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매년 500개씩 폐업…문방구는 사라지고 중국산 저가 학용품은 물밀듯이

입력 2023.03.15 (18:02) 수정 2023.03.15 (18: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ET 콕입니다.

커피와 설탕을 물에 넣고 400번 넘게 저은 후 우유를 부어서 만듭니다.

코로나 시기에 더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입니다.

["(저거를 400번 젓는대요.) 뽑기 맛이 나요."]

어디까지나 달고나 맛이 난다는 것일 뿐 내 맘 속 달고나는 따로 있습니다.

옛날 하교길에 '문방구' 앞에서 쪼그려앉아서 먹던 '달고나'.

새삼 문구사, 문방구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쫀드기, 쫄쫄이, 어포에 각종 뽑기까지...

베이비붐 세대에게 문방구는 '참새 방앗간'과 같았습니다.

'불량식품'을 먹고 배앓이를 한 적도 있지만, 입에 넣는 그 순간 만큼은 정말로 행복했었습니다.

구슬, 딱지, 잠자리채, 돋보기, 책받침, 탬버린, 캐스터네츠, 노끈으로 만든 알록달록 응원술까지...

학교에서 가져오라는 준비물을 살 수 있던 문방구는 아이들에게 백화점 이상이었습니다.

["개학이라서 노트와 연필이랑 전과, 책 싸는 책 표지 같은 걸 지금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참, 종이 상자에 담겨 삐약거리던 노란 병아리도 떠오릅니다.

[날아라 병아리 :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그런데 이런 문방구를 언제부턴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10년 전인 2012년 전국의 문방구 수는 만 4,731곳이었는데, 2019년에는 9,468곳으로 줄었습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해마다 500개의 문방구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방구의 쇠락은 더 가속화됐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문방구들에선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무인주문시스템 기계가 무표정하게 사람들을 맞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하교길 놀이터가 되어준 문방구도 넉넉한 인심으로 맞아주시던 문방구 아저씨 아줌마도 만나기 어렵게 되어버린 겁니다.

문방구가 사라지는 이유, 우선은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상징되는 초저출산 여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폐교하는 초등학교가 잇따르고 있는 마당에 문방구라고 버틸 재간이 있을 수 있을까요?

급변한 시장의 상황도 무관치 않습니다.

다이소와 같은 값싼 생활용품 체인점의 공세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의 문구류 최저가 판매 등입니다.

그동안에는 문구소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적게나마 보호를 받아 왔는데 이마저도 만료되면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문방구의 쇠퇴와 몰락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학생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골랐던 문구용품들을 보고 만지기가 어렵게 되고, 저가용품점과 인터넷 쇼핑몰만 남으면 결국 가성비를 중시한 초저가 제품들만 살아남아 중국산 저가 학용품만 넘쳐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나마도 몇 개 남지 않은 국내 문구제조사의 붕괴도 예상됩니다.

문구용품이 획일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추억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까지 영향을 받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방구의 퇴장을, 단순히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차원으로 볼 수 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이티 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매년 500개씩 폐업…문방구는 사라지고 중국산 저가 학용품은 물밀듯이
    • 입력 2023-03-15 18:02:48
    • 수정2023-03-15 18:14:34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 콕입니다.

커피와 설탕을 물에 넣고 400번 넘게 저은 후 우유를 부어서 만듭니다.

코로나 시기에 더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입니다.

["(저거를 400번 젓는대요.) 뽑기 맛이 나요."]

어디까지나 달고나 맛이 난다는 것일 뿐 내 맘 속 달고나는 따로 있습니다.

옛날 하교길에 '문방구' 앞에서 쪼그려앉아서 먹던 '달고나'.

새삼 문구사, 문방구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쫀드기, 쫄쫄이, 어포에 각종 뽑기까지...

베이비붐 세대에게 문방구는 '참새 방앗간'과 같았습니다.

'불량식품'을 먹고 배앓이를 한 적도 있지만, 입에 넣는 그 순간 만큼은 정말로 행복했었습니다.

구슬, 딱지, 잠자리채, 돋보기, 책받침, 탬버린, 캐스터네츠, 노끈으로 만든 알록달록 응원술까지...

학교에서 가져오라는 준비물을 살 수 있던 문방구는 아이들에게 백화점 이상이었습니다.

["개학이라서 노트와 연필이랑 전과, 책 싸는 책 표지 같은 걸 지금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참, 종이 상자에 담겨 삐약거리던 노란 병아리도 떠오릅니다.

[날아라 병아리 :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그런데 이런 문방구를 언제부턴가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10년 전인 2012년 전국의 문방구 수는 만 4,731곳이었는데, 2019년에는 9,468곳으로 줄었습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해마다 500개의 문방구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방구의 쇠락은 더 가속화됐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문방구들에선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무인주문시스템 기계가 무표정하게 사람들을 맞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하교길 놀이터가 되어준 문방구도 넉넉한 인심으로 맞아주시던 문방구 아저씨 아줌마도 만나기 어렵게 되어버린 겁니다.

문방구가 사라지는 이유, 우선은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상징되는 초저출산 여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폐교하는 초등학교가 잇따르고 있는 마당에 문방구라고 버틸 재간이 있을 수 있을까요?

급변한 시장의 상황도 무관치 않습니다.

다이소와 같은 값싼 생활용품 체인점의 공세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의 문구류 최저가 판매 등입니다.

그동안에는 문구소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적게나마 보호를 받아 왔는데 이마저도 만료되면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문방구의 쇠퇴와 몰락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학생들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골랐던 문구용품들을 보고 만지기가 어렵게 되고, 저가용품점과 인터넷 쇼핑몰만 남으면 결국 가성비를 중시한 초저가 제품들만 살아남아 중국산 저가 학용품만 넘쳐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나마도 몇 개 남지 않은 국내 문구제조사의 붕괴도 예상됩니다.

문구용품이 획일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추억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의 창의성까지 영향을 받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방구의 퇴장을, 단순히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차원으로 볼 수 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이티 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