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처럼 탄 이재민의 가슴

입력 2005.04.06 (21:59)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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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불은 주민들의 삶을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볍씨 하나조차도 제대로 남은 게 없습니다.
심수련 기자입니다.
⊙기자: 수십년 지켜온 보금자리도 손때 묻은 살림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행여나 건질 것이 있을까 이재민들은 집터만 덩그러니 남은 폐허에서 삶의 헌적을 뒤적입니다.
잔해더미에서 간신히 결혼반지를 찾아낸 부부는 그만 눈물을 삼키고 맙니다.
외양간에서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피붙이 같은 소를 살리지 못한 슬픔에 농부는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김동한(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갑자기 (불이) 달려드리까...
차가 없으니까 경운기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여기 와서 버스(소를) 풀어놓을 겨를이 없어서...
⊙기자: 농기구와 종자도 숯덩이가 돼 한 해 농사가 막막해졌습니다.
⊙김남성(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불에 열을 받았기 때문에 이볍씨는 못 쓰게 되는 거지.
대야도 저렇게 다 녹았잖아.
⊙기자: 산불로 인한 고통은 불이 꺼진 뒤에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고령의 이재민들은 대피 당시의 공포와 상실감 때문에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습니다.
⊙박진호(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가슴이 후닥닥거리고 뛰면서 팔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요, 떨려서.
⊙김정훈(군의관): 불안 증상하고 밤에 잠도 못 주무시고 해서 불면증상 있으시고 그 다음에 추운 날씨에 많이 왔다갔다하셔서 다들 감기하고...
⊙기자: 산불 이재민 300여 명은 모든 것을 잃은 슬픔과 불안정한 생활에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KBS뉴스 심수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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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볍씨처럼 탄 이재민의 가슴
    • 입력 2005-04-06 21:06:52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불은 주민들의 삶을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볍씨 하나조차도 제대로 남은 게 없습니다. 심수련 기자입니다. ⊙기자: 수십년 지켜온 보금자리도 손때 묻은 살림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행여나 건질 것이 있을까 이재민들은 집터만 덩그러니 남은 폐허에서 삶의 헌적을 뒤적입니다. 잔해더미에서 간신히 결혼반지를 찾아낸 부부는 그만 눈물을 삼키고 맙니다. 외양간에서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피붙이 같은 소를 살리지 못한 슬픔에 농부는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김동한(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갑자기 (불이) 달려드리까... 차가 없으니까 경운기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여기 와서 버스(소를) 풀어놓을 겨를이 없어서... ⊙기자: 농기구와 종자도 숯덩이가 돼 한 해 농사가 막막해졌습니다. ⊙김남성(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불에 열을 받았기 때문에 이볍씨는 못 쓰게 되는 거지. 대야도 저렇게 다 녹았잖아. ⊙기자: 산불로 인한 고통은 불이 꺼진 뒤에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고령의 이재민들은 대피 당시의 공포와 상실감 때문에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습니다. ⊙박진호(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가슴이 후닥닥거리고 뛰면서 팔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요, 떨려서. ⊙김정훈(군의관): 불안 증상하고 밤에 잠도 못 주무시고 해서 불면증상 있으시고 그 다음에 추운 날씨에 많이 왔다갔다하셔서 다들 감기하고... ⊙기자: 산불 이재민 300여 명은 모든 것을 잃은 슬픔과 불안정한 생활에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KBS뉴스 심수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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