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접경지에서 평화를 그리는 학교

입력 2023.06.17 (09:02) 수정 2023.06.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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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접경지역일 텐데요.

남과 북의 경계가 맞닿아 있어서 한반도의 정치적, 군사적 기류를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답답한 철책 대신, 평화와 협력의 철도가 지나가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요.

남-북간의 갈등과 대결 국면을 평화로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최효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최근 확장 이전 준공식을 가진 국경선평화학굡니다.

평화와 화합의 마음을 담아 부르는 아리랑 노랫가락에 응원의 박수가 이어집니다.

분단이라는 민족의 아픔을 평화로 극복하자며 2013년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세웠다가 이번엔 밖으로 옮긴 겁니다.

준공식 이후, 새 단장이 한창인 학교를 ‘통일로 미래로’ 팀이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교실과 숙소, 도서실로 이뤄진 이 학교의 목적은 피스메이커, 즉 평화운동가 양성.

남북의 대표적인 접경지이자 긴장이 끊이지 않는 철원이 가장 상징적인 지역이라는데요.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북에도 철원이 있고, 남에도 철원이 있거든요. 분단의 아픔이 있는 이곳이 평화로 치유된다면 저희 '한반도 전체가 평화로 치유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갖고 철원에서 이 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배출한 피스메이커 50여 명은 사회 곳곳에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립 10년 만에 민통선 밖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코로나19가 (계속) 되면서 아예 저희들이 학교에 들어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4년이나 지속됐습니다. 그래서 평화교육으로 오는 분들도 저희들이 학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되게 어렵게 됐어요."]

학교가 민통선 밖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남북평화통일 일꾼인 피스메이커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은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함께 만나보실까요.

바다 건너 먼 길을 왔다는 학생들이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저희 도미니카 공화국이요."]

한국인 친구들과 틈틈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도미니카 학생들도 함께했습니다.

한반도 분단의 현장을 직접 느끼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박주창/선교사 : "도미니카에서 CNN 통해서 '북한이 핵을 쏜다' 이런 걸 방송을 봐요 그럼 아이들이 되게 궁금해 하죠. 휴전선이 어떤 건지 그리고 분단이 왜 됐는지 자세히 배우고 싶은 게 있습니다."]

국경선평화학교 수업의 하나로 민간인 통제구역을 찾아 비무장지대, DMZ를 간접 체험할 계획입니다.

[리아니/도미니카공화국 대학생 : "(DMZ를) 조금 알고 있습니다. 북한과 남한을 나누는 일종의 선이라고 알고 있어요."]

학교 선생님도 동행하는데요.

이번 수업 주제는 ‘평화’입니다.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DMZ를 보면서 실제로 우리나라가 분단돼 있다는 인식을 할 때 왜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 왜 평화로 가야 하는지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에선 밝고 경쾌한 웃음과 함께 긴장감도 느껴집니다.

[박성결/고등학생 : "사실 북한 영토를 보게 될 거라서 너무 불안합니다."]

철원의 너른 평야를 지나, 얼마 전 모내기를 마친 농민을 만났습니다.

남북을 오가는 바람과 물로 논을 일군다는 농민의 말에는 통일의 이치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김용빈/철원군 농민 : "북녘의 물이 여기로 내려와서 벼를 생산하는 물의 역할을 공급을 해주고 있어요. 북녘의 물과 남한의 땅이 만나서 힘을 합해서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곧이어 도착한 월정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팻말 뒤로 옛 기찻길과 부서져 녹슨 열차의 잔해가 눈길을 끕니다.

민통선 방문을 마친 학생들은 백마고지 전적지에선 참혹했던 전쟁의 참상을 떠올려 봅니다.

[박성결/고등학생 : "이곳이 전쟁터였다는게 솔직히 믿기지가 않네요. 지금 볼 땐 그냥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인데..."]

전사자들의 이름을 담은 비석 앞에선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박예희/중학생 : "아직까지도 시신과 이름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전쟁의 참혹함이 이런 거구나 싶기도 하고..."]

참혹한 전쟁과 분단의 현장, 도미니카 학생들은 어떻게 기억할까요?

[제레미/도미니카공화국 대학생 : "이러한 전적지를 보는 것 자체가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죽은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라린 민족 분단의 현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알려 나가는 것이 국경선평화학교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분단의 현장에서 통일과 공존을 교육하는 학교.

이 학교를 세우기 위해서 마음을 보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누구보다 통일에 열정적인 우리 주변의 시민들인데요.

이렇게 십시일반 모인 마음으로 평화의 장을 열어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후엔 또 다른 손님이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브로컬리 가져왔어. 브로컬리."]

지나가는 길에 들렸다며 직접 재배한 브로콜리 한 상자를 무심히 내놓습니다.

["(누구세요?) 저희 학교를 지지하시는 제일 큰 후원자시죠. (어떤 걸 후원해 주셨어요?) 벽돌 한 장."]

인근에서 농사를 지으며 10년 전부터 꾸준히 학교를 후원하고 있다는 김준권 씨.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학교가 탈바꿈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고 합니다.

[김준권/국경선평화학교 후원자 : "이게 식품공장이었고 정말 오래돼서 이런 건물이 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작은 기금들이 모여서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도 있지만 이렇게 훌륭한 건물이 된 거죠."]

접경지 농부로 살아온 김준권 씨는 곧 수확할 배추밭을 가꾸며 평화에 대한 바람을 전해 봅니다.

[김준권/국경선평화학교 후원자 : "얘는 양배추인데 아직까지 주먹 크기밖에 안해요.한달만 지나면 이만큼 커지겠죠. (남북관계도 그럴까요. 수확 단계는 아니어도 노력하는 단계일까요.) 희망사항이죠. 그렇게 돼야겠죠. 서로 교류하고 왔다 갔다하면서 상호번영을 향해서 나가는거야 말로 최고의 길이죠."]

학교를 새로 옮기기까지 해외동포들을 포함해 3천 5백여 명이 벽돌 한 장 보태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학교는 앞으로 만 명까지 후원자를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일할 사람들이 일단 많이 키워 가는 게 저희 목표고요. DMZ 문이 열리고 DMZ를 직접 걸어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전 여기서 그날을 기다리려고 해요."]

남북한 평화통일의 날을 준비하고 일하자는 국경선평화학교.

그날을 위해 오늘 하루도 평화와 통일의 벽돌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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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접경지에서 평화를 그리는 학교
    • 입력 2023-06-17 09:02:25
    • 수정2023-06-17 10:04:08
    남북의 창
[앵커]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접경지역일 텐데요.

남과 북의 경계가 맞닿아 있어서 한반도의 정치적, 군사적 기류를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답답한 철책 대신, 평화와 협력의 철도가 지나가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요.

남-북간의 갈등과 대결 국면을 평화로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최효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최근 확장 이전 준공식을 가진 국경선평화학굡니다.

평화와 화합의 마음을 담아 부르는 아리랑 노랫가락에 응원의 박수가 이어집니다.

분단이라는 민족의 아픔을 평화로 극복하자며 2013년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세웠다가 이번엔 밖으로 옮긴 겁니다.

준공식 이후, 새 단장이 한창인 학교를 ‘통일로 미래로’ 팀이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교실과 숙소, 도서실로 이뤄진 이 학교의 목적은 피스메이커, 즉 평화운동가 양성.

남북의 대표적인 접경지이자 긴장이 끊이지 않는 철원이 가장 상징적인 지역이라는데요.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북에도 철원이 있고, 남에도 철원이 있거든요. 분단의 아픔이 있는 이곳이 평화로 치유된다면 저희 '한반도 전체가 평화로 치유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갖고 철원에서 이 학교가 세워졌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배출한 피스메이커 50여 명은 사회 곳곳에서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립 10년 만에 민통선 밖으로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코로나19가 (계속) 되면서 아예 저희들이 학교에 들어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4년이나 지속됐습니다. 그래서 평화교육으로 오는 분들도 저희들이 학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되게 어렵게 됐어요."]

학교가 민통선 밖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남북평화통일 일꾼인 피스메이커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은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함께 만나보실까요.

바다 건너 먼 길을 왔다는 학생들이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저희 도미니카 공화국이요."]

한국인 친구들과 틈틈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도미니카 학생들도 함께했습니다.

한반도 분단의 현장을 직접 느끼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박주창/선교사 : "도미니카에서 CNN 통해서 '북한이 핵을 쏜다' 이런 걸 방송을 봐요 그럼 아이들이 되게 궁금해 하죠. 휴전선이 어떤 건지 그리고 분단이 왜 됐는지 자세히 배우고 싶은 게 있습니다."]

국경선평화학교 수업의 하나로 민간인 통제구역을 찾아 비무장지대, DMZ를 간접 체험할 계획입니다.

[리아니/도미니카공화국 대학생 : "(DMZ를) 조금 알고 있습니다. 북한과 남한을 나누는 일종의 선이라고 알고 있어요."]

학교 선생님도 동행하는데요.

이번 수업 주제는 ‘평화’입니다.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DMZ를 보면서 실제로 우리나라가 분단돼 있다는 인식을 할 때 왜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 왜 평화로 가야 하는지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에선 밝고 경쾌한 웃음과 함께 긴장감도 느껴집니다.

[박성결/고등학생 : "사실 북한 영토를 보게 될 거라서 너무 불안합니다."]

철원의 너른 평야를 지나, 얼마 전 모내기를 마친 농민을 만났습니다.

남북을 오가는 바람과 물로 논을 일군다는 농민의 말에는 통일의 이치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김용빈/철원군 농민 : "북녘의 물이 여기로 내려와서 벼를 생산하는 물의 역할을 공급을 해주고 있어요. 북녘의 물과 남한의 땅이 만나서 힘을 합해서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곧이어 도착한 월정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팻말 뒤로 옛 기찻길과 부서져 녹슨 열차의 잔해가 눈길을 끕니다.

민통선 방문을 마친 학생들은 백마고지 전적지에선 참혹했던 전쟁의 참상을 떠올려 봅니다.

[박성결/고등학생 : "이곳이 전쟁터였다는게 솔직히 믿기지가 않네요. 지금 볼 땐 그냥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인데..."]

전사자들의 이름을 담은 비석 앞에선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박예희/중학생 : "아직까지도 시신과 이름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전쟁의 참혹함이 이런 거구나 싶기도 하고..."]

참혹한 전쟁과 분단의 현장, 도미니카 학생들은 어떻게 기억할까요?

[제레미/도미니카공화국 대학생 : "이러한 전적지를 보는 것 자체가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죽은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라린 민족 분단의 현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알려 나가는 것이 국경선평화학교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분단의 현장에서 통일과 공존을 교육하는 학교.

이 학교를 세우기 위해서 마음을 보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누구보다 통일에 열정적인 우리 주변의 시민들인데요.

이렇게 십시일반 모인 마음으로 평화의 장을 열어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후엔 또 다른 손님이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브로컬리 가져왔어. 브로컬리."]

지나가는 길에 들렸다며 직접 재배한 브로콜리 한 상자를 무심히 내놓습니다.

["(누구세요?) 저희 학교를 지지하시는 제일 큰 후원자시죠. (어떤 걸 후원해 주셨어요?) 벽돌 한 장."]

인근에서 농사를 지으며 10년 전부터 꾸준히 학교를 후원하고 있다는 김준권 씨.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학교가 탈바꿈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고 합니다.

[김준권/국경선평화학교 후원자 : "이게 식품공장이었고 정말 오래돼서 이런 건물이 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작은 기금들이 모여서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도 있지만 이렇게 훌륭한 건물이 된 거죠."]

접경지 농부로 살아온 김준권 씨는 곧 수확할 배추밭을 가꾸며 평화에 대한 바람을 전해 봅니다.

[김준권/국경선평화학교 후원자 : "얘는 양배추인데 아직까지 주먹 크기밖에 안해요.한달만 지나면 이만큼 커지겠죠. (남북관계도 그럴까요. 수확 단계는 아니어도 노력하는 단계일까요.) 희망사항이죠. 그렇게 돼야겠죠. 서로 교류하고 왔다 갔다하면서 상호번영을 향해서 나가는거야 말로 최고의 길이죠."]

학교를 새로 옮기기까지 해외동포들을 포함해 3천 5백여 명이 벽돌 한 장 보태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학교는 앞으로 만 명까지 후원자를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전영숙/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장 :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일할 사람들이 일단 많이 키워 가는 게 저희 목표고요. DMZ 문이 열리고 DMZ를 직접 걸어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전 여기서 그날을 기다리려고 해요."]

남북한 평화통일의 날을 준비하고 일하자는 국경선평화학교.

그날을 위해 오늘 하루도 평화와 통일의 벽돌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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