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창이온다]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

욕창이 온다 ① "발목지뢰 욕창" 가족까지 수렁으로

■ 욕창 들어보셨죠?

우리나라는 2년 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집집이 노인 환자도 늘고 있죠. 쇠약해진 부모님이 생을 마감하기 전 오랜 기간 겪는 대표적인 병, 바로 '욕창'입니다. 한자 뜻 그대로 누워있는 환자에게 생기는 몸에 난 상처입니다.


■ 욕창은 '발목 지뢰'

“자식 중의 한 명이 '올인'을 해야 돼요. 흔히 말해서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는데 24시간 붙어서 누가 그렇게 하냐는 말이에요. 직업도 못 갖고 온 종일 환자 곁에 머물러야 하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원영, 욕창 환자 가족

욕창은 환자 상태에 따라 2시간, 1시간, 30분…정해진 시간마다 환자가 돌아눕도록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합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는 항상 환자 곁을 지켜야 하죠. 간병인이 될 수도, 환자의 아들 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 가족들은 욕창을 '발목 지뢰' 라고 표현합니다. 전쟁에 나선 군인이 발목만 다치면, 부축해야 하는 또 다른 군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투력은 크게 상실됩니다. 아주 끔찍한 비유지만 욕창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일상을 지켜보면 이해가 갑니다.

"엄마 재산을 다 간병비에 다 냈다고 보시면 돼요. 진짜 본인이 아프면 집 한 채 날린다고 그런 얘기가 거짓말이 아니에요. 진짜 집 한 채 날려요." -박명희, 욕창 환자 가족

물론 24시간 간병인을 고용하면 환자 가족은 간병에서 잠시 해방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코로나 19 이후 중국 동포 간병인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간병인 수가 줄었고,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간병인 고용 비용은 치솟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하루 간병비는 15만 원을 웃돕니다. 한 달만 간병인을 고용해도 450만 원~500만 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셈인데, 월급 받는 직장인이라면 간병비 부담에 일상 생활이 어렵겠죠. 그렇다 보니 집에 욕창 환자가 있으면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욕창 환자가 있으면 중산층도 쉽게 무너집니다. 주인공도 일부러 중산층으로 한 게, 소득이 꽤 있었던 사람도 간병 기간이 오래되면서 사회적 지위가 되게 떨어지거든요." -영화 <욕창> 감독 심혜정

■ 장애인 일상을 멈추는 욕창

욕창은 척수장애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주로 엉덩이 꼬리뼈 주변에 체중이 실리다 보니 누구 할 것 없이 욕창을 달고 삽니다. 척수장애인의 경계 대상 1호죠. 실제로 3년 마다 실시하는 척수장애인협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으로 배변·배뇨와 욕창이 항상 1, 2위에 뽑힙니다. 한 번 욕창이 시작되면 낫기까지 2~3달은 걸리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힘들게 얻은 직장을 그만둬야 할 때가 많습니다. 욕창이 깊어 피부이식까지 했다면 사회와 단절되는 시간은 더 길어집니다.


■ 병원이 기피하는 병, 욕창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욕창. 병원에서도 욕창은 골칫거립니다. 욕창은 수술 이후 긴 회복 기간이 필요해서, 장기간 병상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긴급 환자를 다루는 상급종합병원은 더욱, 환자를 오래 데리고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욕창 수술 후 상처가 충분히 아물지 않은 상태로 환자를 내보내다 보니, 수술 부위가 터지거나 재발해서 고통을 겪는 환자도 많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볼때 욕창 환자는 돈이 되지 않습니다. 주로 성형외과에서 욕창 수술을 하는데, 코를 높이고 턱을 깎는 미용 성형보다 돌아오는 수익이 턱없이 적습니다. 그래서 욕창 수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병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욕창 전문 병원은 거의 없고 치료법, 연구개발도 더뎌, 수술 현장은 10년 전, 20년 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 조명받지 못한 욕창, KBS 연속 취재

"우리는 욕창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환자와 가족이 받는 고통은 상당하지만, 욕창이라는 병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임종을 앞둔 사람이 겪는 흔한 피부 질환 정도로만 생각했죠. 하지만 욕창은 24시간 돌봄이 꼭 필요한 만큼 무관심 속에서 빠르게 번지는 지독한 병입니다. 그렇다면 욕창이라는 병을 통해 우리나라의 돌봄과 의료 공백을 들여다볼 수 없을까? KBS는 욕창과 가난, 지역 소외, 의료 불평등에 대한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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