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명암]① 염전·농지 사라진 땅에 태양광만…임차농 눈물

입력 2022.09.13 (21:45) 수정 2022.09.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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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 여름, 수도권에 내린 '역대급' 폭우.

유럽을 덮친 폭염과 가뭄...

막연한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 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쓰자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의 흐름, 우리나라도 동참하고 있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의 절반 정도밖에는 되지 않지만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 전남의 변화가 아주 뚜렷합니다.

전국 태양광·풍력 보급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2위인 전북보다도 5% 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건설 계획이 있거나 진행 중인 대규모 발전 단지를 한번 볼까요.

전남이 역시 전국 1위, 40곳에 육박합니다.

강원과 경북 같은 농어촌 지역에도 상당수가 건설 계획 중입니다.

이런 전남의 변화, 탄소 중립의 선두에 서며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KBS는 농어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너지 전환의 모순과 피해를 살펴보고,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과제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태양광과 풍력에 밀려 염전과 논밭이 사라지면서 갈 곳 잃은 임차농들의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염전에 바닷물 대신 흙덩이가 나뒹굽니다.

소금 창고는 텅 빈 지 오래입니다.

폐허가 된 염전 터, 곁은 태양광 발전소가 채웠습니다.

[마을 주민/염전 생산자 : "거의 3분의 1은 염전이 폐업이 돼 있고, 거의 한 3분의 1은 지금 올해 태양광으로 변하고..."]

40년 동안 염전을 빌려 소금을 생산해 오던 주민.

태양광 사업을 하려고 하니 소금을 그만 만들라는 땅 주인의 전화 한 통에 지난해 생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마을 주민/염전 생산자 : "모든 사업이 들어오면 지역 주민들이 어떤 도움이 돼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은 완전히 도움 없이, 그냥 이렇게..."]

70년 넘게 섬마을 주민들의 터전이었던 백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신안군 임자도의 염전도 태양광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천일염 주산지인 신안과 영광에서 최근 5년간 사라진 염전이 7백80여 헥타르에 이릅니다.

직접 발전 사업을 하거나 땅을 팔아서 이득을 거두는 지주들과 달리, 대부분이 임차인인 염전 생산자들은 떠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경천/신안군 임자도 염전 생산자 : "땅 주인들은 솔직히 임대료라도 받고 자기네들은 이제 그렇게 하는데, 우리 생산자들은 여기서 다 떠나가야 할..."]

마을 앞 간척지를 빌려 논농사를 짓는 귀농 3년 차 농부.

벼가 자라던 자리에 태양광 발전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걱정이 커졌습니다.

[임효상/완도군 약산면 : "청년 창업농이라는 정책 지원을 받고 이곳에 정착한 지 3년 차인데, 지원을 하면서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다시 밀어내는 그런 상황입니다."]

간척지 논이 태양광 시설에 잠식당하는 상황은 2019년 농지법 개정 이후 가속화됐습니다.

절대 농지로 지정된 간척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염도만 측정되면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서대석/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농촌의 전통적인 문화 가치, 농촌 경관의 가치랄지 이런 부분을 고려가 덜 된 상태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사회적인 갈등, 농가의 수용성에 현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농도 전남의 들녘을 뒤덮은 태양광 발전소.

땅을 빌려 소금을 만들고 벼를 기르는 농민들의 시름과 함께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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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생에너지의 명암]① 염전·농지 사라진 땅에 태양광만…임차농 눈물
    • 입력 2022-09-13 21:45:27
    • 수정2022-09-13 21:59:08
    뉴스9(광주)
[기자]

올 여름, 수도권에 내린 '역대급' 폭우.

유럽을 덮친 폭염과 가뭄...

막연한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 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쓰자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의 흐름, 우리나라도 동참하고 있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의 절반 정도밖에는 되지 않지만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 전남의 변화가 아주 뚜렷합니다.

전국 태양광·풍력 보급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2위인 전북보다도 5% 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건설 계획이 있거나 진행 중인 대규모 발전 단지를 한번 볼까요.

전남이 역시 전국 1위, 40곳에 육박합니다.

강원과 경북 같은 농어촌 지역에도 상당수가 건설 계획 중입니다.

이런 전남의 변화, 탄소 중립의 선두에 서며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KBS는 농어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너지 전환의 모순과 피해를 살펴보고,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과제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태양광과 풍력에 밀려 염전과 논밭이 사라지면서 갈 곳 잃은 임차농들의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염전에 바닷물 대신 흙덩이가 나뒹굽니다.

소금 창고는 텅 빈 지 오래입니다.

폐허가 된 염전 터, 곁은 태양광 발전소가 채웠습니다.

[마을 주민/염전 생산자 : "거의 3분의 1은 염전이 폐업이 돼 있고, 거의 한 3분의 1은 지금 올해 태양광으로 변하고..."]

40년 동안 염전을 빌려 소금을 생산해 오던 주민.

태양광 사업을 하려고 하니 소금을 그만 만들라는 땅 주인의 전화 한 통에 지난해 생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마을 주민/염전 생산자 : "모든 사업이 들어오면 지역 주민들이 어떤 도움이 돼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은 완전히 도움 없이, 그냥 이렇게..."]

70년 넘게 섬마을 주민들의 터전이었던 백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신안군 임자도의 염전도 태양광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천일염 주산지인 신안과 영광에서 최근 5년간 사라진 염전이 7백80여 헥타르에 이릅니다.

직접 발전 사업을 하거나 땅을 팔아서 이득을 거두는 지주들과 달리, 대부분이 임차인인 염전 생산자들은 떠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경천/신안군 임자도 염전 생산자 : "땅 주인들은 솔직히 임대료라도 받고 자기네들은 이제 그렇게 하는데, 우리 생산자들은 여기서 다 떠나가야 할..."]

마을 앞 간척지를 빌려 논농사를 짓는 귀농 3년 차 농부.

벼가 자라던 자리에 태양광 발전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걱정이 커졌습니다.

[임효상/완도군 약산면 : "청년 창업농이라는 정책 지원을 받고 이곳에 정착한 지 3년 차인데, 지원을 하면서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다시 밀어내는 그런 상황입니다."]

간척지 논이 태양광 시설에 잠식당하는 상황은 2019년 농지법 개정 이후 가속화됐습니다.

절대 농지로 지정된 간척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염도만 측정되면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서대석/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농촌의 전통적인 문화 가치, 농촌 경관의 가치랄지 이런 부분을 고려가 덜 된 상태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사회적인 갈등, 농가의 수용성에 현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농도 전남의 들녘을 뒤덮은 태양광 발전소.

땅을 빌려 소금을 만들고 벼를 기르는 농민들의 시름과 함께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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