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지리산을 더 가까이…한국화가 연규현

입력 2023.04.11 (19:47) 수정 2023.04.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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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리산의 역사와 사계절, 마을과 강물, 나무가 좋아 지리산에 정착한 한국화가가 있습니다.

담백한 묵으로 전하는 지리산 풍경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겨우내 비축한 기운을 모아 지리산이 깨어나는 시간.

자연에 세 들어 사는 작가의 화실에도 봄이 왔습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우리 집 옆에 있는 산벚나무, 소나무 그리고 저 진달래, 바위 하나하나 요즘 참 예쁘거든요. 그런 것을 하나씩 하나씩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리산에서 발견한 풍경으로 작가는 세상에 지리산 소식을 전합니다.

2003년 함양에 정착한 연규현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

지칠 줄 모르고 뛰어놀던 마을 뒷동산의 추억을 불러내는 작품들이 반깁니다.

생명력 넘치는 지리산 풍광, 골 속 골 속 펼쳐지는 마을 전경을 그려온 작가가 지리산 속으로, 마을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서 만난 풍경입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전시회 제목처럼 '옛날 옛날 내가 놀던 작은 동산엔' 그런 그림이 대부분인데 집 동네 주변 이런 데를 확대해서 그린 그림들이고 이 그림 하나만 좀 큰 그림입니다. 수몰 될까 싶어서 기록으로 좀 남기고 싶어서..."]

수몰 위기에 놓였던 마을은 다행히 지리산댐 백지화로 온전한 모습을 간직하게 됐는데요.

작가는 지리산의 속내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사라질 위기의 마을과 빈집, 오래된 나무도 기록으로 남겨왔습니다.

[연규현/한국화가 :"마천 용유담 바로 위쪽인데 여기도 만약에 댐이 생기면 이게 다 수몰이 되는 곳입니다. 폐가가 돼 있죠. 그리고 작은 동산에 묘도 있고 지리산 주변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 있잖아요. 당산나무들, 천연기념물로 보호된 나무들 그런 데에는 사연이 다 있다고..."]

지리산의 작은 마을과 굽이치는 강물, 오래된 나무는 이방인을 지리산에 정붙이게 해준 고마운 버팀목이었습니다.

[최재경/진주시 금산면 : "거기서 생활하지 않으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건데 이렇게 거주하면서 우리 자연을 제대로 그리고 지리산을 더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니까 너무 좋고..."]

[박유화/함양군 함양읍 : "지리산의 청정함과 맑은 기운을 그림으로 너무 섬세하게 잘 표현해 주셔서 저희가 옆에 있으면서도 잘 모를 수 있는 부분들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요."]

인근 견불동 마을에서 지금의 마을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작가의 시선은 원경에서 근경, 소경으로 더 낮아졌습니다.

지리산 골짜기를 적시며 흘러온 엄천강은 용유담과 함께 특히 아끼는 곳인데요.

장마철 요동치는 강물, 이 무렵 봄을 실어 나르는 물줄기까지.

생동감 넘치는 물살과 물소리를 세밀하게 담아냅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지리산 북쪽에 있는 모든 계곡물들이 이리로 다 모여요. 상류이다 보니까 장마철에 협곡이라서 물이 굉장하다고. 막 소리도 웅장하고. 물살을 자세하게 그려보고 싶어서 동양화에서 물 표현을 잘 안 하는데 저는 좀 사실적으로 많이 그렸어요."]

지리산에 기거하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지리산이 내준 것들과 더 가까워졌는데요.

함양살이 2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이어온 작업은 지리산을 주제로 한 열두 차례의 개인전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여기서 제가 오래 살다 보니까 남쪽의 따뜻한 곳이라서 구석구석 사람들도 많이 살고 소나무 하나, 돌 하나, 집 주변의 작은 동산 하나, 물살 하나에도 사람들 이야기들이 다 깃들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들어가서 아주 작은 풍경이지만 이야기가 있는..."]

나무가 더 나무다워지는 시간.

작가는 다음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지리산 주변에 오래된 나무들이, 의미 있는 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 이야기가 있는 나무들 그런 나무들만 모아서 작업을 한 번 해볼까 해요. 그런 의미를 잘 새겨서 좀 경건한 마음으로..."]

연규현 작가가 묵으로 전하는 나무엔 또 어떤 지리산 이야기가 담길지 궁금함을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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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1 19:47:05
    • 수정2023-04-11 20:02:50
    뉴스7(창원)
[앵커]

지리산의 역사와 사계절, 마을과 강물, 나무가 좋아 지리산에 정착한 한국화가가 있습니다.

담백한 묵으로 전하는 지리산 풍경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겨우내 비축한 기운을 모아 지리산이 깨어나는 시간.

자연에 세 들어 사는 작가의 화실에도 봄이 왔습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우리 집 옆에 있는 산벚나무, 소나무 그리고 저 진달래, 바위 하나하나 요즘 참 예쁘거든요. 그런 것을 하나씩 하나씩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리산에서 발견한 풍경으로 작가는 세상에 지리산 소식을 전합니다.

2003년 함양에 정착한 연규현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

지칠 줄 모르고 뛰어놀던 마을 뒷동산의 추억을 불러내는 작품들이 반깁니다.

생명력 넘치는 지리산 풍광, 골 속 골 속 펼쳐지는 마을 전경을 그려온 작가가 지리산 속으로, 마을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서 만난 풍경입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전시회 제목처럼 '옛날 옛날 내가 놀던 작은 동산엔' 그런 그림이 대부분인데 집 동네 주변 이런 데를 확대해서 그린 그림들이고 이 그림 하나만 좀 큰 그림입니다. 수몰 될까 싶어서 기록으로 좀 남기고 싶어서..."]

수몰 위기에 놓였던 마을은 다행히 지리산댐 백지화로 온전한 모습을 간직하게 됐는데요.

작가는 지리산의 속내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사라질 위기의 마을과 빈집, 오래된 나무도 기록으로 남겨왔습니다.

[연규현/한국화가 :"마천 용유담 바로 위쪽인데 여기도 만약에 댐이 생기면 이게 다 수몰이 되는 곳입니다. 폐가가 돼 있죠. 그리고 작은 동산에 묘도 있고 지리산 주변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 있잖아요. 당산나무들, 천연기념물로 보호된 나무들 그런 데에는 사연이 다 있다고..."]

지리산의 작은 마을과 굽이치는 강물, 오래된 나무는 이방인을 지리산에 정붙이게 해준 고마운 버팀목이었습니다.

[최재경/진주시 금산면 : "거기서 생활하지 않으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건데 이렇게 거주하면서 우리 자연을 제대로 그리고 지리산을 더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니까 너무 좋고..."]

[박유화/함양군 함양읍 : "지리산의 청정함과 맑은 기운을 그림으로 너무 섬세하게 잘 표현해 주셔서 저희가 옆에 있으면서도 잘 모를 수 있는 부분들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요."]

인근 견불동 마을에서 지금의 마을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작가의 시선은 원경에서 근경, 소경으로 더 낮아졌습니다.

지리산 골짜기를 적시며 흘러온 엄천강은 용유담과 함께 특히 아끼는 곳인데요.

장마철 요동치는 강물, 이 무렵 봄을 실어 나르는 물줄기까지.

생동감 넘치는 물살과 물소리를 세밀하게 담아냅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지리산 북쪽에 있는 모든 계곡물들이 이리로 다 모여요. 상류이다 보니까 장마철에 협곡이라서 물이 굉장하다고. 막 소리도 웅장하고. 물살을 자세하게 그려보고 싶어서 동양화에서 물 표현을 잘 안 하는데 저는 좀 사실적으로 많이 그렸어요."]

지리산에 기거하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지리산이 내준 것들과 더 가까워졌는데요.

함양살이 2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이어온 작업은 지리산을 주제로 한 열두 차례의 개인전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여기서 제가 오래 살다 보니까 남쪽의 따뜻한 곳이라서 구석구석 사람들도 많이 살고 소나무 하나, 돌 하나, 집 주변의 작은 동산 하나, 물살 하나에도 사람들 이야기들이 다 깃들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들어가서 아주 작은 풍경이지만 이야기가 있는..."]

나무가 더 나무다워지는 시간.

작가는 다음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연규현/한국화가 : "지리산 주변에 오래된 나무들이, 의미 있는 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 이야기가 있는 나무들 그런 나무들만 모아서 작업을 한 번 해볼까 해요. 그런 의미를 잘 새겨서 좀 경건한 마음으로..."]

연규현 작가가 묵으로 전하는 나무엔 또 어떤 지리산 이야기가 담길지 궁금함을 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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