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이온다]④ 욕창으로 본 돌봄·의료 공백, 해결책은?

입력 2023.02.25 (05:35) 수정 2023.03.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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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욕창 환자는 최소 2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간병하는 가족을 24시간 돌봄 노동이라는 굴레에 빠뜨립니다. 고가의 욕창 의료비와 간병비는 저소득 국민을 비롯해 대다수 평범한 국민까지 파산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2년 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은 욕창으로 드러난 돌봄과 의료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KBS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흔한 병 욕창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전국 욕창 환자 31만 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돌봄과 의료 공백 실태를 고발하고자 합니다.

욕창이 온다 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
욕창이 온다 ② "연고 하나 25만 원" 욕창은 한국판 '영화 식코 '
욕창이 온다 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
욕창이 온다 ④ 욕창으로 본 돌봄·의료 공백, 해결책은?

욕창이 온다 ④ 욕창으로 본 돌봄·의료 공백, 해결책은?


■ 욕창 치료 "남는 게 없어"…미용 성형에 몰리는 병원들

"성형외과 선생님이 욕창 환자 피부이식을 해서 피부를 살렸을 때 희열이 굉장히 크대요. 그런데 쌍꺼풀이나 우리 흔히 얘기하는 미용 성형하는 게 보상이 다섯 배 10배가 높은 거예요. 그러니까 욕창을 보고 싶지 않죠." <이진용,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교수>

취재진이 욕창 환자를 따라간 곳은 대학병원의 성형외과입니다. 욕창 치료는 피부이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성형외과 수술은 비급여 (보험제외) 항목이 많습니다. 미용성형을 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죠. 이들은 병원에 큰 수익을 안겨다 줍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하지만 욕창 치료는 국가에서 정해놓은 의료수가(치료비)가 낮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적습니다. 적극적인 치료가 안 되는 이유죠. 물론, 수많은 성형외과 의사가 미용 성형뿐만 아니라 욕창과 같은 다양한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만, 낮은 수가 때문에 '의사의 사명감'에만 의지한 욕창 치료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병원이 욕창 환자를 반기지 않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욕창 환자는 수술 후에도 긴 재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병원 입장에서는 입원실을 장기 욕창 환자로 채울수록 적자가 납니다. 이 시기 욕창 환자가 내는 비용이라고 하면, 비급여 항목인 '밥값' 정도일 테니까요.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긴급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욕창 수술을 끝내면 환자를 일찌감치 퇴원시킵니다. 그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간 환자는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수술 부위가 터지고 욕창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많은 환자가 욕창 재수술을 받는 이유입니다.

욕창 환자가 주로 가는 요양병원 역시, 적극적인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요양병원은 '포괄수가제'를 적용받습니다. 쉽게 말해 포괄수가제란, 치료 행위를 할 때마다 비용을 내는 것이 아니라 병마다 미리 정해놓은 일정 비용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면 약을 주고 주사를 놓고, 호흡기 치료도 하겠죠. 하지만 포괄수가제는 '감기라는 병은 치료비가 얼마다.' 라고 정해놓는 겁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과잉진료를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상태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그 등급으로 받을 수 있는 의료수가 안에서 모든 치료가 이뤄집니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욕창이 생겼다고 해서 일부러 비싼 약을 쓰거나 추가 의료행위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약을 쓰든 치료를 하든 안 하든 이 환자한테 나가는 돈은 똑같습니다. 그럼 병원 입장에서는 그런 욕창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재료비를 많이 쓰고 행위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예요." <이윤환, 의료재단 이사장>

■ 간병인 1명이 '10명 넘는 환자를?' … 돌봄 인력 태부족

지난해 초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요양병원 면회도 재개됐습니다. 오랜만에 병원을 찾아간 가족들은 환자 몸에 생긴 커다란 욕창에 놀라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사에 제보도 했습니다. 이 시기 욕창이 늘었던 원인, 바로 환자를 돌볼 간병인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중국 동포 간병인이 본국으로 돌아갔고, 국내 간병인도 코로나 여파로 병원 업무가 힘들어지면서 돌봄 체계에 큰 구멍이 생긴겁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기폭제가 됐을 뿐, 욕창 환자 폭증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인력이 부족해 간병인 1명이 환자 10~20명을 돌보는 처참한 상황은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2008년도에 요양보호사 제도가 시작됐을 때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이 49세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15년이 지나고서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이 61세가 됐어요. 요양보호사도 고령화가 된 거잖아요. 젊은 인력들이 많이 들어오고 인원 보강을 해줘야 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돌봄 인력은 사회복지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오지 않아요. 종사자들이."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 보험 안 되는 간병비…"간병 보험은 언제?"

돌봄 인력에 대한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환자 가족이 느끼는 간병비는 가정이 휘청거릴 만큼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간병비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와 가족이 100%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죠. 1대 1 간병인을 고용한다면 하루 간병비만 13~15만 원 정도, 한 달 기준 400~500만 원 정도입니다. 요양병원에서 환자 6명 당 공동 간병인 1명을 쓴다면, 간병비를 환자 수로 나눈 70~80만 원 정도를 병원에 내야 합니다. 간병인 1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많을수록 간병 비용은 낮아지지만, 욕창 관리는 허술해지겠죠.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커지자 정부는 '간병 보험'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한 해 지출되는 요양병원 간병비만 최대 2조 7천억 원으로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날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가 돼서야 정부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간병비 보험 모델을 알아보기 위해 실태 조사연구에 들어갔습니다.

■ "예방기구 보험적용은 일부만" … 사라지는 첨단 기술

욕창 해결에 있어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는 욕창 예방을 위한 기반이 부실하다는 겁니다. 척수장애인을 위한 <욕창 예방 방석>은 3년에 한 번 20만 원 정도 보험 급여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고가 제품과 해외 수입 제품까지 범위를 넓히면 욕창 방석 하나 가격만 수백만 원이 넘습니다. 보험 급여로 살 수 있는 제품은 전체 제품군 중에서 저렴한 축에 속하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욕창 예방 효과가 적다고 입을 모읍니다.

취재진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를 통해 욕창 예방에 효과가 좋다는 방석 생산업체를 찾았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엉덩이 체중을 분산해 욕창을 예방하는 국내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체 굴곡을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하다 보니, 방석 하나 제작 기간만 닷새 정도로 가격은 300~400만 원입니다. 업체는 해당 제품이 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업체를 비롯해 첨단 욕창 예방 기구를 만드는 많은 업체가 처음부터 해외 판매를 목표로 연구·개발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첨단 제품은 나오자마자 금방 자취를 감춥니다.

"무조건 우리나라는 <가격>을 가지고 결정을 하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예방기구를 사용하면, 일도 할 수 있고 사회자본도 더 풍부해지는 거죠. 편익으로 따져보면 결코 우리가 허튼 데 돈을 쓰는 게 아니라는 거죠."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보험 적용만 된다면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주문량이 많으면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고, 이후 시장이 형성되면 가격도 떨어지죠. (신기술에 따른) 연구 결과를 검증하고 실용화하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걸 기관마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합니다. 국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신속하게 도입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규제가 너무 심한 거예요. "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욕창 예방이 치료보다 경제적"

국내 사회복지 분야 연구진들이 욕창 예방기구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논문입니다.

〈욕창 예방방석 및 욕창 예방매트리스 급여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통한 장애인 보장구의 예방적 급여제도 실시 필요성에 대한 연구/ 심철재, 김영아, 2018〉〈욕창 예방방석 및 욕창 예방매트리스 급여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통한 장애인 보장구의 예방적 급여제도 실시 필요성에 대한 연구/ 심철재, 김영아, 2018〉

논문은 욕창 예방 방석과 매트리스를 사용한 욕창 환자 1,059명의 진료비를 살펴보니 1년 만에 <진료비가 2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방 기구 하나가 환자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건강보험공단 재정 지출도 줄였다는 겁니다. 관련 연구는 외국에서도 활발합니다. 캐나다의 <릭한센 의료재단>은 미국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욕창 예방에 따른 경제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인용해 "예방에 드는 비용은 치료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종합하면, 욕창은 재발률이 높아 긴 시간 투입되는 치료비와 간병비를 고려할 때 적절한 예방기구 하나로 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욕창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 달에 5백만 원 정도 간병비가 들면, 의료기기를 활용해 환자가 빨리 퇴원하거나 빨리 낫게 되면 간병비 드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값어치가 있는 거죠."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 욕창 외면하는 사회… " 너도 나도 늙는다"

욕창은 환자뿐만 아니라 간병하는 가족의 일상까지 파괴하는 병입니다. 또 관리와 치료가 까다로운 탓에 의료계에서도 골칫거리로 통합니다. 욕창은 가난과 소외를 키워 사회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해결을 위한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 합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욕창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회는 아직 욕창을 흔한 병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중증 장애인이나 노인분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종의 양극화. 건강하신 분들은 전혀 모르고 아프고 힘든 분만 아는 병이라.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생각합니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

<욕창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욕창을 들여다보면 돌봄과 의료 시스템에 난 구멍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정기적인 통계를 작성해서 조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욕창은 단순한 질병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진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노화 사회거든요. 욕창 관련된 통계가 앞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욕창이 가정 또는 지역사회의 돌봄을 평가할 수 있는 <대리지표>로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비교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진용,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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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창이온다]④ 욕창으로 본 돌봄·의료 공백, 해결책은?
    • 입력 2023-02-25 05:35:07
    • 수정2023-03-09 09:33:21
    취재K
<strong>욕창 환자는 최소 2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간병하는 가족을 24시간 돌봄 노동이라는 굴레에 빠뜨립니다. 고가의 욕창 의료비와 간병비는 저소득 국민을 비롯해 대다수 평범한 국민까지 파산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2년 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은 욕창으로 드러난 돌봄과 의료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KBS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흔한 병 욕창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전국 욕창 환자 31만 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돌봄과 의료 공백 실태를 고발하고자 합니다.</strong><br /><br />욕창이 온다 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strong><br /></strong>욕창이 온다 ② "연고 하나 25만 원" 욕창은 한국판 '영화 식코 '<br />욕창이 온다 ③ 전국 욕창 지도 "의료 공백 지역은 어디?"<br /><strong>욕창이 온다 ④ 욕창으로 본 돌봄·의료 공백, 해결책은?</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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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창 치료 "남는 게 없어"…미용 성형에 몰리는 병원들

"성형외과 선생님이 욕창 환자 피부이식을 해서 피부를 살렸을 때 희열이 굉장히 크대요. 그런데 쌍꺼풀이나 우리 흔히 얘기하는 미용 성형하는 게 보상이 다섯 배 10배가 높은 거예요. 그러니까 욕창을 보고 싶지 않죠." <이진용,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교수>

취재진이 욕창 환자를 따라간 곳은 대학병원의 성형외과입니다. 욕창 치료는 피부이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성형외과 수술은 비급여 (보험제외) 항목이 많습니다. 미용성형을 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죠. 이들은 병원에 큰 수익을 안겨다 줍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하지만 욕창 치료는 국가에서 정해놓은 의료수가(치료비)가 낮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적습니다. 적극적인 치료가 안 되는 이유죠. 물론, 수많은 성형외과 의사가 미용 성형뿐만 아니라 욕창과 같은 다양한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만, 낮은 수가 때문에 '의사의 사명감'에만 의지한 욕창 치료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병원이 욕창 환자를 반기지 않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욕창 환자는 수술 후에도 긴 재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병원 입장에서는 입원실을 장기 욕창 환자로 채울수록 적자가 납니다. 이 시기 욕창 환자가 내는 비용이라고 하면, 비급여 항목인 '밥값' 정도일 테니까요.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긴급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욕창 수술을 끝내면 환자를 일찌감치 퇴원시킵니다. 그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간 환자는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수술 부위가 터지고 욕창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많은 환자가 욕창 재수술을 받는 이유입니다.

욕창 환자가 주로 가는 요양병원 역시, 적극적인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요양병원은 '포괄수가제'를 적용받습니다. 쉽게 말해 포괄수가제란, 치료 행위를 할 때마다 비용을 내는 것이 아니라 병마다 미리 정해놓은 일정 비용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면 약을 주고 주사를 놓고, 호흡기 치료도 하겠죠. 하지만 포괄수가제는 '감기라는 병은 치료비가 얼마다.' 라고 정해놓는 겁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과잉진료를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상태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그 등급으로 받을 수 있는 의료수가 안에서 모든 치료가 이뤄집니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욕창이 생겼다고 해서 일부러 비싼 약을 쓰거나 추가 의료행위를 하기 쉽지 않습니다.

"약을 쓰든 치료를 하든 안 하든 이 환자한테 나가는 돈은 똑같습니다. 그럼 병원 입장에서는 그런 욕창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재료비를 많이 쓰고 행위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예요." <이윤환, 의료재단 이사장>

■ 간병인 1명이 '10명 넘는 환자를?' … 돌봄 인력 태부족

지난해 초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요양병원 면회도 재개됐습니다. 오랜만에 병원을 찾아간 가족들은 환자 몸에 생긴 커다란 욕창에 놀라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사에 제보도 했습니다. 이 시기 욕창이 늘었던 원인, 바로 환자를 돌볼 간병인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중국 동포 간병인이 본국으로 돌아갔고, 국내 간병인도 코로나 여파로 병원 업무가 힘들어지면서 돌봄 체계에 큰 구멍이 생긴겁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기폭제가 됐을 뿐, 욕창 환자 폭증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인력이 부족해 간병인 1명이 환자 10~20명을 돌보는 처참한 상황은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2008년도에 요양보호사 제도가 시작됐을 때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이 49세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15년이 지나고서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이 61세가 됐어요. 요양보호사도 고령화가 된 거잖아요. 젊은 인력들이 많이 들어오고 인원 보강을 해줘야 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돌봄 인력은 사회복지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오지 않아요. 종사자들이."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 보험 안 되는 간병비…"간병 보험은 언제?"

돌봄 인력에 대한 보수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환자 가족이 느끼는 간병비는 가정이 휘청거릴 만큼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간병비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와 가족이 100%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죠. 1대 1 간병인을 고용한다면 하루 간병비만 13~15만 원 정도, 한 달 기준 400~500만 원 정도입니다. 요양병원에서 환자 6명 당 공동 간병인 1명을 쓴다면, 간병비를 환자 수로 나눈 70~80만 원 정도를 병원에 내야 합니다. 간병인 1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많을수록 간병 비용은 낮아지지만, 욕창 관리는 허술해지겠죠.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커지자 정부는 '간병 보험'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한 해 지출되는 요양병원 간병비만 최대 2조 7천억 원으로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날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가 돼서야 정부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간병비 보험 모델을 알아보기 위해 실태 조사연구에 들어갔습니다.

■ "예방기구 보험적용은 일부만" … 사라지는 첨단 기술

욕창 해결에 있어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는 욕창 예방을 위한 기반이 부실하다는 겁니다. 척수장애인을 위한 <욕창 예방 방석>은 3년에 한 번 20만 원 정도 보험 급여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고가 제품과 해외 수입 제품까지 범위를 넓히면 욕창 방석 하나 가격만 수백만 원이 넘습니다. 보험 급여로 살 수 있는 제품은 전체 제품군 중에서 저렴한 축에 속하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욕창 예방 효과가 적다고 입을 모읍니다.

취재진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를 통해 욕창 예방에 효과가 좋다는 방석 생산업체를 찾았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의 엉덩이 체중을 분산해 욕창을 예방하는 국내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신체 굴곡을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하다 보니, 방석 하나 제작 기간만 닷새 정도로 가격은 300~400만 원입니다. 업체는 해당 제품이 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업체를 비롯해 첨단 욕창 예방 기구를 만드는 많은 업체가 처음부터 해외 판매를 목표로 연구·개발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첨단 제품은 나오자마자 금방 자취를 감춥니다.

"무조건 우리나라는 <가격>을 가지고 결정을 하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예방기구를 사용하면, 일도 할 수 있고 사회자본도 더 풍부해지는 거죠. 편익으로 따져보면 결코 우리가 허튼 데 돈을 쓰는 게 아니라는 거죠."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보험 적용만 된다면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주문량이 많으면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고, 이후 시장이 형성되면 가격도 떨어지죠. (신기술에 따른) 연구 결과를 검증하고 실용화하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걸 기관마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합니다. 국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신속하게 도입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규제가 너무 심한 거예요. "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욕창 예방이 치료보다 경제적"

국내 사회복지 분야 연구진들이 욕창 예방기구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논문입니다.

〈욕창 예방방석 및 욕창 예방매트리스 급여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통한 장애인 보장구의 예방적 급여제도 실시 필요성에 대한 연구/ 심철재, 김영아, 2018〉
논문은 욕창 예방 방석과 매트리스를 사용한 욕창 환자 1,059명의 진료비를 살펴보니 1년 만에 <진료비가 2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예방 기구 하나가 환자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건강보험공단 재정 지출도 줄였다는 겁니다. 관련 연구는 외국에서도 활발합니다. 캐나다의 <릭한센 의료재단>은 미국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욕창 예방에 따른 경제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인용해 "예방에 드는 비용은 치료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종합하면, 욕창은 재발률이 높아 긴 시간 투입되는 치료비와 간병비를 고려할 때 적절한 예방기구 하나로 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욕창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 달에 5백만 원 정도 간병비가 들면, 의료기기를 활용해 환자가 빨리 퇴원하거나 빨리 낫게 되면 간병비 드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값어치가 있는 거죠." <조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 욕창 외면하는 사회… " 너도 나도 늙는다"

욕창은 환자뿐만 아니라 간병하는 가족의 일상까지 파괴하는 병입니다. 또 관리와 치료가 까다로운 탓에 의료계에서도 골칫거리로 통합니다. 욕창은 가난과 소외를 키워 사회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해결을 위한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 합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욕창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회는 아직 욕창을 흔한 병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중증 장애인이나 노인분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종의 양극화. 건강하신 분들은 전혀 모르고 아프고 힘든 분만 아는 병이라.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생각합니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

<욕창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욕창을 들여다보면 돌봄과 의료 시스템에 난 구멍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정기적인 통계를 작성해서 조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욕창은 단순한 질병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진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노화 사회거든요. 욕창 관련된 통계가 앞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욕창이 가정 또는 지역사회의 돌봄을 평가할 수 있는 <대리지표>로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비교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진용, 서울대학교 공공진료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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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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