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면허수당]⑤ 공공기관 면허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

입력 2022.05.31 (08:00) 수정 2022.05.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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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짧은 기간 안에 수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

기사를 싣는 순서
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
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
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
④ 소형 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
⑤ 공공기관 면허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


■ 행정당국, 소형건설기계 교육기관 점검…한계 뚜렷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의 면허수당 비리가 보도된 이후, 소형 건설기계 교육기관을 점검하는 행정당국의 손길이 빨라졌습니다. 우선, 강원도는 KBS 보도를 계기로, 선제적으로 강원도 내 중장비운전면허학원 12곳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경기도 이천과 경북 안동이지만, 강원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요 점검 내용은 수강생의 출결입니다. 지문등록 장치를 점검해, 12시간 교육을 모두 이수했는지 등을 살핍니다. 실습용 소형 지게차와 굴삭기가 잘 작동하는지도 확인합니다. 또, 수강생과 기계를 1대1로 매치하고, 강사가 따라붙어서 수업해야 하는 게 정석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지도 점검합니다.

이원대 강원도 지역도시과 건설산업팀장은 "6월 초까지 현장 점검을 한 뒤에 위반 사항을 발견하면 시정 요구를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까지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경상북도도 불법 행위가 드러난 안동의 학원에 대해 점검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한계는 있습니다. 수강생이 출석 체크만 하고 수업을 실제로 들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부정 교육 이수증 발급이 적발되면, 부정행위자는 처벌을 받긴 받습니다. 건설기계관리법 41조 벌칙조항을 보면, 소형 건설기계의 조종에 관한 교육 과정 이수 증빙서류를 거짓으로 발급한 자는 최대 징역 1년 또는 최대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기관 지정 취소나 운영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 근거를 없습니다. 영양가 없는, 이빨 빠진 점검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교통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형건설기계 조종 교육기관의 점검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시설의 면적이나 강사 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한 겁니다. 또,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교육기관 지정 취소나 운영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한국도로공사 "부당 지급된 수당·수강료 환수"

한국도로공사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번 면허수당 비리에 연루된 직원의 수당은 5월부터 지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지급된 돈에 대해선 환수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일부 자진 납세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영민 한국도로공사 언론홍보팀 차장은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고, 직원 청렴 교육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문제가 된 수당 제도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잇따르는 제보…취재 끝이 아닌 시작

행정당국과 한국도로공사가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KBS 보도 이후, 유사한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일이 비단 경기도 이천과 경북 안동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다른 학원에서도 허위 교육 이수증을 발급해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또, 이전부터 암암리에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수당을 타내고 있는 직원이 더 있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특히, 한 제보자는 "이번 사건으로 정정당당하게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딴 사람들까지 비난받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아직 이런 추가 비리 의혹에 대해 진실이 규명된 것은 아닙니다. 사법당국과 사정 당국의 진상 규명이 필요합니다. 또, 이번 일을 개인이나 특정 조직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규모 부정 행위가 왜 발생했는지를 따져서 문제가 되는 제도를 고쳐야 이 같은 비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숙제를 남기고 있습니다. 바로 공직사회의 수당 지급 관행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표입니다. 공사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은 관련 법에 따라 이미 직업과 급여의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사기업들은 급여 삭감이나 인원 감축을 합니다. 하지만 공사나 행정기관들은 이런 때에도 꼬박꼬박 정해진 급여를 지급합니다. 게다가 직원들의 정년까지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수당을 둘러싼 비리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공사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사실상 급여 인상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한번 지급하기 시작하면 당사자가 퇴직할 때까지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수당 하나쯤이야..."라는 인식이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공직 사회에서 수당을 신설하거나 확대할 때는 두 번, 세 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도로공사의 사례에서 보듯, 공공기관들이 그동안 각종 수당을 신설하면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KBS는 앞으로 이런 수당에 대해 더 파헤쳐볼 생각입니다.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또 다른 부정과 비리는 없었는지 따져볼 계획입니다. 취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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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공사 면허수당]⑤ 공공기관 면허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
    • 입력 2022-05-31 08:00:20
    • 수정2022-05-31 08:00:54
    취재K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이 소형 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회사로부터 수당과 수강료를 타냈습니다. 비리에 가담한 인원만 142명에 이릅니다. 짧은 기간 안에 수많은 사람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비단 이번 일이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지 않으려면 사건의 이면을 살펴야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재발 방지의 첫 걸음입니다. (편집자주)<br /><br />기사를 싣는 순서<br />① "누이 좋고 매부 좋고"…공기업 재정 '숭숭'<br />② 142명이 학원 2곳에서 부정 면허…조직적 개입? 개인 일탈?<br />③ 없는 기계 면허수당 지급…도로공사 '조직' 기준 무엇입니까?<br />④ 소형 건설기계 면허 '장사'…권고에도 10년째 제자리<br /><strong>⑤ 공공기관 면허수당 손 보나?…추가 제보 잇따라</strong><br />

■ 행정당국, 소형건설기계 교육기관 점검…한계 뚜렷


한국도로공사 일부 직원의 면허수당 비리가 보도된 이후, 소형 건설기계 교육기관을 점검하는 행정당국의 손길이 빨라졌습니다. 우선, 강원도는 KBS 보도를 계기로, 선제적으로 강원도 내 중장비운전면허학원 12곳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경기도 이천과 경북 안동이지만, 강원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요 점검 내용은 수강생의 출결입니다. 지문등록 장치를 점검해, 12시간 교육을 모두 이수했는지 등을 살핍니다. 실습용 소형 지게차와 굴삭기가 잘 작동하는지도 확인합니다. 또, 수강생과 기계를 1대1로 매치하고, 강사가 따라붙어서 수업해야 하는 게 정석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지도 점검합니다.

이원대 강원도 지역도시과 건설산업팀장은 "6월 초까지 현장 점검을 한 뒤에 위반 사항을 발견하면 시정 요구를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까지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경상북도도 불법 행위가 드러난 안동의 학원에 대해 점검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한계는 있습니다. 수강생이 출석 체크만 하고 수업을 실제로 들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부정 교육 이수증 발급이 적발되면, 부정행위자는 처벌을 받긴 받습니다. 건설기계관리법 41조 벌칙조항을 보면, 소형 건설기계의 조종에 관한 교육 과정 이수 증빙서류를 거짓으로 발급한 자는 최대 징역 1년 또는 최대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기관 지정 취소나 운영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 근거를 없습니다. 영양가 없는, 이빨 빠진 점검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교통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형건설기계 조종 교육기관의 점검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시설의 면적이나 강사 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한 겁니다. 또,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교육기관 지정 취소나 운영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한국도로공사 "부당 지급된 수당·수강료 환수"

한국도로공사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번 면허수당 비리에 연루된 직원의 수당은 5월부터 지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지급된 돈에 대해선 환수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일부 자진 납세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영민 한국도로공사 언론홍보팀 차장은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고, 직원 청렴 교육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문제가 된 수당 제도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잇따르는 제보…취재 끝이 아닌 시작

행정당국과 한국도로공사가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KBS 보도 이후, 유사한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일이 비단 경기도 이천과 경북 안동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다른 학원에서도 허위 교육 이수증을 발급해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또, 이전부터 암암리에 면허를 허위로 취득한 뒤 수당을 타내고 있는 직원이 더 있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특히, 한 제보자는 "이번 사건으로 정정당당하게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딴 사람들까지 비난받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아직 이런 추가 비리 의혹에 대해 진실이 규명된 것은 아닙니다. 사법당국과 사정 당국의 진상 규명이 필요합니다. 또, 이번 일을 개인이나 특정 조직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규모 부정 행위가 왜 발생했는지를 따져서 문제가 되는 제도를 고쳐야 이 같은 비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숙제를 남기고 있습니다. 바로 공직사회의 수당 지급 관행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표입니다. 공사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은 관련 법에 따라 이미 직업과 급여의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사기업들은 급여 삭감이나 인원 감축을 합니다. 하지만 공사나 행정기관들은 이런 때에도 꼬박꼬박 정해진 급여를 지급합니다. 게다가 직원들의 정년까지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수당을 둘러싼 비리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공사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사실상 급여 인상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한번 지급하기 시작하면 당사자가 퇴직할 때까지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수당 하나쯤이야..."라는 인식이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공직 사회에서 수당을 신설하거나 확대할 때는 두 번, 세 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도로공사의 사례에서 보듯, 공공기관들이 그동안 각종 수당을 신설하면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KBS는 앞으로 이런 수당에 대해 더 파헤쳐볼 생각입니다.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또 다른 부정과 비리는 없었는지 따져볼 계획입니다. 취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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