 임직원은 높은 청렴의무가 따를는 만큼 범죄를 저지르면 '공직자' 신분에 준해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직원 개개인의 일탈 행위로 보기에는 이번 사건에 적발된 사람이나 수당 빼먹기의 수법, 그리고 이에 가담한 전국의 지사 수가 적지 않습니다. 도로공사는 '조직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공사가 말하는 '조직'의 기준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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