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이온다]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

입력 2023.02.24 (07:14) 수정 2023.03.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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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욕창 환자는 최소 2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간병하는 가족을 24시간 돌봄 노동이라는 굴레에 빠뜨립니다. 고가의 욕창 의료비와 간병비는 저소득 국민을 비롯해 대다수 평범한 국민까지 파산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2년 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은 욕창으로 드러난 돌봄과 의료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KBS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흔한 병 욕창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전국 욕창 환자 31만 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돌봄과 의료 공백 실태를 고발하고자 합니다.

욕창이 온다 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
욕창이 온다 ② "연고 하나 25만 원" 욕창은 한국판 '영화 식코 '
욕창이 온다 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
욕창이 온다 ④ 욕창으로 본 돌봄·의료 공백, 해결책은?

욕창이 온다 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


■ 소외 지역 욕창 환자 "더 힘들어"

도심과 떨어진 곳에 사는 욕창 환자는 치료와 관리가 어렵습니다. 특히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는 환자라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하죠. 욕창이 심해 피부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면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더 자주 병원을 가야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은 욕창 수술이 가능한 성형외과나 화상전문병원이 드물어 대부분 환자는 대도시로 나갑니다. 주로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까지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이동해 진료를 받고 오는데, 걷지 못하고 누운 채로 생활하는 환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그래서 교통 약자를 위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이동 차량과 같은 교통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돈을 들여 사설 구급차를 불러 누워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차량 서비스는 예약자가 많아 며칠 전부터 미리 배차 신청해야 하고, 사설 구급차는 한 번 이용 금액만 10~20만 원이 넘습니다. 욕창 환자는 병원 가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욕창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환자를 돌볼 간병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간병인이 부족해 병원마다 간병인 구하기에 혈안이 된 현실에서 굳이 멀리까지 나와 환자를 돌볼 간병인은 드뭅니다.

"시골 재가요양 센터는 그 지역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북 예천을 예를 들어볼게요. 예천만 봐도 시내에서 예천 상리까지 가는 데 1시간 걸립니다. 요양보호사들이 가까운 곳에 가려고 할까요? 먼 곳에 가려고 할까요? 심지어 시골 내에서도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데, 대도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들이 멀리 외지까지 올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외 지역은 간병 서비스 신청을 해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이윤환, 경북지역 의료재단 이사장>

간병인이 부족 하다 보니, 일부 요양병원은 간병인 한 명이 환자 10명 이상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혼자서 환자 식사와 배변을 돕고 시간마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체위를 변경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코로나 시기, 각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고용이 어려웠던 탓에 환자를 방치해 욕창이 생겼다는 뉴스 보도가 그렇게나 이어졌던 겁니다.

■ 그렇다면 "지역에 따라 욕창 발병률도 차이를 보이지 않을까?"

코로나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6년부터 만 5년간 전국의 욕창 환자 31만 명을 분석했습니다. 사는 지역을 구 군까지 나눠 지역별로 <인구대비 욕창 환자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했습니다. 전국 욕창 환자 분포를 통해 <돌봄과 의료 지역 불균형>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욕창 환자의 85%는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왔기 때문에, 인구 구조상 노인 인구가 많이 사는 농·산·어촌은 당연히 욕창 환자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젊은 인구를 모두 뺀 60대 이상 고령층만 비교했습니다.)

▷ 조사기간: 2016년 7월 ~ 2021년 6월 (5년)
▷ 조사대상: 60대 이상 인구 대비 5년 간 욕창 환자 (전국 229개 구군별)
▷ 조사방법: 직장·지역 건강보험, 의료급여 실적 기준 (비급여 제외)
▷ 추출방식: 욕창 주 상병코드 L89~L899 기준
▷ 자료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렇게 해서 만든 전국 욕창 지도입니다.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지난 5년간 60대 이상 욕창 환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바로 전라남도 장흥군 입니다. 60살 이상 주민은 만 5천여 명이지만 지난 5년간 욕창 환자 수는 430여 명으로 인 구 대비 2.83%가 욕창 환자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경남 하동군과 남해군, 이어 전남 보성군과 해남군, 경북 영덕군으로 나타났습니다.


<60대 이상 인구 대비 5년간 욕창 환자 합계 비율, 상위 20개 지역>
전라남도 장흥군 2.83%
경상남도 하동군 2.70%
경상남도 남해군 2.53%
전라남도 보성군 2.39%
전라남도 해남군 2.36%
경상북도 영덕군 2.35%
경상남도 함양군 2.25%
전라남도 고흥군 2.21%
전라북도 순창군 2.21%
전라남도 곡성군 2.14%
전라북도 부안군 2.10%
전라남도 영광군 1.98%
전라남도 진도군 1.96%
경상북도 울진군 1.95%
인천광역시 강화군 1.91%
충청북도 단양군 1.90%
경상남도 산청군 1.88%
경상북도 의성군 1.86%


고령자 욕창 환자 비율이 높은 곳은 전남, 경북을 비롯해 인천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의사 수와 치료 가능 사망률, 공공병원 설치율'을 토대로 뽑은 전국 최악의 의료취약지 <인천·전남·경북> 와 일치합니다.

종합하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중소도시나 농·산·어촌에 사는 주민일수록 욕창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돌봄 의료가 절대적인 욕창을 통해 지역 의료공백과 도. 농 간 불균형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습니다.

KBS는 <욕창으로 본 돌봄 의료 공백, 해결책은? >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연관 기사]
[욕창이온다]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0763
[욕창이온다]② “연고 하나 25만 원” 욕창은 한국판 ‘영화 식코〈Sicko〉’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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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창이온다]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
    • 입력 2023-02-24 07:14:10
    • 수정2023-03-09 09:32:53
    취재K
<strong>욕창 환자는 최소 2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간병하는 가족을 24시간 돌봄 노동이라는 굴레에 빠뜨립니다. 고가의 욕창 의료비와 간병비는 저소득 국민을 비롯해 대다수 평범한 국민까지 파산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2년 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은 욕창으로 드러난 돌봄과 의료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KBS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흔한 병 욕창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전국 욕창 환자 31만 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돌봄과 의료 공백 실태를 고발하고자 합니다.</strong><br /><br />욕창이 온다 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br />욕창이 온다 ② "연고 하나 25만 원" 욕창은 한국판 '영화 식코 '<br /><strong>욕창이 온다 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strong><br />욕창이 온다 ④ 욕창으로 본 돌봄·의료 공백, 해결책은?<br />
욕창이 온다 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


■ 소외 지역 욕창 환자 "더 힘들어"

도심과 떨어진 곳에 사는 욕창 환자는 치료와 관리가 어렵습니다. 특히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는 환자라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하죠. 욕창이 심해 피부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면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더 자주 병원을 가야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은 욕창 수술이 가능한 성형외과나 화상전문병원이 드물어 대부분 환자는 대도시로 나갑니다. 주로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까지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이동해 진료를 받고 오는데, 걷지 못하고 누운 채로 생활하는 환자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그래서 교통 약자를 위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이동 차량과 같은 교통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돈을 들여 사설 구급차를 불러 누워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차량 서비스는 예약자가 많아 며칠 전부터 미리 배차 신청해야 하고, 사설 구급차는 한 번 이용 금액만 10~20만 원이 넘습니다. 욕창 환자는 병원 가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욕창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환자를 돌볼 간병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간병인이 부족해 병원마다 간병인 구하기에 혈안이 된 현실에서 굳이 멀리까지 나와 환자를 돌볼 간병인은 드뭅니다.

"시골 재가요양 센터는 그 지역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북 예천을 예를 들어볼게요. 예천만 봐도 시내에서 예천 상리까지 가는 데 1시간 걸립니다. 요양보호사들이 가까운 곳에 가려고 할까요? 먼 곳에 가려고 할까요? 심지어 시골 내에서도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데, 대도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들이 멀리 외지까지 올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외 지역은 간병 서비스 신청을 해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요." <이윤환, 경북지역 의료재단 이사장>

간병인이 부족 하다 보니, 일부 요양병원은 간병인 한 명이 환자 10명 이상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혼자서 환자 식사와 배변을 돕고 시간마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체위를 변경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코로나 시기, 각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고용이 어려웠던 탓에 환자를 방치해 욕창이 생겼다는 뉴스 보도가 그렇게나 이어졌던 겁니다.

■ 그렇다면 "지역에 따라 욕창 발병률도 차이를 보이지 않을까?"

코로나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6년부터 만 5년간 전국의 욕창 환자 31만 명을 분석했습니다. 사는 지역을 구 군까지 나눠 지역별로 <인구대비 욕창 환자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했습니다. 전국 욕창 환자 분포를 통해 <돌봄과 의료 지역 불균형>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욕창 환자의 85%는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왔기 때문에, 인구 구조상 노인 인구가 많이 사는 농·산·어촌은 당연히 욕창 환자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젊은 인구를 모두 뺀 60대 이상 고령층만 비교했습니다.)

▷ 조사기간: 2016년 7월 ~ 2021년 6월 (5년)
▷ 조사대상: 60대 이상 인구 대비 5년 간 욕창 환자 (전국 229개 구군별)
▷ 조사방법: 직장·지역 건강보험, 의료급여 실적 기준 (비급여 제외)
▷ 추출방식: 욕창 주 상병코드 L89~L899 기준
▷ 자료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렇게 해서 만든 전국 욕창 지도입니다.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지난 5년간 60대 이상 욕창 환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바로 전라남도 장흥군 입니다. 60살 이상 주민은 만 5천여 명이지만 지난 5년간 욕창 환자 수는 430여 명으로 인 구 대비 2.83%가 욕창 환자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경남 하동군과 남해군, 이어 전남 보성군과 해남군, 경북 영덕군으로 나타났습니다.


<60대 이상 인구 대비 5년간 욕창 환자 합계 비율, 상위 20개 지역>
전라남도 장흥군 2.83%
경상남도 하동군 2.70%
경상남도 남해군 2.53%
전라남도 보성군 2.39%
전라남도 해남군 2.36%
경상북도 영덕군 2.35%
경상남도 함양군 2.25%
전라남도 고흥군 2.21%
전라북도 순창군 2.21%
전라남도 곡성군 2.14%
전라북도 부안군 2.10%
전라남도 영광군 1.98%
전라남도 진도군 1.96%
경상북도 울진군 1.95%
인천광역시 강화군 1.91%
충청북도 단양군 1.90%
경상남도 산청군 1.88%
경상북도 의성군 1.86%


고령자 욕창 환자 비율이 높은 곳은 전남, 경북을 비롯해 인천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의사 수와 치료 가능 사망률, 공공병원 설치율'을 토대로 뽑은 전국 최악의 의료취약지 <인천·전남·경북> 와 일치합니다.

종합하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중소도시나 농·산·어촌에 사는 주민일수록 욕창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돌봄 의료가 절대적인 욕창을 통해 지역 의료공백과 도. 농 간 불균형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습니다.

KBS는 <욕창으로 본 돌봄 의료 공백, 해결책은? >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연관 기사]
[욕창이온다]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0763
[욕창이온다]② “연고 하나 25만 원” 욕창은 한국판 ‘영화 식코〈Sicko〉’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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