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높은 지위, 열악한 처우…속 타는 선생님

입력 2023.05.20 (08:09) 수정 2023.05.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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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월요일, 15 일은 스승의 날이었죠.

'청탁금지법'이 생겨 요즘은 편지 외에 선물이나 금품은 모두 금지돼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교권이 많이 추락했다고는 해도 스승에 대한 감사와 사랑은 여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도, 스승의 날은 따로 없지만 교원의 권위나 사회적 지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처우는 대단히 열악해서 학부모들에게 뇌물을 받거나 심지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은밀히 장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원들 생활 사정은 더 나빠졌지만 당국의 요구 사항은 갈수록 늘고 있다는데요.

북한 교사들의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수업이 한창인 교실.

그런데 책상에 앉은 사람들은 학생이 아닌 어른들인데요.

다름 아닌 새 교수법을 공유하고 연습하는 북한 교사들입니다.

[김정옥/신원초급중학교장 : "학교에서는 지난 기간에 이룩한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새 학년도 교수준비를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과학화, 현대화된 교육 방식.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 자재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력을 높이려는 겁니다.

외국어 교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혜경/장경소학교 분과장 : "지금 우리 학교에서 새 학년도 교수준비를 진행하면서 제일 우선시하는 것이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을 높이는 문제입니다."]

관영 매체들은 이를 통해 교육 사업이 나날이 발전한다고 전합니다.

["세계적인 교육 발전 추세와 교육학적 요구에 맞게 교육 조건과 환경이 일신되고 교육내용과 방법, 교수 관리제도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교원의 역할을 가장 중시합니다.

직접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하고 실험 자재까지 제작한 교사는 국가 최우수교원으로 선발합니다.

[리익선/평양제1중학교 강좌장/2022년 최우수교원 : "나라의 수재 교육의 원전장인 이 교단에 섰다는 남다른 긍지가 있습니다. 인재들을 키워내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북한에선 3년제 교원대학을 졸업하면 유치원과 우리의 초등학교인 소학교로, 4년제 사범대를 나오면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초급과 고급중학교로 배치됩니다.

눈여겨볼 점은 교사들에겐 지식이나 기술, 인성 교육 외에 사상 교양 교육의 임무가 주어진다는 겁니다.

[다큐영화 ‘태양 아래’/러시아 제작/2016년 : "지금 미국 놈들과 괴뢰 놈들은 우리 사회주의 조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합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미래 세대의 사상을 무장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만큼 권한도 큽니다.

입시와 입대, 직장 배치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게 우리 생활기록부에 해당하는 ‘평정서' 인데, 바로 교사가 학생 평가의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김주성/탈북작가/유튜브 ‘남북의 썰’ : "평정서에 보면 이 학생은 1학년 때 품행이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다 쓰여 있거든요. 그 생활 평정서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돼서 간부 등용이 된다고 할 때 개인 문건, 개인 서류에 붙어 있어요. 그걸 참고해요. 학생 때 (평정서를). 그러니까 선생님의 필적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거든요."]

가진 권한만큼 책임도 강조됩니다.

이른바 ‘담임 고정제’를 실시하고 있어 소학교 5년, 초급 중급 중학교 6년간 학생 생활의 전반을 관리해야 합니다.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학생의 학습뿐 아니라 조직 정치 생활도 교사가 책임져야 하므로 사회에 나가서 어떤 과오가 있었다 그러면 연대적 책임이 교사한테 옵니다."]

하지만 처우는 열악한데요.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가 결정적이어서, 그때부터 교원들은 각종 부정부패 사건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김주성/탈북작가/유튜브 ‘남북의 썰’ :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학부모들의 도움을 공식적으로 받기 시작한 거죠. 학부모 중엔 간부도 있고 돈 많은 사람도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누구누구 어머니 나 좀 요즘 힘들어서 그런데 도와줄 수 없나요."]

심지어 교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예를 들어 꽈배기라든가 이런 걸 들고 와서 ‘야, 이거 사라.’ 이렇게는 못 하고 교탁 옆에 슬그머니 놓으면 ‘선생님 이거 팔죠?’ 하고 돈이 있는 학생들은 바로 사 먹고 없으면 외상으로도. 남이 다 사는데 혼자 안 사면 안 되잖아요."]

더 큰 문제는 고난의 행군 이후에도 교사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력해졌고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 교사들에게도 자력갱생을 강요하고 있는 건데요.

[최순미/前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 :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북한에서는 교원들의 월급을 올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죠. 게다가 다른 직업들은 장사 활동이 어느 정도 가능한 데 비해서 교사는 자리를 이탈하기 어려운 직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의 생활 수준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학부모들의 주머니 사정도 팍팍해지면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교사도 생겼다고 합니다.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저녁에 몰래 나가서는 팔죠. 야시장 같은 데 가서. 일명 메뚜기장이라고 왜냐면 밤에는 시장 운영하지 않잖아요. 그럴 때 골목에서 교사들이 (장사 합니다.) 마침 지금 마스크도 썼으니까."]

사정이 이렇지만 당국은 우수 교육 사례를 들며 교원들을 다그치고 있습니다.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은 전국교원대회를 통해 북한 교육이 세계적인 추세에서 많이 뒤처졌다고 지적했는데요.

그 책임을 교원들에게 돌렸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한/아나운서 대독 : "지금 교육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교원들의 자질이 높지 못한 것과도 주요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원의 실력이 곧 학생의 실력이라며 교육의 과학화, 현대화를 요구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성과도 없진 않습니다.

소학교와 유치원 교사를 양성하는 평양교원대학은 로봇을 이용한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전용 강좌 실을 찾아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어린이용 교육 로봇을 실제 수업 시간에 볼 수 있는데, 그 종류도 다양해 보입니다.

일부 유치원에선 외국어 조기교육 시스템도 갖췄습니다.

교원들이 영어 발음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한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일부일 뿐 국가의 지원 없는 교육 개발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입니다.

[최순미/前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 : "예를 들면 평양이냐 아니냐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도농 간의 격차도 매우 큽니다. 경제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 곳에서는 컴퓨터가 부족한 상황 혹은 교육을 과학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각 기계가 부족한 상황 이런 것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거죠."]

관영 매체를 통해서도 농촌 지역의 열악한 사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소학교 분교의 정보화 시설은 칠판 옆에 놓인 작은 모니터 한 대.

결국 과학화 현대화 교육을 위해선 학부모들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교육의 현대화를 하라고 계속 김정은 지시가 내려오잖아요. 그러면 TV도 있어야 하고 컴퓨터도 있어야 되잖아요. 또 TV, 컴퓨터를 활용 하려면 전기가 들어 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으면 또 배터리도 있어야 되고 그래서 그게 모두 고스란히 학부모들한테 돌아가요."]

당국은 이를 당연하다는 듯 충성경쟁을 부추깁니다.

[북한 단막극 '누구를 위한 일인가' : "내일모레 교육지원 총화를 한다고요? 네, 해야죠. 우리가 앞장서겠습니다. 교육 사업이 누구를 위한 일입니까."]

궁핍한 국가 재정 탓에 학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데, 결국 교사에게도 알아서 하라는 각자도생식의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순미/前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 : "사회적인 구조 자체가 지금 한계점에 도달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떤 모럴 인센티브. 내가 업적을 높였을 때 당국으로부터 받는 일종의 명예나 그런 인센티브들이 있어서 움직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회구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름의 사회적 존중 속에 강한 교권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북한 교사들.

한편으론 적절한 지원 대신 인재를 키우라는 당국의 지시와 늘 어렵기만 한 생활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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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0 08:08:59
    • 수정2023-05-20 09: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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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15 일은 스승의 날이었죠.

'청탁금지법'이 생겨 요즘은 편지 외에 선물이나 금품은 모두 금지돼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교권이 많이 추락했다고는 해도 스승에 대한 감사와 사랑은 여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북한도, 스승의 날은 따로 없지만 교원의 권위나 사회적 지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인 처우는 대단히 열악해서 학부모들에게 뇌물을 받거나 심지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은밀히 장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원들 생활 사정은 더 나빠졌지만 당국의 요구 사항은 갈수록 늘고 있다는데요.

북한 교사들의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수업이 한창인 교실.

그런데 책상에 앉은 사람들은 학생이 아닌 어른들인데요.

다름 아닌 새 교수법을 공유하고 연습하는 북한 교사들입니다.

[김정옥/신원초급중학교장 : "학교에서는 지난 기간에 이룩한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새 학년도 교수준비를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과학화, 현대화된 교육 방식.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 자재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력을 높이려는 겁니다.

외국어 교육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혜경/장경소학교 분과장 : "지금 우리 학교에서 새 학년도 교수준비를 진행하면서 제일 우선시하는 것이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을 높이는 문제입니다."]

관영 매체들은 이를 통해 교육 사업이 나날이 발전한다고 전합니다.

["세계적인 교육 발전 추세와 교육학적 요구에 맞게 교육 조건과 환경이 일신되고 교육내용과 방법, 교수 관리제도가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교원의 역할을 가장 중시합니다.

직접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하고 실험 자재까지 제작한 교사는 국가 최우수교원으로 선발합니다.

[리익선/평양제1중학교 강좌장/2022년 최우수교원 : "나라의 수재 교육의 원전장인 이 교단에 섰다는 남다른 긍지가 있습니다. 인재들을 키워내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북한에선 3년제 교원대학을 졸업하면 유치원과 우리의 초등학교인 소학교로, 4년제 사범대를 나오면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초급과 고급중학교로 배치됩니다.

눈여겨볼 점은 교사들에겐 지식이나 기술, 인성 교육 외에 사상 교양 교육의 임무가 주어진다는 겁니다.

[다큐영화 ‘태양 아래’/러시아 제작/2016년 : "지금 미국 놈들과 괴뢰 놈들은 우리 사회주의 조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합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미래 세대의 사상을 무장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만큼 권한도 큽니다.

입시와 입대, 직장 배치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게 우리 생활기록부에 해당하는 ‘평정서' 인데, 바로 교사가 학생 평가의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김주성/탈북작가/유튜브 ‘남북의 썰’ : "평정서에 보면 이 학생은 1학년 때 품행이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다 쓰여 있거든요. 그 생활 평정서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돼서 간부 등용이 된다고 할 때 개인 문건, 개인 서류에 붙어 있어요. 그걸 참고해요. 학생 때 (평정서를). 그러니까 선생님의 필적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거든요."]

가진 권한만큼 책임도 강조됩니다.

이른바 ‘담임 고정제’를 실시하고 있어 소학교 5년, 초급 중급 중학교 6년간 학생 생활의 전반을 관리해야 합니다.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학생의 학습뿐 아니라 조직 정치 생활도 교사가 책임져야 하므로 사회에 나가서 어떤 과오가 있었다 그러면 연대적 책임이 교사한테 옵니다."]

하지만 처우는 열악한데요.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가 결정적이어서, 그때부터 교원들은 각종 부정부패 사건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김주성/탈북작가/유튜브 ‘남북의 썰’ :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학부모들의 도움을 공식적으로 받기 시작한 거죠. 학부모 중엔 간부도 있고 돈 많은 사람도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누구누구 어머니 나 좀 요즘 힘들어서 그런데 도와줄 수 없나요."]

심지어 교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예를 들어 꽈배기라든가 이런 걸 들고 와서 ‘야, 이거 사라.’ 이렇게는 못 하고 교탁 옆에 슬그머니 놓으면 ‘선생님 이거 팔죠?’ 하고 돈이 있는 학생들은 바로 사 먹고 없으면 외상으로도. 남이 다 사는데 혼자 안 사면 안 되잖아요."]

더 큰 문제는 고난의 행군 이후에도 교사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력해졌고 만성적인 경제난 속에 교사들에게도 자력갱생을 강요하고 있는 건데요.

[최순미/前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 :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북한에서는 교원들의 월급을 올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죠. 게다가 다른 직업들은 장사 활동이 어느 정도 가능한 데 비해서 교사는 자리를 이탈하기 어려운 직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의 생활 수준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학부모들의 주머니 사정도 팍팍해지면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교사도 생겼다고 합니다.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저녁에 몰래 나가서는 팔죠. 야시장 같은 데 가서. 일명 메뚜기장이라고 왜냐면 밤에는 시장 운영하지 않잖아요. 그럴 때 골목에서 교사들이 (장사 합니다.) 마침 지금 마스크도 썼으니까."]

사정이 이렇지만 당국은 우수 교육 사례를 들며 교원들을 다그치고 있습니다.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은 전국교원대회를 통해 북한 교육이 세계적인 추세에서 많이 뒤처졌다고 지적했는데요.

그 책임을 교원들에게 돌렸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한/아나운서 대독 : "지금 교육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교원들의 자질이 높지 못한 것과도 주요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원의 실력이 곧 학생의 실력이라며 교육의 과학화, 현대화를 요구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성과도 없진 않습니다.

소학교와 유치원 교사를 양성하는 평양교원대학은 로봇을 이용한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전용 강좌 실을 찾아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어린이용 교육 로봇을 실제 수업 시간에 볼 수 있는데, 그 종류도 다양해 보입니다.

일부 유치원에선 외국어 조기교육 시스템도 갖췄습니다.

교원들이 영어 발음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한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일부일 뿐 국가의 지원 없는 교육 개발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입니다.

[최순미/前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 : "예를 들면 평양이냐 아니냐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도농 간의 격차도 매우 큽니다. 경제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 곳에서는 컴퓨터가 부족한 상황 혹은 교육을 과학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각 기계가 부족한 상황 이런 것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거죠."]

관영 매체를 통해서도 농촌 지역의 열악한 사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소학교 분교의 정보화 시설은 칠판 옆에 놓인 작은 모니터 한 대.

결국 과학화 현대화 교육을 위해선 학부모들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최경옥/前 북한 소학교 교원 : "교육의 현대화를 하라고 계속 김정은 지시가 내려오잖아요. 그러면 TV도 있어야 하고 컴퓨터도 있어야 되잖아요. 또 TV, 컴퓨터를 활용 하려면 전기가 들어 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으면 또 배터리도 있어야 되고 그래서 그게 모두 고스란히 학부모들한테 돌아가요."]

당국은 이를 당연하다는 듯 충성경쟁을 부추깁니다.

[북한 단막극 '누구를 위한 일인가' : "내일모레 교육지원 총화를 한다고요? 네, 해야죠. 우리가 앞장서겠습니다. 교육 사업이 누구를 위한 일입니까."]

궁핍한 국가 재정 탓에 학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데, 결국 교사에게도 알아서 하라는 각자도생식의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순미/前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 : "사회적인 구조 자체가 지금 한계점에 도달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떤 모럴 인센티브. 내가 업적을 높였을 때 당국으로부터 받는 일종의 명예나 그런 인센티브들이 있어서 움직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회구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름의 사회적 존중 속에 강한 교권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북한 교사들.

한편으론 적절한 지원 대신 인재를 키우라는 당국의 지시와 늘 어렵기만 한 생활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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