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애호박은 왜 비닐 옷을 입었나?
입력 2022.06.27 (20:03)
수정 2022.06.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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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활동가이자 주부 이은심 씨.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찾고 있는 채소는 애호박입니다.
비닐이 씌워지지 않은 상품을 사려고 하는데요,
시장을 돌고 돌았지만 오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비닐이 없는 것을 사실은 사고 싶은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비닐 포장돼서 판매가 돼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벗겨주세요.' 하기도 그렇고..."]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애호박은 모두가 알다시피 둥글고 길쭉한 모양에,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인 듯 꽉 끼는 비닐로 감싸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비닐이 어디서, 왜 씌워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김양순/전주시 태평동 : "밭에서 씌우는가, 공장에서 씌우는가는 모르겠는데... 비닐을 싸놔가지고 그렇게 하면 5일은 더 가지."]
[한보람/전주시 남노송동 : "싸여 있어 가지고 먹으려고 그 껍질 벗기려면 힘들어."]
다양한 농산물 중 유독 애호박만 답답한 비닐 옷을 입게 된 이유는 뭘까요.
전주 친환경영농조합의 애호박 농장입니다.
농민들은 애호박이 어느 정도 자라 꽃이 떨어지면 인큐 비닐이라 부르는 비닐을 씌우는데요.
애호박의 포장인 동시에 곧은 모양으로 자라게 하는 성형 틀입니다.
이제 이 애호박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비닐 크기만큼 자라게 됩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애호박은 표피가 얇기 때문에 비닐을 안 씌운 상태에서 유통을 하게 되면 상처가 나고 품질이... 약간 휘어진다든지 울퉁불퉁하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모양이 다양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그렇게 하다 보니 유통 쪽에서 상당히 어려운 점이 발생되죠."]
인큐 애호박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갑니다.
처음엔 애호박을 균일한 크기로 만들기 위해 원통형 플라스틱을 씌워 재배했는데요,
수확할 때 플라스틱을 벗겨서 버리고 새로 포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엔 인큐 비닐이 개발됐습니다.
이렇게 자란 인큐 애호박은 모양이 일정하고 다루기 쉬워서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상처가 나기 쉬운 일반 애호박 대신 인큐 애호박만을 납품받기 시작했고, 이런 현실에서 인큐 비닐은 농민들에게 불가피한 선택이 됐습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자연 그대로 우리가 수확을 해서 출하를 했을 경우에... 우리 농민은 돈을 벌기 위해서 농사를 짓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 가격을 우리가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구조가 돼 있어요, 현재. 그렇기 때문에 이제 노동력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소득 때문에 이제 그런 걸 씌우게 됩니다."]
인큐 비닐을 씌우는 농가는 계속 늘어났고, 현재는 대부분의 애호박 농가가 인큐 애호박만을 재배합니다.
대형마트는 물론 소규모 상점들, 그리고 재래시장까지 우리가 만나는 애호박 거의 다 이런 모양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최근입니다.
복합 플라스틱 재질로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인큐비닐을 무조건 씌워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인데요,
예쁜 애호박을 먹기 위해 쓰레기를 함께 생산하는 셈이라는 겁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우선 저부터도 많이 느꼈고 요즘에는 제로웨이스트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마트나 제가 잘 이용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생협에서도 사실은 포장되어서 판매가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너무 불편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지난 주말.
쓰레기 없이 장 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무포장 장터가 완주에서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인큐 비닐 없이 키워낸 애호박도 상품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완주의 한 농민이 올해 시범적으로 길러낸 무포장 애호박입니다.
["생각보다 무르거나 하지는 않으셨죠? (아니오. 저는 더...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낯선 모양의 애호박이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맛과 품질은 인큐 애호박과 다를 게 없고 환경을 위해 옳은 선택을 했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집니다.
[정다정/수원시 이의동 : "굳이 우리가 선택하지 않으면 농부님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데, 소비자가 일정한 크기를 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농민들이 선택하는 건데... 비닐을 선택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농부님들은 일부러 그런 애호박을 만들지 않을 거고,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으니까 서로 서로 좋은 선택이라고..."]
기후 위기와 쓰레기 문제 속에서 필요성을 의심받기 시작한 애호박 인큐비닐.
고민 끝에 인큐비닐 없이 애호박을 기르기 시작한 한 농부가 있습니다.
아직은 높기만 한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한 농부.
그리고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을 다음 주 환경K에서 만나봅니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찾고 있는 채소는 애호박입니다.
비닐이 씌워지지 않은 상품을 사려고 하는데요,
시장을 돌고 돌았지만 오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비닐이 없는 것을 사실은 사고 싶은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비닐 포장돼서 판매가 돼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벗겨주세요.' 하기도 그렇고..."]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애호박은 모두가 알다시피 둥글고 길쭉한 모양에,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인 듯 꽉 끼는 비닐로 감싸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비닐이 어디서, 왜 씌워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김양순/전주시 태평동 : "밭에서 씌우는가, 공장에서 씌우는가는 모르겠는데... 비닐을 싸놔가지고 그렇게 하면 5일은 더 가지."]
[한보람/전주시 남노송동 : "싸여 있어 가지고 먹으려고 그 껍질 벗기려면 힘들어."]
다양한 농산물 중 유독 애호박만 답답한 비닐 옷을 입게 된 이유는 뭘까요.
전주 친환경영농조합의 애호박 농장입니다.
농민들은 애호박이 어느 정도 자라 꽃이 떨어지면 인큐 비닐이라 부르는 비닐을 씌우는데요.
애호박의 포장인 동시에 곧은 모양으로 자라게 하는 성형 틀입니다.
이제 이 애호박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비닐 크기만큼 자라게 됩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애호박은 표피가 얇기 때문에 비닐을 안 씌운 상태에서 유통을 하게 되면 상처가 나고 품질이... 약간 휘어진다든지 울퉁불퉁하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모양이 다양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그렇게 하다 보니 유통 쪽에서 상당히 어려운 점이 발생되죠."]
인큐 애호박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갑니다.
처음엔 애호박을 균일한 크기로 만들기 위해 원통형 플라스틱을 씌워 재배했는데요,
수확할 때 플라스틱을 벗겨서 버리고 새로 포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엔 인큐 비닐이 개발됐습니다.
이렇게 자란 인큐 애호박은 모양이 일정하고 다루기 쉬워서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상처가 나기 쉬운 일반 애호박 대신 인큐 애호박만을 납품받기 시작했고, 이런 현실에서 인큐 비닐은 농민들에게 불가피한 선택이 됐습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자연 그대로 우리가 수확을 해서 출하를 했을 경우에... 우리 농민은 돈을 벌기 위해서 농사를 짓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 가격을 우리가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구조가 돼 있어요, 현재. 그렇기 때문에 이제 노동력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소득 때문에 이제 그런 걸 씌우게 됩니다."]
인큐 비닐을 씌우는 농가는 계속 늘어났고, 현재는 대부분의 애호박 농가가 인큐 애호박만을 재배합니다.
대형마트는 물론 소규모 상점들, 그리고 재래시장까지 우리가 만나는 애호박 거의 다 이런 모양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최근입니다.
복합 플라스틱 재질로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인큐비닐을 무조건 씌워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인데요,
예쁜 애호박을 먹기 위해 쓰레기를 함께 생산하는 셈이라는 겁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우선 저부터도 많이 느꼈고 요즘에는 제로웨이스트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마트나 제가 잘 이용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생협에서도 사실은 포장되어서 판매가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너무 불편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지난 주말.
쓰레기 없이 장 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무포장 장터가 완주에서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인큐 비닐 없이 키워낸 애호박도 상품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완주의 한 농민이 올해 시범적으로 길러낸 무포장 애호박입니다.
["생각보다 무르거나 하지는 않으셨죠? (아니오. 저는 더...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낯선 모양의 애호박이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맛과 품질은 인큐 애호박과 다를 게 없고 환경을 위해 옳은 선택을 했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집니다.
[정다정/수원시 이의동 : "굳이 우리가 선택하지 않으면 농부님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데, 소비자가 일정한 크기를 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농민들이 선택하는 건데... 비닐을 선택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농부님들은 일부러 그런 애호박을 만들지 않을 거고,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으니까 서로 서로 좋은 선택이라고..."]
기후 위기와 쓰레기 문제 속에서 필요성을 의심받기 시작한 애호박 인큐비닐.
고민 끝에 인큐비닐 없이 애호박을 기르기 시작한 한 농부가 있습니다.
아직은 높기만 한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한 농부.
그리고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을 다음 주 환경K에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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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K] 애호박은 왜 비닐 옷을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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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6-27 20:03:50
- 수정2022-06-27 20:41:37
환경활동가이자 주부 이은심 씨.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찾고 있는 채소는 애호박입니다.
비닐이 씌워지지 않은 상품을 사려고 하는데요,
시장을 돌고 돌았지만 오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비닐이 없는 것을 사실은 사고 싶은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비닐 포장돼서 판매가 돼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벗겨주세요.' 하기도 그렇고..."]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애호박은 모두가 알다시피 둥글고 길쭉한 모양에,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인 듯 꽉 끼는 비닐로 감싸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비닐이 어디서, 왜 씌워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김양순/전주시 태평동 : "밭에서 씌우는가, 공장에서 씌우는가는 모르겠는데... 비닐을 싸놔가지고 그렇게 하면 5일은 더 가지."]
[한보람/전주시 남노송동 : "싸여 있어 가지고 먹으려고 그 껍질 벗기려면 힘들어."]
다양한 농산물 중 유독 애호박만 답답한 비닐 옷을 입게 된 이유는 뭘까요.
전주 친환경영농조합의 애호박 농장입니다.
농민들은 애호박이 어느 정도 자라 꽃이 떨어지면 인큐 비닐이라 부르는 비닐을 씌우는데요.
애호박의 포장인 동시에 곧은 모양으로 자라게 하는 성형 틀입니다.
이제 이 애호박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비닐 크기만큼 자라게 됩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애호박은 표피가 얇기 때문에 비닐을 안 씌운 상태에서 유통을 하게 되면 상처가 나고 품질이... 약간 휘어진다든지 울퉁불퉁하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모양이 다양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그렇게 하다 보니 유통 쪽에서 상당히 어려운 점이 발생되죠."]
인큐 애호박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갑니다.
처음엔 애호박을 균일한 크기로 만들기 위해 원통형 플라스틱을 씌워 재배했는데요,
수확할 때 플라스틱을 벗겨서 버리고 새로 포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엔 인큐 비닐이 개발됐습니다.
이렇게 자란 인큐 애호박은 모양이 일정하고 다루기 쉬워서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상처가 나기 쉬운 일반 애호박 대신 인큐 애호박만을 납품받기 시작했고, 이런 현실에서 인큐 비닐은 농민들에게 불가피한 선택이 됐습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자연 그대로 우리가 수확을 해서 출하를 했을 경우에... 우리 농민은 돈을 벌기 위해서 농사를 짓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 가격을 우리가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구조가 돼 있어요, 현재. 그렇기 때문에 이제 노동력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소득 때문에 이제 그런 걸 씌우게 됩니다."]
인큐 비닐을 씌우는 농가는 계속 늘어났고, 현재는 대부분의 애호박 농가가 인큐 애호박만을 재배합니다.
대형마트는 물론 소규모 상점들, 그리고 재래시장까지 우리가 만나는 애호박 거의 다 이런 모양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최근입니다.
복합 플라스틱 재질로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인큐비닐을 무조건 씌워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인데요,
예쁜 애호박을 먹기 위해 쓰레기를 함께 생산하는 셈이라는 겁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우선 저부터도 많이 느꼈고 요즘에는 제로웨이스트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마트나 제가 잘 이용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생협에서도 사실은 포장되어서 판매가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너무 불편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지난 주말.
쓰레기 없이 장 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무포장 장터가 완주에서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인큐 비닐 없이 키워낸 애호박도 상품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완주의 한 농민이 올해 시범적으로 길러낸 무포장 애호박입니다.
["생각보다 무르거나 하지는 않으셨죠? (아니오. 저는 더...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낯선 모양의 애호박이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맛과 품질은 인큐 애호박과 다를 게 없고 환경을 위해 옳은 선택을 했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집니다.
[정다정/수원시 이의동 : "굳이 우리가 선택하지 않으면 농부님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데, 소비자가 일정한 크기를 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농민들이 선택하는 건데... 비닐을 선택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농부님들은 일부러 그런 애호박을 만들지 않을 거고,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으니까 서로 서로 좋은 선택이라고..."]
기후 위기와 쓰레기 문제 속에서 필요성을 의심받기 시작한 애호박 인큐비닐.
고민 끝에 인큐비닐 없이 애호박을 기르기 시작한 한 농부가 있습니다.
아직은 높기만 한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한 농부.
그리고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을 다음 주 환경K에서 만나봅니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찾고 있는 채소는 애호박입니다.
비닐이 씌워지지 않은 상품을 사려고 하는데요,
시장을 돌고 돌았지만 오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비닐이 없는 것을 사실은 사고 싶은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비닐 포장돼서 판매가 돼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벗겨주세요.' 하기도 그렇고..."]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애호박은 모두가 알다시피 둥글고 길쭉한 모양에,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인 듯 꽉 끼는 비닐로 감싸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비닐이 어디서, 왜 씌워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김양순/전주시 태평동 : "밭에서 씌우는가, 공장에서 씌우는가는 모르겠는데... 비닐을 싸놔가지고 그렇게 하면 5일은 더 가지."]
[한보람/전주시 남노송동 : "싸여 있어 가지고 먹으려고 그 껍질 벗기려면 힘들어."]
다양한 농산물 중 유독 애호박만 답답한 비닐 옷을 입게 된 이유는 뭘까요.
전주 친환경영농조합의 애호박 농장입니다.
농민들은 애호박이 어느 정도 자라 꽃이 떨어지면 인큐 비닐이라 부르는 비닐을 씌우는데요.
애호박의 포장인 동시에 곧은 모양으로 자라게 하는 성형 틀입니다.
이제 이 애호박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비닐 크기만큼 자라게 됩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애호박은 표피가 얇기 때문에 비닐을 안 씌운 상태에서 유통을 하게 되면 상처가 나고 품질이... 약간 휘어진다든지 울퉁불퉁하다든지 이런 여러 가지 모양이 다양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그렇게 하다 보니 유통 쪽에서 상당히 어려운 점이 발생되죠."]
인큐 애호박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갑니다.
처음엔 애호박을 균일한 크기로 만들기 위해 원통형 플라스틱을 씌워 재배했는데요,
수확할 때 플라스틱을 벗겨서 버리고 새로 포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엔 인큐 비닐이 개발됐습니다.
이렇게 자란 인큐 애호박은 모양이 일정하고 다루기 쉬워서 소비자 선호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상처가 나기 쉬운 일반 애호박 대신 인큐 애호박만을 납품받기 시작했고, 이런 현실에서 인큐 비닐은 농민들에게 불가피한 선택이 됐습니다.
[유기수/전주친환경영농조합 운영위원장 : "자연 그대로 우리가 수확을 해서 출하를 했을 경우에... 우리 농민은 돈을 벌기 위해서 농사를 짓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 가격을 우리가 제대로 받을 수가 없는 구조가 돼 있어요, 현재. 그렇기 때문에 이제 노동력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소득 때문에 이제 그런 걸 씌우게 됩니다."]
인큐 비닐을 씌우는 농가는 계속 늘어났고, 현재는 대부분의 애호박 농가가 인큐 애호박만을 재배합니다.
대형마트는 물론 소규모 상점들, 그리고 재래시장까지 우리가 만나는 애호박 거의 다 이런 모양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건 최근입니다.
복합 플라스틱 재질로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인큐비닐을 무조건 씌워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인데요,
예쁜 애호박을 먹기 위해 쓰레기를 함께 생산하는 셈이라는 겁니다.
[이은심/전주시 효자동 : "우선 저부터도 많이 느꼈고 요즘에는 제로웨이스트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마트나 제가 잘 이용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생협에서도 사실은 포장되어서 판매가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너무 불편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
지난 주말.
쓰레기 없이 장 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무포장 장터가 완주에서 열렸습니다.
여기에서 인큐 비닐 없이 키워낸 애호박도 상품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요,
완주의 한 농민이 올해 시범적으로 길러낸 무포장 애호박입니다.
["생각보다 무르거나 하지는 않으셨죠? (아니오. 저는 더...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낯선 모양의 애호박이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맛과 품질은 인큐 애호박과 다를 게 없고 환경을 위해 옳은 선택을 했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집니다.
[정다정/수원시 이의동 : "굳이 우리가 선택하지 않으면 농부님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데, 소비자가 일정한 크기를 원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농민들이 선택하는 건데... 비닐을 선택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농부님들은 일부러 그런 애호박을 만들지 않을 거고,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으니까 서로 서로 좋은 선택이라고..."]
기후 위기와 쓰레기 문제 속에서 필요성을 의심받기 시작한 애호박 인큐비닐.
고민 끝에 인큐비닐 없이 애호박을 기르기 시작한 한 농부가 있습니다.
아직은 높기만 한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의미 있는 도전을 시작한 농부.
그리고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을 다음 주 환경K에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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