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쌀값 폭락’ 근본 대책 없나?

입력 2022.09.21 (19:20) 수정 2022.09.21 (19: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추수를 앞두고 애써 키운 벼를 갈아엎는 농민들.

그 심정은 어떨까요.

쌀값 하락에 생산량까지 늘자 농민들이 정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겁니다.

풍년의 역설, 자주 회자되는 말이지만 올해는 그 상황이 정말 심상치 않은데요.

어제(20일)기준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4만 5,175원, 1년 전보다 2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지난 5일은 4만 1,185원으로 1년 전 대비 24% 하락해 4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죠.

하지만, 전국 농협 창고에 보관 중인 재고 쌀은 31만 3천 톤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늘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2000년과 비교해 40% 가까이 감소한 상태.

결국 수급 불균형으로 쌀값 하락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농민들 근심이 큰데요.

[김봉식/영암군 쌀협회 사무국장 : "(논 한 마지기 기준) 농가 소득은 20만원 정도인데 올해 2022년에는 마이너스 4만 원, 올해는 남는 게 없는 해가 된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쌀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바로 양곡관리법입니다.

제16조 4항에 따라 쌀 생산량이 3% 이상 늘거나 쌀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생산량 일부를 정부가 매입할 수있는데요.

하지만, 정부 판단에 따라 '할 수 있다'는 거지,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아닙니다.

정부가 이 근거에 따라 올해 3차례 쌀 시장 격리에 나서긴 했는데요.

하지만 시기가 모두 늦었고, 수매 방식도 최저가 입찰 방식을 택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치원/농민 : "변동직불금 없앨테니, 정부에서 하는 소리가, 양곡관리법으로 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그럼 그대로 해주시라 그겁니다."]

이번 국회에서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인데요.

사실, 정부의 수매 의무 조항은 지난 2005년까지 양곡관리법 안에도 담겨 있었습니다.

추곡수매제로 불렸는데요.

1948년 정부수립 이후부터 실시돼온 추곡수매제는 쌀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매년 정해진 가격에 농가로부터 쌀을 사들이는 제도로 오랜 기간 농민들을 보호해왔습니다.

하지만,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발효 이후 보조금이 점차 줄고 사실상 쌀가격 지지 기능을 잃게 되자 2005년 폐지수순을 밟는데요.

하지만, 2005년 이후에도 풍년과 정부 감산 정책으로 쌀값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해왔고, 결국 2020년 양곡관리법을 다시 개정하기에 이릅니다.

이때 신설된 조항이 바로 이번 국회에서 '의무화 규정'으로 바꾸려는 양곡관리법 제16조 4항인데요.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 기류 속에 어제 상임위 전체회의에 안건 상정을 못 하는 등 법 개정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 보입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정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막대한 수매비용이 필요할 수 밖에 없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쌀농사를 줄일 이유가 사라져 과잉 생산이 지속될 거라는 입장인데요.

단기 처방이 시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장기적 대안도 분명 필요해보입니다.

시장격리 의무화를 하되 현행 채권 발행 방식이 아닌 본예산 편성으로 정부 예산을 우선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벼를 대체할 작물 개발과 보급 계획, 타작물 전환 농민에 대한 소득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서 일단 자동시장격리제라도 도입하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것처럼 농민들도 최소한의 생산비나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줘야지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최저가격제 같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정부가 오는 25일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할 계획인데요.

피눈물 섞인 농민들의 벼 갈아엎기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의미 있는 안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뉴스] ‘쌀값 폭락’ 근본 대책 없나?
    • 입력 2022-09-21 19:20:05
    • 수정2022-09-21 19:50:13
    뉴스7(광주)
추수를 앞두고 애써 키운 벼를 갈아엎는 농민들.

그 심정은 어떨까요.

쌀값 하락에 생산량까지 늘자 농민들이 정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겁니다.

풍년의 역설, 자주 회자되는 말이지만 올해는 그 상황이 정말 심상치 않은데요.

어제(20일)기준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4만 5,175원, 1년 전보다 2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지난 5일은 4만 1,185원으로 1년 전 대비 24% 하락해 4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죠.

하지만, 전국 농협 창고에 보관 중인 재고 쌀은 31만 3천 톤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늘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2000년과 비교해 40% 가까이 감소한 상태.

결국 수급 불균형으로 쌀값 하락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농민들 근심이 큰데요.

[김봉식/영암군 쌀협회 사무국장 : "(논 한 마지기 기준) 농가 소득은 20만원 정도인데 올해 2022년에는 마이너스 4만 원, 올해는 남는 게 없는 해가 된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쌀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바로 양곡관리법입니다.

제16조 4항에 따라 쌀 생산량이 3% 이상 늘거나 쌀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생산량 일부를 정부가 매입할 수있는데요.

하지만, 정부 판단에 따라 '할 수 있다'는 거지,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아닙니다.

정부가 이 근거에 따라 올해 3차례 쌀 시장 격리에 나서긴 했는데요.

하지만 시기가 모두 늦었고, 수매 방식도 최저가 입찰 방식을 택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치원/농민 : "변동직불금 없앨테니, 정부에서 하는 소리가, 양곡관리법으로 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그럼 그대로 해주시라 그겁니다."]

이번 국회에서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인데요.

사실, 정부의 수매 의무 조항은 지난 2005년까지 양곡관리법 안에도 담겨 있었습니다.

추곡수매제로 불렸는데요.

1948년 정부수립 이후부터 실시돼온 추곡수매제는 쌀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매년 정해진 가격에 농가로부터 쌀을 사들이는 제도로 오랜 기간 농민들을 보호해왔습니다.

하지만,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발효 이후 보조금이 점차 줄고 사실상 쌀가격 지지 기능을 잃게 되자 2005년 폐지수순을 밟는데요.

하지만, 2005년 이후에도 풍년과 정부 감산 정책으로 쌀값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해왔고, 결국 2020년 양곡관리법을 다시 개정하기에 이릅니다.

이때 신설된 조항이 바로 이번 국회에서 '의무화 규정'으로 바꾸려는 양곡관리법 제16조 4항인데요.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 기류 속에 어제 상임위 전체회의에 안건 상정을 못 하는 등 법 개정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 보입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정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막대한 수매비용이 필요할 수 밖에 없고, 농민들 입장에서는 쌀농사를 줄일 이유가 사라져 과잉 생산이 지속될 거라는 입장인데요.

단기 처방이 시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장기적 대안도 분명 필요해보입니다.

시장격리 의무화를 하되 현행 채권 발행 방식이 아닌 본예산 편성으로 정부 예산을 우선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벼를 대체할 작물 개발과 보급 계획, 타작물 전환 농민에 대한 소득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서 일단 자동시장격리제라도 도입하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것처럼 농민들도 최소한의 생산비나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줘야지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최저가격제 같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정부가 오는 25일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할 계획인데요.

피눈물 섞인 농민들의 벼 갈아엎기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의미 있는 안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광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