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독 아니에요”…“10년 내 중독의 쓰나미 온다” [탐사K] [‘약’한 사회, 마약을 말하다]
입력 2023.06.30 (11:23)
수정 2023.06.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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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에 붙잡혔으면서도…"나는 마약 중독이 아니에요."
20대에 마약을 시작한 고 모 씨.
지금 40대가 된 그는 거의 15년 동안을 마약에 빠져 살았습니다.
마약을 하는 대신 잃은 것은 청춘이었습니다.
고OO/마약 중독 경험자 "저는 20대, 30대가 정말 마약으로 다 무너졌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20, 30대 생각나는 것 있어? 그러면 친구들이랑 여행가거나 아니면 바닷가 가서 바다 보거나 사진 찍거나…. 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약' 한 기억밖에 없어요. 인생 자체를 완전히 뿌리째 뽑아버린 것 같아요. |
마약을 하면서 쾌락을 느꼈지만, 동시에 일상이 망가지며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받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중독이라고는 인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고OO/마약 중독 경험자 "제가 회사 다니면서도 마약을 했을 때 그게 제 맨정신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약에 취해서 회사 다니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적발돼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나는 중독자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경찰분이 그랬거든요. 이렇게 마약을 많이 했는데도 당신은 중독자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그러니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했거든요. |
■ 마약 경험자의 70% "중독 등 문제 겪지 않았다"…중독의 부정
고 씨가 실제 마약을 끊게 된 것은 이후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 뒤였습니다.
취재진은 비슷한 경험담을 다른 마약 중독 경험자들로부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나는 중독이 아니다. 내가 마약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김OO/마약 중독 경험자 "(형사가) 중독된 것을 인정하냐. 아니라고 했거든요. 내가 왜 중독자예요? 제가 (마약을) 조절해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나중에는 조금 더 넣어볼까? 조금 더 넣으면 무슨 느낌이 들까? 주기도 한 달에 한 번 했던 게 두 번 되고, 나중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에서 며칠에 한 번 되고. 그때도 중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조금 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약간 자기합리화 이런 것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OO/마약 중독 경험자 "(마약 투약자) 본인들이 생각하는 중독의 정의가 뭘까 하고 물어보면 좀 극단적으로 막 이제 얼굴이 일그러지고 몸이 이제 망가지고 사회에서 도태되고 완전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인생의 바닥을 보는 그런 모습만 생각하는데 본인들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아주 멀쩡하거든요. 그냥 뭐 술 한잔 하듯이 아니면 뭐 잠깐 일탈하듯이 하기 때문에 자기가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죠." 조OO/마약 중독 경험자 [변조] "(처음에는) 제 의지로 끊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안 할 수 있다. (마약 중독 치료를 해주시던) 주치의 선생님에게 전 별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해본 것도 얼마 없고 해서 그렇게 잘 지냈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다시 유혹이 들어왔을 때부터는 뿌리치기가 되게 힘들더라고요. (나중에 마약으로 수사받고) 재판을 준비할 때도 약을 계속 했었어요. 공소장이 날아오기 전 날까지 약을 하다가. 공소장이 와버리니까 확 약이 깨는 거예요." |
KBS 실태 조사에서 마약 사용 경험자들을 상대로 한 질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됩니다.
마약 사용 경험자의 70% 이상이 중독 등 건강 문제를 겪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다회 마약 사용자의 경우 35%만이 마약 단약을 시도했고, 약을 끊었다는 답변은 24%에 불과했습니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는 생각에 실제 마약 사용자들이 중독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천영훈/인천참사랑병원장 "'친구'라는 영화에 나왔던 배우가 마약 중독이 돼서 삐쩍 말라서 이불 뒤집어쓰고 막 헛소리하고 앉았잖아요. 그 정도는 돼야지 마약 중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뭐 나는 주말에나 가끔 하고 클럽 가서만 마약하고 일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다니고 있는데 내가 마약 중독자?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이한덕/한국마약퇴치본부 중독재활팀장 "전화로 처음에 얘기하다 보면 간단한 상황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보이거든요.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려고 하지 않아요. (마약 중독자에게) 저희 쪽에 와서 상담을 받으면서 좀 더 효과적으로 중독 문제에서 벗어날 길을 가질 수 있다고 권고를 해도 그렇게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
중독자에 대한 사회의 좋지 않은 인식 역시 마약 중독이 조기 치료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박성수/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마약 범죄 같은 경우는 다른 범죄와 달리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악마화한다고 그럴까요? 이러다 보니까 점점 더 이들이 숨어 들어가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까 마약류 범죄자들이 나오질 않아요. 치료나 재활 센터에도 나오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죠." |
■ 마약을 하면 '의사 결정 장애' 생겨…수사 단계부터 치료 이뤄져야
중독을 쉽사리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마약을 하게 되면 의사 결정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마약을 해서 좋았던 기억은 과대 평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내용은 과소 평가한다는것.
마약 중독자는 본인이 마약을 하고 가끔 스스로를 조절했던 기억만 떠올리게 되고, 반대로 조절하지 못해서 괴로움을 당했던 것들은 의식적으로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서 결국은 스스로가 마약을 계속 조절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겁니다.
중독을 인정하려면 그런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 가장 좋은 계기 중 하나는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마약 중독을 끊을 계기를 만드는 일은 그만큼의 충격이 없고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영훈/인천참사랑병원장 "저희는 항상 적발되는 순간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사법 시스템이 치료의 초기에 들어와서 이 문제를 붙잡고 가는거죠. 그게 굉장히 효과가 커요." |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사법 제도상 수사 초기 단계에서 마약 중독자들에게 치료를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검찰 기소 단계에서 내려지는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혹은 법원 선고 단계에서 이뤄지는 치료 명령 제도 이외에는 마약 치료를 강제할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중독 치료의 골든 타임이 마약 중독자들의 의지와 수사 담당자들의 선의에만 맡겨져 있는 셈입니다.
조승현/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 사범의) 가족이 힘들어하는 모습 보면 정말 안타깝거든요. 그리고 정말 마약을 끊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이게 쉽지 않으니까 힘들어하는 사람들 너무 많이 봤어요. 경찰 조사받을 때가 골든 타임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특히 초범 같은 경우는 빨리빨리 병원이나 치료 상담받을 수 있는 곳에 연계해줘야 하고. 그런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보는 거죠. 검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죠. 재활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일도 저희가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이해국/가톨릭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저는 5년에서 10년 사이에 엄청난 이제 중독의 쓰나미가 몰려오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미온적인 대처 그리고 이런 공중보건학적 모델이라는 주먹구구식 대책으로는 사실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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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김용덕, 최준혁, 신지수
데이터 분석 : 윤지희
자료 조사 : 이미쁨
인포그래픽 : 도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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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중독 아니에요”…“10년 내 중독의 쓰나미 온다” [탐사K] [‘약’한 사회, 마약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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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6-30 11:23:53
- 수정2023-06-30 11:30:09
■ 경찰에 붙잡혔으면서도…"나는 마약 중독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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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40대가 된 그는 거의 15년 동안을 마약에 빠져 살았습니다.
마약을 하는 대신 잃은 것은 청춘이었습니다.
고OO/마약 중독 경험자 "저는 20대, 30대가 정말 마약으로 다 무너졌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20, 30대 생각나는 것 있어? 그러면 친구들이랑 여행가거나 아니면 바닷가 가서 바다 보거나 사진 찍거나…. 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약' 한 기억밖에 없어요. 인생 자체를 완전히 뿌리째 뽑아버린 것 같아요. |
마약을 하면서 쾌락을 느꼈지만, 동시에 일상이 망가지며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받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중독이라고는 인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고OO/마약 중독 경험자 "제가 회사 다니면서도 마약을 했을 때 그게 제 맨정신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약에 취해서 회사 다니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적발돼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나는 중독자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경찰분이 그랬거든요. 이렇게 마약을 많이 했는데도 당신은 중독자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그러니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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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씨가 실제 마약을 끊게 된 것은 이후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 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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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나는 중독이 아니다. 내가 마약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김OO/마약 중독 경험자 "(형사가) 중독된 것을 인정하냐. 아니라고 했거든요. 내가 왜 중독자예요? 제가 (마약을) 조절해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나중에는 조금 더 넣어볼까? 조금 더 넣으면 무슨 느낌이 들까? 주기도 한 달에 한 번 했던 게 두 번 되고, 나중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에서 며칠에 한 번 되고. 그때도 중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조금 더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약간 자기합리화 이런 것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OO/마약 중독 경험자 "(마약 투약자) 본인들이 생각하는 중독의 정의가 뭘까 하고 물어보면 좀 극단적으로 막 이제 얼굴이 일그러지고 몸이 이제 망가지고 사회에서 도태되고 완전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인생의 바닥을 보는 그런 모습만 생각하는데 본인들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아주 멀쩡하거든요. 그냥 뭐 술 한잔 하듯이 아니면 뭐 잠깐 일탈하듯이 하기 때문에 자기가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죠." 조OO/마약 중독 경험자 [변조] "(처음에는) 제 의지로 끊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안 할 수 있다. (마약 중독 치료를 해주시던) 주치의 선생님에게 전 별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해본 것도 얼마 없고 해서 그렇게 잘 지냈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다시 유혹이 들어왔을 때부터는 뿌리치기가 되게 힘들더라고요. (나중에 마약으로 수사받고) 재판을 준비할 때도 약을 계속 했었어요. 공소장이 날아오기 전 날까지 약을 하다가. 공소장이 와버리니까 확 약이 깨는 거예요." |
KBS 실태 조사에서 마약 사용 경험자들을 상대로 한 질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됩니다.
마약 사용 경험자의 70% 이상이 중독 등 건강 문제를 겪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다회 마약 사용자의 경우 35%만이 마약 단약을 시도했고, 약을 끊었다는 답변은 24%에 불과했습니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는 생각에 실제 마약 사용자들이 중독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천영훈/인천참사랑병원장 "'친구'라는 영화에 나왔던 배우가 마약 중독이 돼서 삐쩍 말라서 이불 뒤집어쓰고 막 헛소리하고 앉았잖아요. 그 정도는 돼야지 마약 중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뭐 나는 주말에나 가끔 하고 클럽 가서만 마약하고 일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다니고 있는데 내가 마약 중독자?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이한덕/한국마약퇴치본부 중독재활팀장 "전화로 처음에 얘기하다 보면 간단한 상황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보이거든요.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려고 하지 않아요. (마약 중독자에게) 저희 쪽에 와서 상담을 받으면서 좀 더 효과적으로 중독 문제에서 벗어날 길을 가질 수 있다고 권고를 해도 그렇게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
중독자에 대한 사회의 좋지 않은 인식 역시 마약 중독이 조기 치료로 이어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박성수/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마약 범죄 같은 경우는 다른 범죄와 달리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악마화한다고 그럴까요? 이러다 보니까 점점 더 이들이 숨어 들어가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까 마약류 범죄자들이 나오질 않아요. 치료나 재활 센터에도 나오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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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김용덕, 최준혁, 신지수
데이터 분석 : 윤지희
자료 조사 : 이미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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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기자 kospir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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