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강산은 변해도 ‘알박기’는 그대로?…‘세계 톱3’ 기업의 민낯

입력 2023.03.02 (21:30) 수정 2023.03.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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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장소에서 다른 집회를 막으려고 여는 집회를 이른바 '알박기 집회' 라고 합니다.

과거엔 흔했지만 법이 바뀌고, 법원 판례도 쌓이면서 최근엔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년 넘게 이 알박기 집회가 되풀이 되는 곳이 있습니다.

현대차 얘기입니다.

현장K,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젊은 남성들이 든 팻말.

'새로운 노사 문화, 글로벌 최고 기업' 등, 시위라기보다는 캠페인 문구에 가깝습니다.

집회 명칭은 <기업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전한 집회문화 정착 촉구대회> 이 '평화로운' 제목만큼이나 집회는 아무 구호도 없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노사관계 관련해서 원래 관심이 있으셔서 이 집회 참여하시는 거에요?) ..."]

'근무' 교대를 하듯 사람이 바뀌었고, 인근 집회를 촬영해 어딘가로 보고하는 일까지도, 일종의 '근무'에 가까웠습니다.

["(사진도 찍고 이렇게 하시던데, 따로 찍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

이 독특한 집회의 주최자는 '현대자동차' 본사 반경 500미터를 집회 장소로 신고했습니다.

다른 집회들은 멀리 떨어져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미희/현대차 본사 앞 1인 시위자 : "모여서 잠시 머물 수 있는 장소라든지, 저희들이 원하는 어떤 피켓을 세운다든지 이런 걸 할 수가 없어서..."]

인권위는 이것이 '집회 방해'에 해당한다며 다른 집회를 보장하라고 최근 경찰에 권고했습니다.

한 노조의 집회 신고에 동행해 봤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집회할 때 이렇게 1자로 서서 이렇게 하거든요."]

집회시위법 개정으로 '중복 집회'는 가능해졌지만, 먼저 신고한 현대차 측과 장소를 조정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집회단체가 여러 군데잖아요. 장소 분할을 담당 정보관이 해 주겠죠."]

그러나 '장소 분할'은 없었고, 결국은 현대차 차지였습니다.

직원을 동원했던 2018년, 용역까지 고용한 2019년.

현대차의 '알박기 식' 집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본사 인근의 10년 치 집회신고를 분석해 봤더니, 총 5,892건 중 현대차가 신고한 게 5,130건, 87%나 됐습니다.

매일 1.4건꼴이고, 평균 30일 전에 미리 신고했습니다.

'미개최율'은 80~90%대에 이르러, '열지도 않을' 집회를 신고만 했던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현대차는 매일 실제로 집회를 여는데 경찰이 파악을 못 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본사 인근 집회시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성숙한 집회 문화 정착을 요구하는 합법적인 집회'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 일에는 '사람'만 동원된 게 아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 옆에 있는 대형 화분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제 몸보다 큰 대형 화분들이 이렇게 인도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당수가 현대차에서 갖다 놓은 것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인도가 좁고 또 저기 화단이라든지 그런 게 다 설치가 되어있잖아요. 그래서 (집회 가능) 인원이 많이 와 봤자, 50명?"]

현대차는 2013년 '보도입양제'라는 제도를 통해, 본사 주변 '인도' 관리권을 지자체로부터 넘겨받았습니다.

인권위는 이 화분들의 '집회 방해' 가능성을 지난해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최근 5년 동안에만 두 차례 인권위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대법원에서도 현대차 '유령 집회'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현장K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안민식/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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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2 21:30:27
    • 수정2023-03-02 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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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장소에서 다른 집회를 막으려고 여는 집회를 이른바 '알박기 집회' 라고 합니다.

과거엔 흔했지만 법이 바뀌고, 법원 판례도 쌓이면서 최근엔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년 넘게 이 알박기 집회가 되풀이 되는 곳이 있습니다.

현대차 얘기입니다.

현장K, 황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젊은 남성들이 든 팻말.

'새로운 노사 문화, 글로벌 최고 기업' 등, 시위라기보다는 캠페인 문구에 가깝습니다.

집회 명칭은 <기업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전한 집회문화 정착 촉구대회> 이 '평화로운' 제목만큼이나 집회는 아무 구호도 없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노사관계 관련해서 원래 관심이 있으셔서 이 집회 참여하시는 거에요?) ..."]

'근무' 교대를 하듯 사람이 바뀌었고, 인근 집회를 촬영해 어딘가로 보고하는 일까지도, 일종의 '근무'에 가까웠습니다.

["(사진도 찍고 이렇게 하시던데, 따로 찍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

이 독특한 집회의 주최자는 '현대자동차' 본사 반경 500미터를 집회 장소로 신고했습니다.

다른 집회들은 멀리 떨어져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미희/현대차 본사 앞 1인 시위자 : "모여서 잠시 머물 수 있는 장소라든지, 저희들이 원하는 어떤 피켓을 세운다든지 이런 걸 할 수가 없어서..."]

인권위는 이것이 '집회 방해'에 해당한다며 다른 집회를 보장하라고 최근 경찰에 권고했습니다.

한 노조의 집회 신고에 동행해 봤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집회할 때 이렇게 1자로 서서 이렇게 하거든요."]

집회시위법 개정으로 '중복 집회'는 가능해졌지만, 먼저 신고한 현대차 측과 장소를 조정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집회단체가 여러 군데잖아요. 장소 분할을 담당 정보관이 해 주겠죠."]

그러나 '장소 분할'은 없었고, 결국은 현대차 차지였습니다.

직원을 동원했던 2018년, 용역까지 고용한 2019년.

현대차의 '알박기 식' 집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본사 인근의 10년 치 집회신고를 분석해 봤더니, 총 5,892건 중 현대차가 신고한 게 5,130건, 87%나 됐습니다.

매일 1.4건꼴이고, 평균 30일 전에 미리 신고했습니다.

'미개최율'은 80~90%대에 이르러, '열지도 않을' 집회를 신고만 했던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현대차는 매일 실제로 집회를 여는데 경찰이 파악을 못 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본사 인근 집회시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성숙한 집회 문화 정착을 요구하는 합법적인 집회'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 일에는 '사람'만 동원된 게 아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 옆에 있는 대형 화분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제 몸보다 큰 대형 화분들이 이렇게 인도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당수가 현대차에서 갖다 놓은 것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인도가 좁고 또 저기 화단이라든지 그런 게 다 설치가 되어있잖아요. 그래서 (집회 가능) 인원이 많이 와 봤자, 50명?"]

현대차는 2013년 '보도입양제'라는 제도를 통해, 본사 주변 '인도' 관리권을 지자체로부터 넘겨받았습니다.

인권위는 이 화분들의 '집회 방해' 가능성을 지난해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최근 5년 동안에만 두 차례 인권위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대법원에서도 현대차 '유령 집회'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현장K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안민식/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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