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尹心)만 바라보는 ‘책임 여당’?

입력 2022.12.16 (21:13) 수정 2022.12.16 (22: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김진표/국회의장 :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오늘(16일) 이례적으로 말 그대로 '역정'을 냈습니다.

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을 넘겨 정기국회 마지막 날, 그것도 못 맞춰서 의장이 중재한 날짜까지 새해예산안에 합의 못 했기 때문입니다.

'민생 챙기겠다'며 매번 합의하겠다 공언했지만, 이미 세 번 거짓말로 '양치기 국회'란 비아냥까지 듣고 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 이후 '가장 긴 지각' 처리는 8일이었는데, 내년 예산안, 오늘로 14일째 처리 안 되고 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세밑을 넘겨 새해 첫날 처리했던 2013년 사태가 되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한 치 양보 없이 평행선을 이어가는지, 먼저 국민의힘 분위기 보죠.

예산안 처리는 집권 여당과 정부가 주도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올해 협치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통령실 분위기는 강경하기만 합니다.

책임 여당은 사라지고, 이른바 '윤심'만 바라본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노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직후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10일 : "시행을 3년으로 늦추고, 그다음에 25%에서 22%로 낮추는 것을 23%나 24%로도 해보려고 했는데도 그것도 요지부동입니다."]

당초 3%p에서 1~2%p 인하 정도로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됐습니다.

[이재명/대통령실 부대변인/12일 : "법인세법 인하는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대통령실의 강경한 기류가 협상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어제(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가 끝나고 협상 입장을 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는 불과 10분 만에 끝났습니다.

주 원내대표의 말도 달라졌습니다.

법인세 1%p 인하라는 국회의장의 2차 중재안을 거부한 겁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어제 : "법인세 1%p 낮춘다는 게 사실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실은 오늘도 높은 법인세로 글로벌 경쟁이 불가하다, 세계적 불경기에 비상 대응이 필요하다며 협상을 압박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는 협상론보다 강경론이 훨씬 많습니다.

합의 처리가 안 돼도 손해 볼 일 없다는 속내도 읽힙니다.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더라도 추경을 하면 되고, 하반기엔 불용 예산 등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을 부각해 정치적으로 이득이란 계산도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의 협조를 계속 주문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국정 운영의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말은 상대를 설득하고 또, 양보하려는 노력까지 포함된 뜻일 겁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촬영기자:장세권 왕인흡/영상편집:최근혁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윤심(尹心)만 바라보는 ‘책임 여당’?
    • 입력 2022-12-16 21:13:52
    • 수정2022-12-16 22:08:47
    뉴스 9
[앵커]

[김진표/국회의장 :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게."]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오늘(16일) 이례적으로 말 그대로 '역정'을 냈습니다.

헌법이 정한 처리 시한을 넘겨 정기국회 마지막 날, 그것도 못 맞춰서 의장이 중재한 날짜까지 새해예산안에 합의 못 했기 때문입니다.

'민생 챙기겠다'며 매번 합의하겠다 공언했지만, 이미 세 번 거짓말로 '양치기 국회'란 비아냥까지 듣고 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 이후 '가장 긴 지각' 처리는 8일이었는데, 내년 예산안, 오늘로 14일째 처리 안 되고 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세밑을 넘겨 새해 첫날 처리했던 2013년 사태가 되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한 치 양보 없이 평행선을 이어가는지, 먼저 국민의힘 분위기 보죠.

예산안 처리는 집권 여당과 정부가 주도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올해 협치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통령실 분위기는 강경하기만 합니다.

책임 여당은 사라지고, 이른바 '윤심'만 바라본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노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직후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10일 : "시행을 3년으로 늦추고, 그다음에 25%에서 22%로 낮추는 것을 23%나 24%로도 해보려고 했는데도 그것도 요지부동입니다."]

당초 3%p에서 1~2%p 인하 정도로 양보할 의사가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됐습니다.

[이재명/대통령실 부대변인/12일 : "법인세법 인하는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대통령실의 강경한 기류가 협상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어제(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가 끝나고 협상 입장을 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는 불과 10분 만에 끝났습니다.

주 원내대표의 말도 달라졌습니다.

법인세 1%p 인하라는 국회의장의 2차 중재안을 거부한 겁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어제 : "법인세 1%p 낮춘다는 게 사실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실은 오늘도 높은 법인세로 글로벌 경쟁이 불가하다, 세계적 불경기에 비상 대응이 필요하다며 협상을 압박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는 협상론보다 강경론이 훨씬 많습니다.

합의 처리가 안 돼도 손해 볼 일 없다는 속내도 읽힙니다.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더라도 추경을 하면 되고, 하반기엔 불용 예산 등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을 부각해 정치적으로 이득이란 계산도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의 협조를 계속 주문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국정 운영의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말은 상대를 설득하고 또, 양보하려는 노력까지 포함된 뜻일 겁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촬영기자:장세권 왕인흡/영상편집:최근혁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