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밖에선 핵·미사일…안에선 ‘음악 정치’

입력 2022.10.15 (08:07) 수정 2022.10.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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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이달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 전술핵 미사일 발사 훈련을 공개하며 무력을 과시했는데요.

내부적으론 대규모 불꽃축제를 벌이며 한껏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네, 해마다 당 창건일이면 음악공연도 열려 주민들에게 다가갔는데요.

북한에서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음악공연이 빠지질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엔 공연 무대도 꽤 화려해졌는데요.

북한에선 ‘음악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을 주민 결속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네, 북한의 이 음악공연은 어떻게 변해왔고, 또,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은 어떤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한복과 양복을 차려입은 청춘 남녀들, 대규모 집단 무도회에 나서 모처럼의 한때를 즐깁니다.

주체사상탑을 배경으로 한 폭죽은 평양의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여기 대동강변에 아름다운 일만경이 펼쳐졌습니다."]

광장 중앙에 노동당 마크가 만들어지자 행사는 절정에 달했고, 청년들은 합창으로 충성을 다짐합니다.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 장군께. 영광을 드립니다. 김정은 장군께. 영광을 삼가 드립니다."]

실내 공연장에서도 예술단체들의 음악공연이 진행됐습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축제 분위기를 연출을 한 거는 지금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우리가 사회주의 체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라는 그런 자부심들을 심어 주고자 하는 그런 의도로 볼 수가 있을 것 같고 북한에서는 음악 정치라고 표현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사상을 독려하거나 또 체제 결속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과 동시에 자신만의 음악 정치를 구축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집권 첫해 창단한 모란봉 악단.

쌍두마차인 청봉악단도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악단입니다.

모란봉악단은 화려함을 추구한 반면 청봉악단은 앙상블 위주의 우아함으로 주목받았는데, 두 악단 모두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 쇄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갑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의상도 무릎 위로 오는 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도 너무나도 각지게, 멋있게 하니까 정말 젊은 수령이 올라서니까 뭔가 달라지는구나. 그런 희망적인 게 있었어요. 진짜 그때는 진짜 우리도 이렇게 개혁되는가..."]

대외교류에도 악단들은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2015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친선의 해 기념 공연.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청봉악단이 러시아 관객들을 찾았습니다.

같은 해 12월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현송월 단장이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 공연 길에 올랐는데.

["(공연에서 어떤 노래 부르실 거예요?)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공연 오십시오."]

하지만 공연 내용을 놓고 중국과 다투다 아예 공연을 취소해 북·중 관계 악화의 단적인 상징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8년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삼지연 관현악단이 방한해, 우리 대중가요를 부르며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아 북한식 음악정치가 또 한 번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 기념 공연에 등장한 신인 가수 정홍란이 대표적인 옙니다.

예전엔 볼 수 없었던 남한식 머리 스타일을 하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은 정홍란.

9월 9일 열린 공화국 창건 경축 공연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꽃향기 넘치는 들판보다도 억세인 산악이 되고 싶어라."]

정홍란의 노래와 몸짓에 크게 호응하는 관중들.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정홍란의 인기가 상당해진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홍란의 공연에 남한식 연출법이 느껴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이와 관련해선 가수 이선희 씨의 2018년 평양 공연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이선희가 입고 있었던 옷 그리고 무대 매너라든지 또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그 노래 제목 자체가 ‘이 하늘 이 땅에서’라는 곡이었는데 그게 이선희가 부른 아름다운 강산과 굉장히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죠."]

남북 평화 협력기원으로 열린 2018 평양 공연 ‘우리는 하나’.

[‘아름다운 강산’ :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당시 이선희 씨의 의상과 노래,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방식까지... 정홍란의 무대가 참고했다 싶어 보입니다.

실제 정홍란은 북한 공연에선 보기 드문 정장 옷차림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이 하늘 이 땅에서’ : "이 하늘, 이 땅에서 내 꿈을 꽃 피우리."]

노랫말도 체제선전보다 나라 사랑에 가깝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던 노래를 역동적이고 빠른 리듬으로 편곡해 무대 전체를 누비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남한 가수의 무대와 흡사한 공연을 선보인 것일까요?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새세대들을 겨냥을 해서 이런 음악들 그 남한의 마치 쇼를 즐기고 있는 듯한 그런 음악들을 선보이면서 사회주의 체제의 또는 북한식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김정은이 가장 우려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청년들의 새세대들의 사상통제인데 바로 북한식의 음악을 남한식 스타일로 바꾸면서 남한의 음악과 경쟁 하고자 하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정홍란의 공연 당시 젊은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축제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들 청년들에게 음악은 정치적 수단에 앞서 하나의 공연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탈북민들은 전합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사실 이것도 한류 영향이 좀 크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한국 영화나 또는 한국 콘서트를 많이 보면서 팬 문화가 생겼고 공연을 일부러 찾아보고 이런 문화가 생기면서 같이 즐기는 그런 게 형성됐어요. 음악 공연이 즐길 거리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런 공연을 통해 고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위안을 얻을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팍팍한 삶을 어루만지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TV에서 보는 화려함과 내 생활이 진짜 너무나도 찌든 생활고가 어울리지 않는구나. 이게 대체 우리한테 보여주자는 게 뭘까 그래서 오직 수령을 위해서 다 죽으라는 기구나 그렇게 게 밖에 우리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으로 내부 사정이 더욱 어려워진 만큼 북녘 가족이 전하는 소식은 들을수록 답답하기만 합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최근엔 전화 오면 힘들다는 소리밖에 없어요. 너무 힘들다고 죽고프다고.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내가 배가 든든하고 집에 들어가 아이들이 배고프단 말을 하지 않아야 불꽃놀이도 환하게 같이 즐길 수 있어요.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아요."]

한층 화려해진 모습으로 한 걸음 더 대중 속에 들어온 북한의 음악공연.

하지만 주민을 다독이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특유의 음악 정치의 도구라는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는 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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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밖에선 핵·미사일…안에선 ‘음악 정치’
    • 입력 2022-10-15 08:07:57
    • 수정2022-10-15 09:10:15
    남북의 창
[앵커]

북한이 이달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 전술핵 미사일 발사 훈련을 공개하며 무력을 과시했는데요.

내부적으론 대규모 불꽃축제를 벌이며 한껏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네, 해마다 당 창건일이면 음악공연도 열려 주민들에게 다가갔는데요.

북한에서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음악공연이 빠지질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엔 공연 무대도 꽤 화려해졌는데요.

북한에선 ‘음악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을 주민 결속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네, 북한의 이 음악공연은 어떻게 변해왔고, 또,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은 어떤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한복과 양복을 차려입은 청춘 남녀들, 대규모 집단 무도회에 나서 모처럼의 한때를 즐깁니다.

주체사상탑을 배경으로 한 폭죽은 평양의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여기 대동강변에 아름다운 일만경이 펼쳐졌습니다."]

광장 중앙에 노동당 마크가 만들어지자 행사는 절정에 달했고, 청년들은 합창으로 충성을 다짐합니다.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 장군께. 영광을 드립니다. 김정은 장군께. 영광을 삼가 드립니다."]

실내 공연장에서도 예술단체들의 음악공연이 진행됐습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축제 분위기를 연출을 한 거는 지금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우리가 사회주의 체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라는 그런 자부심들을 심어 주고자 하는 그런 의도로 볼 수가 있을 것 같고 북한에서는 음악 정치라고 표현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사상을 독려하거나 또 체제 결속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과 동시에 자신만의 음악 정치를 구축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집권 첫해 창단한 모란봉 악단.

쌍두마차인 청봉악단도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악단입니다.

모란봉악단은 화려함을 추구한 반면 청봉악단은 앙상블 위주의 우아함으로 주목받았는데, 두 악단 모두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 쇄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갑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의상도 무릎 위로 오는 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도 너무나도 각지게, 멋있게 하니까 정말 젊은 수령이 올라서니까 뭔가 달라지는구나. 그런 희망적인 게 있었어요. 진짜 그때는 진짜 우리도 이렇게 개혁되는가..."]

대외교류에도 악단들은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2015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친선의 해 기념 공연.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청봉악단이 러시아 관객들을 찾았습니다.

같은 해 12월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현송월 단장이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 공연 길에 올랐는데.

["(공연에서 어떤 노래 부르실 거예요?)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공연 오십시오."]

하지만 공연 내용을 놓고 중국과 다투다 아예 공연을 취소해 북·중 관계 악화의 단적인 상징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8년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삼지연 관현악단이 방한해, 우리 대중가요를 부르며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아 북한식 음악정치가 또 한 번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 27일, 정전협정체결일 기념 공연에 등장한 신인 가수 정홍란이 대표적인 옙니다.

예전엔 볼 수 없었던 남한식 머리 스타일을 하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은 정홍란.

9월 9일 열린 공화국 창건 경축 공연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꽃향기 넘치는 들판보다도 억세인 산악이 되고 싶어라."]

정홍란의 노래와 몸짓에 크게 호응하는 관중들.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정홍란의 인기가 상당해진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홍란의 공연에 남한식 연출법이 느껴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이와 관련해선 가수 이선희 씨의 2018년 평양 공연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이선희가 입고 있었던 옷 그리고 무대 매너라든지 또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그 노래 제목 자체가 ‘이 하늘 이 땅에서’라는 곡이었는데 그게 이선희가 부른 아름다운 강산과 굉장히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죠."]

남북 평화 협력기원으로 열린 2018 평양 공연 ‘우리는 하나’.

[‘아름다운 강산’ :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당시 이선희 씨의 의상과 노래,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방식까지... 정홍란의 무대가 참고했다 싶어 보입니다.

실제 정홍란은 북한 공연에선 보기 드문 정장 옷차림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이 하늘 이 땅에서’ : "이 하늘, 이 땅에서 내 꿈을 꽃 피우리."]

노랫말도 체제선전보다 나라 사랑에 가깝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던 노래를 역동적이고 빠른 리듬으로 편곡해 무대 전체를 누비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남한 가수의 무대와 흡사한 공연을 선보인 것일까요?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새세대들을 겨냥을 해서 이런 음악들 그 남한의 마치 쇼를 즐기고 있는 듯한 그런 음악들을 선보이면서 사회주의 체제의 또는 북한식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김정은이 가장 우려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청년들의 새세대들의 사상통제인데 바로 북한식의 음악을 남한식 스타일로 바꾸면서 남한의 음악과 경쟁 하고자 하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정홍란의 공연 당시 젊은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축제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들 청년들에게 음악은 정치적 수단에 앞서 하나의 공연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탈북민들은 전합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사실 이것도 한류 영향이 좀 크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한국 영화나 또는 한국 콘서트를 많이 보면서 팬 문화가 생겼고 공연을 일부러 찾아보고 이런 문화가 생기면서 같이 즐기는 그런 게 형성됐어요. 음악 공연이 즐길 거리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런 공연을 통해 고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위안을 얻을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팍팍한 삶을 어루만지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TV에서 보는 화려함과 내 생활이 진짜 너무나도 찌든 생활고가 어울리지 않는구나. 이게 대체 우리한테 보여주자는 게 뭘까 그래서 오직 수령을 위해서 다 죽으라는 기구나 그렇게 게 밖에 우리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실제로 코로나19 상황으로 내부 사정이 더욱 어려워진 만큼 북녘 가족이 전하는 소식은 들을수록 답답하기만 합니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최근엔 전화 오면 힘들다는 소리밖에 없어요. 너무 힘들다고 죽고프다고.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내가 배가 든든하고 집에 들어가 아이들이 배고프단 말을 하지 않아야 불꽃놀이도 환하게 같이 즐길 수 있어요.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 어떤 아름다운 풍경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아요."]

한층 화려해진 모습으로 한 걸음 더 대중 속에 들어온 북한의 음악공연.

하지만 주민을 다독이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특유의 음악 정치의 도구라는 역할은 바뀌지 않았다는 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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