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性 이중 차별

입력 2004.09.07 (21:59)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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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애인 고용실태를 점검해 보는 기획보도, 오늘은 여성 장애인들의 고충을 취재했습니다.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여성이고 또 장애인이기 때문에 취업전선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유원중 기자입니다.
⊙기자: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장애인 박숙은 씨는 지난 5월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후 석 달 동안 박 씨는 새 일자리를 잡기 위해 무려 150통이 넘는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박숙은(지체장애 3급):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가면 많이 당황하세요, 면접관이.
그래서 첫마디가 이 일이 힘든데 할 수 있느냐...
⊙기자: 박 씨는 장애인 기능대회 웹디자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지만 취업의 벽은 넘을 수 없었습니다.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박 씨는 그 이유가 외모나 장애 때문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박숙은(지체장애 3급): 정말 비참했던 것은 아르바이트조차도 물먹더라고요.
반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렇구나, 반은 실력이 없어서 그렇구나, 반은 내 나이가 많구나...
⊙기자: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이 자식까지 있는 주부라면 취직은 포기하는 편이 나을 정도입니다.
맞벌이를 해야만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장애인 부부에게 사랑의 씨앗은 축복이지만 실직을 앞당기는 시련이기도 합니다.
⊙양혜연(지체장애 1급): 휠체어 싣고 내리고 하는 것도 힘든데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니까, 맑은 날은 또 그럭저럭 했는데 비 오거나 이러면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저는 우산 자체를 못 받거든요.
기자: 딸이 5살이 되면서 다시 취업 교육을 받고 있는 양혜은 씨, 신체적으로는 딸에게 큰 의지가 되지 못했지만 경제적으로도 뒷받침을 못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양혜연(지체장애 1급): 아이가 커가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될 대로 되라 이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실히 벌어야 되는 이유, 부모이기 때문에요.
⊙기자: 하지만 15살 이상 여성장애인의 실업률은 33.6%입니다.
일반인에 비해서는 무려 8배 이상, 남성장애인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여성장애인 근로자가 받는 평균 월급은 45만 8000원에 불과해 전체 근로자 평균에 비해 3분의 1도 안 되는 실정입니다.
특히 여성장애인의 3분의 2 이상이 중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성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냉대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장명숙(여성장애인연합 상담소장): 교육, 어쨌든 교육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그런데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선도 못 받거든요.
그런데 나왔을 때 시선, 그게 가장 힘든 거라고 봐요.
⊙기자: 여성 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편견 가운데 하나는 몸도 성치 않은데 일하기가 힘들지 않겠냐는 어설픈 동정입니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반인들과 함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독립된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KBS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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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性 이중 차별
    • 입력 2004-09-07 21:15:55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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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애인 고용실태를 점검해 보는 기획보도, 오늘은 여성 장애인들의 고충을 취재했습니다.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여성이고 또 장애인이기 때문에 취업전선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유원중 기자입니다. ⊙기자: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장애인 박숙은 씨는 지난 5월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후 석 달 동안 박 씨는 새 일자리를 잡기 위해 무려 150통이 넘는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박숙은(지체장애 3급):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가면 많이 당황하세요, 면접관이. 그래서 첫마디가 이 일이 힘든데 할 수 있느냐... ⊙기자: 박 씨는 장애인 기능대회 웹디자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지만 취업의 벽은 넘을 수 없었습니다.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박 씨는 그 이유가 외모나 장애 때문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박숙은(지체장애 3급): 정말 비참했던 것은 아르바이트조차도 물먹더라고요. 반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렇구나, 반은 실력이 없어서 그렇구나, 반은 내 나이가 많구나... ⊙기자: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이 자식까지 있는 주부라면 취직은 포기하는 편이 나을 정도입니다. 맞벌이를 해야만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장애인 부부에게 사랑의 씨앗은 축복이지만 실직을 앞당기는 시련이기도 합니다. ⊙양혜연(지체장애 1급): 휠체어 싣고 내리고 하는 것도 힘든데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니까, 맑은 날은 또 그럭저럭 했는데 비 오거나 이러면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저는 우산 자체를 못 받거든요. 기자: 딸이 5살이 되면서 다시 취업 교육을 받고 있는 양혜은 씨, 신체적으로는 딸에게 큰 의지가 되지 못했지만 경제적으로도 뒷받침을 못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양혜연(지체장애 1급): 아이가 커가는데 그런 이유 때문에 될 대로 되라 이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실히 벌어야 되는 이유, 부모이기 때문에요. ⊙기자: 하지만 15살 이상 여성장애인의 실업률은 33.6%입니다. 일반인에 비해서는 무려 8배 이상, 남성장애인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여성장애인 근로자가 받는 평균 월급은 45만 8000원에 불과해 전체 근로자 평균에 비해 3분의 1도 안 되는 실정입니다. 특히 여성장애인의 3분의 2 이상이 중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성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냉대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장명숙(여성장애인연합 상담소장): 교육, 어쨌든 교육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그런데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선도 못 받거든요. 그런데 나왔을 때 시선, 그게 가장 힘든 거라고 봐요. ⊙기자: 여성 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편견 가운데 하나는 몸도 성치 않은데 일하기가 힘들지 않겠냐는 어설픈 동정입니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반인들과 함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독립된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KBS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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